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의 여는 글

세상과 연결되는 나의 경험, 생각, 그리고 글쓰기

by Dancing with Pen

인간은 자기가 태어난 시간과 공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


자유주의 교육의 세례를 받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말을 하나의 자명한 사실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살다보니 이 명제가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늘어갔다. 인간 세상의 실제를 나타내는 진리라기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욕망의 선언이 아닐까.


사실 인간의 생명과 함께 주어지는 것은 부자유와 불평등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와 사회경제적 지위는 많은 부분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신라 시대 6두품으로 태어난 자가 진골이나 성골처럼 왕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해도 왕족과 같은 권력이나 부를 얻기도 힘들었다. 근대 자유주의 혁명 이후 신분제 타파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인간은 태어난 시공간이 그은 경계선 안에서만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물론 극빈층 출신으로 한 나라의 지도자에 오르거나 세계적 부호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소수의 반례가 존재한다고 해서 다수 앞에 놓인 차가운 현실이 부정되어선 안 된다. 더욱이 잘못된 책임 추궁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모든 가난이 게으름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분명 개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사회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불리한 선천적 시공간을 극복한 사람이 영웅으로 찬미를 받을 수는 있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욕먹을 이유는 없다.


출생에 따라 오르는 시간과 공간이 인간에게 주는 압력은 크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는 그토록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렇다면 언제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갖게 될까? 일단 이 글에서는 자유에 집중해보자. 나는 평등보다 자유가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더 본질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평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정의되는 개념이지만 자유는 개개인의 실존적 차원에서도 정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의 한계, 자유의 종류 등 자유의 여러 측면을 이야기할 때는 자유에서도 관계가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나는 인간이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밑바탕이 된다고 믿는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출생과 함께 마주하게 된 시공간을 넘어서 일생 동안 더 넓은 시공간을 체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독서는 간접 체험을 통해, 여행은 직접 체험을 통해 미지의 시공간과 만나게 해준다. 또한 다른 인간과의 교류도 시공간의 확장에 기여한다. 한 사람이 경험한 시공간의 지평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에세이집의 이름은 <세상에. 나!>이다. 내가 독서와 여행, 그리고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지식, 통찰, 감정을 언어로 다시 정리한 기록이다. 내가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경험하며 나를 둘러싼 세계에 접속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은 정말로 '세상에나!'라는 감탄사를 자아낼 만큼 황홀한 체험이었다. 더 넓은 세계에 더 큰 자유가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