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끄적이는 육아일기 4.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by 모루


첫째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나의 어린 시절과, 신이 나면 주체를 못 해 몸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에너지를 발산하던 친오빠의 어린 시절을 꼭 닮아있어 손이 참 많이 가는 아이이다. 나는 첫째 한 명을 키우는 게, 둘째 열 명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거라 얘기하곤 한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첫째는 둘째가 아프기 전부터 이제는 정말 기저귀를 떼야만 한다는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친정으로 탈기저귀 유학을 보냈던 상황이었다.


그런 첫째를, 거의 열흘 만에 만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일주일이나 입원 뒷바라지를 한 터라 간절히, 또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 홀로 누워 쉬고 싶었지만 “그래도 첫째가 많이 기다릴 텐데..” 하는 남편의 말에 하원하는 첫째를 맞이하러 가기로 했다.


어린이집 버스에서부터 내가 보이자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코알라마냥 꼭 붙어 내 목을 잡고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종일 안겨있다.


집에 가면 엄마가 없을 거라고 미리 수 십 번을 얘기했다 한들 아이는 나의 긴 부재가 내심 두렵고 겁이 났을 것이다.



다음 달이면 세 돌. 이제 겨우 내가 화장실에 갈 때면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던 아이는, 원점으로 돌아와 내가 화장실에 가는 그 잠깐의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첫째는 다시 모든 걸 전부 다 나와 해야만 했다.


부디 씻는 건 아빠와 해주었으면 했지만, 화장실에 가서 옷을 다 벗어놓고도 무조건 엄마와 샤워를 할 거라는 첫째의 울음에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첫째를 씻기러 간다.


호랑이 팬티는 싫고, 이미 빨래통에 넣어 둔 소방차 팬티를 입겠다며 한바탕 생떼를 써서 팬티가 아닌 기저귀를 입힌 채 안방으로 들어왔다.


“제발 오늘만 책을 읽지 않고 자면 안 될까? 엄마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어.”라는 나의 애원도 통하지 않는다. 사실상 잠자기 전 책 읽기는 나와 첫째의 무언의 약속이라 반쯤 포기하고 그냥 읽어준다.



나는 이미 푹 익어 쉬어 빠진 파김치같이 흐물흐물한 상태이지만, 쿠크다스 같은 멘탈이 이미 와장창 깨져버릴 것 같은 고달픔이지만, 그래도 엄마랑 있어서 너무 좋다며 행복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덩달아 웃음이 나지 않는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자려고 누운 첫째가 갑자기 “엄마는 얼룩소야!”라고 한다. 그 말에 또 내 얼굴에는 무방비한 미소가 한가득 퍼진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그래, 내가 얼룩소면 너는 얼룩송아지일 테지.


나를 유난히 많이 닮은 첫째가, 그래서 나를 유난히 더 힘들게 하는 첫째가, 오늘은 또 유난히 기특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작디작은 둘째의 손보다 조금 더 두툼하고 큰 첫째의 손을, 꼬옥 잡은 채 아이를 토닥인다.



첫째 아이라는 건, 내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아이라는 뜻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너는 너 자체만으로 나의 온전한 세상이었다는 걸. 기억하렴, 나의 아이야. 엄마는 언제나 널 처음으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