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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희철 Nov 12. 2019

취업 거지, 시간 부자

여행 전




180617

취업 거지, 시간 부자 


뜻대로 안 되었다. 시간과 노력을 넣으면 취업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나는 시간이 많았고, 노력에는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이제, 노력의 방향은 여행을 잘 다녀오는 것에 맞춰져 있다. 나는 여전히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 미래의 나에게 쌍욕을 먹진 않을까? '야 너 인마, 지금 여기 가서 이렇게 웃고 사진 찍을 때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나에게 크게 관대하다. 조금 단호했어도 좋을 뻔했겠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내뱉은 말과 결심을 번복할 수는 없다. 준비 2주일, 여행 1주일, 여운 1주일. 합계 1개월만 미안하기로 하였다. 여행 따위가 생각나지 않게 풍덩 빠지기를 바란다.  


그 와중에 오늘은 토익 시험을 본다. 뜬금없지만, 정기적으로 보는 시험이라 이번에도 신청했었다. 그런데, 오키나와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때는 이미 환불 100%가 불가하였다. 계획적인 내 삶에 무계획이 들어와 그 무계획이 가장 중요한 계획이 되어버렸다. 가끔 이렇게 스스로 덫을 쳐놓을 때가 있다. 내 나태함을 알기에 자승자박의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경각심과 위기감은 덤이다. 득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취업 준비 기간에 생긴 습관이며, 이게 싫지 않다.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려 한다. 무엇을 얻고자 떠나는가. 상술했지만, 나는 그저 떠나고 싶었다. 도피라고 말하며 손가락질해도 할 말 없다. 내 앞에서 손가락질하면 울지도 모른다. 변화를 위해서 떠나기로 했다.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함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은 결국 내가 누구인가를 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종종 내가 이것을 좋아했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나를 잘 모르고, 알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유추해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 욕망과 본성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싶다. 


- 2018년 하반기

- 한국 나이 30세의 나 


상상 만으로 구체화할 수 없음을 안다. 


떠나기 전날 밤, 오키나와가 배경인 일본 영화인 '눈물이 주룩주룩'을 봤다. 이제 오키나와에 간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희철입니다.


한씨표류기 : 오키나와 편은


- 작성 시점이 2018년 6월입니다.

- 스물아홉 살 백수가 어떻게 서른 살 백수가 되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 낮은 수준의 여행정보와 높은 수준의 사생활이 함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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