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웃음소리 Dec 13. 2023

어쩌다 맛집 체험단_4

"환영합니다."


식당 사장님의 답장을 받았다. 네? 환영한다구요?


시내가 아닌 관광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SNS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했을 사장님. 그리고 체험의 기회를 갖길 바라는 나. 생각해 보면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관계였다. 사장님이 제공해 주신 것을 체험하고, 내가 느낀 바를 블로그에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남기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아지지 않은 채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식당으 향했다.










작아졌다. 입구에서부터 한껏 쪼그라들었다.

"안녕하세요. 아까 문자 남겼던 체..험 ㄷ ㅏ ㄴ ...." 나는 마치 당근거래를 하며 "혹시..당..근? " 하고 말을 건넬 때와 비슷하게 끝을 얼버무려버렸다. 다행히 눈은 똑바로 뜨고 있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점심시간대에는 붐빌 것 같아서 운동을 하다가 이른 시간에 바로 방문했으니 말이다. 다행이었다.


" 아 어서 와요. " 사장님이 분명 문자로 환영한다고 하셨는데 환영한다기엔 뜨뜻미지근한 표정 같아 보였다. 하긴 '어서 와요' 말고 무얼 더 어떻게 환영해야 내 마음이 편해졌을까. 마음이 작아지니 상황을 보며 적절하게 행동하는 대신, 눈치를 살피며 사실은 평소와 같았을 장님 표정을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음식이 나왔다. 메뉴는 해산물과 해물라면이었다. 푸짐했다. 살짝 긴장한 상태로 음식을 먹었다. 긴장하긴 했지만, 싱싱한 해산물과 라면이 맛있었다. 제주에 온 지 7개월 만에 처음 맛보는 메뉴였다. 삼식씨는 나와 달리 전혀 불편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냠냠 쩝쩝 음식을 먹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맛평가를 하면서 말이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뭔가 더 주문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메뉴 한 개를 더 주문해서 먹은 후 추가 주문한 음식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식당을 나왔다. 배가 많이 불러왔다. 처음 경험한 체험단의 세계. 배는 과하게 불렀지만 생각한 것보다는 괜찮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블로그 방문객이 처음보다 좀 더 늘었다. 드디어 갈치조림을 먹게 됐다. 경쟁률이 높아 신청을 해도 선정되지 않았던 갈치조림. 식이씨가 제일 좋아하는 갈치조림. 우리는 갈치조림을 자주 먹었다. 삼식씨는 말했다. "자기 덕에 갈치조림 원 없이 먹네" 신났다. 신이 나서 계속 신청했다.


관광지 주변을 산책하고 나서는 제주의 다양한 음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사장님 눈치를 살피는 대신 음식과 식당을 살폈다.  추가 주문도, 과하게 먹는 일도 없었다. 사장님들께 편하게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가끔은 사장님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도 자주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 운영에 대해 여쭤보며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체험단 활동은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되고 있었다.










삼식씨가 육지로 떠났다. 삼식 씨가 떠나기 전 신청을 해 두었던 체험단 선정 소식이 카톡에 쌓였다. 혼자서 어떻게 체험을 하러 가지.  식이씨와 함께했는데.


어느새 나는 선정된 식당에 방문해서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어떤 날은 고기국수를 후루룩 먹었고, 어떤 날은 돈가스를 썰었다. 찰칵찰칵 후루룩. 찰칵찰칵 쓱싹쓱싹. "I"인 나는, 급기야 체험단으로 아침 일찍 방문한 한식뷔페에서 혼자 상추쌈을 싸서 입에 넣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 혼자서 폭포를 산책했다.


어느 늦은 새벽. 오후 늦게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아이들 얼굴 보려고 사진첩을 열었는데. 아이들 사진을 찾기가 어려웠다. 핸드폰에는 음식사진이 가득했다. 음식사진 사이사이에 우리 아들들 사진이 드문드문 보였다. 요리도 못하면서 집밥이 건강하다며 매일같이 요리를 하던 나였는데. 몇 달 새 많이 변했다.










큰아이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동생보다 한 시간 반을 일찍 마친다. 사춘기를 향하는 큰아들과 둘만의 시간. 곧 나를 더 멀리하게 될 큰아이와의 둘만의 시간은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했다. 나는 큰아들과 둘만의 시간에 카페투어를 하기 시작했다. 몇 개월 전 처음 체험단을 시작할 때는 가게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나였는데. 체험단을 대하는 내 마음과 시선이 바뀌자 괜찮아졌다. 아들에게는 엄마가 음식을 체험하고 소개하는 글을 쓰는 일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아들과 함께 카페에 다니며 예쁜 경치를 감상하고 농담을 나누는 순간들은 정말 행복했다.



"그래도 음식 소개하면서 아들이랑 이렇게 데이트도 하고 엄마 너무 행복하다"



"엄마, 그런데 왜 그래'도'야?"


 

아들의 물음에 나는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