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 회사에 xx 기간 동안 다녔는지를 보여주는 문서가 있다.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서'다. 링크는 아래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서(이하 고용보험 내역서)'는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발급받는 일종의 '재직기업 리스트'다. 퇴사가 몇 차례 있는 내게, 이 문서는 일종의 족쇄가 된다. 서류 정리 중 책꽂이에 꽂혀있는 '고용보험 내역서'를 봤다.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이 문서를 보며, 잠시 추억여행을 떠난다. 전 직장 생활들을 돌이켜보면 양가감정이 있다. 좋은 추억과 나쁜 경험이 함께 한다. 요즘은 좋은 추억을 쌓았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려 한다.
그들과 함께 다녔던 각 오피스 단지의 맛집이 떠오른다. 돼지런한 나는, 맛집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광화문에는 평안도 만둣국이 기가 막히고 링크는 아래, 여의도에는 닭칼국수가 일품 링크는 아래이다. 한 대접에 같이 숟가락 넣고 점심 먹었던 친애하는 전 직장 동료들과 한잔 하고 싶을 때는 '오늘 저녁에 바쁨?'이라고 톡을 보낸다.
퇴사 기념사진, 이 날은 날씨가 좋았다.
1주일에 한 명 정도는 만나 주신다. 직장인이 하루 저녁을 내어 한 잔을 꺾는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기에,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기왕이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장소가 회사 근처일 때도 있고, 퇴근길 언저리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만남에서 이전에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일하는 데에는 하나도 필요가 없었던 그 사람의 깊은 속사정을 듣는다. 소소하고 은밀한 정보가 차곡차곡 쌓인다. 정이 쌓인다. 계속 일하는 관계였다면 족히 5년 이상은 걸렸을 그 사람 본연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내 것도 쏟아낸다. 역시나 맛있는 음식의 힘은 이렇게 강하다.
7월 마지막 주 월요일인 오늘은 6월까지 다닌 직장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이전에 우리 이야기는 온통 회사와 관련된 것으로 가득했다. 조직에서 우리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대한 고민으로 충만했다. 내가 퇴사한 최근에는 삶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되었다.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다음 삶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기쁘다. 5호선을 타는 친구의 퇴근길을 고려하여 신길역의 마포 주먹고기 링크는 아래를 가기로 했다. 기왕이면 북적거렸으면 좋겠다. 조용하면 뭐가 되었든 속내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니 아마 그럴 것이다.
한강 따릉이 라이딩 전에 먹었던 명랑핫도그와 끝나고 먹었던 라면
친애하는 나의 전 직장 동료에게 하는 '보고 싶으니까 한잔하자.'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새로워진 우리의 관계를 재정의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어쩌면 그냥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지도 모른다. 함께 먹으면 그것이 명랑핫도그 든 라면이든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