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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ther May 05. 2023

상담까지 받아가며 일하는 이유

10년차 직장인 상담일지 1

상담까지 받아가며 일해야 해?



“요즘 상담을 받고 있는데…”라고 운을 떼면 대부분 복잡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듣는다. 상담을 받는 문화가 꽤나 대중화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정신’이란 단어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복지 항목에 심리상담이 있음에도, 인사 기록에 부정적으로 남을까 봐 가지 않는 동료들이 많다. “보험 처리해드릴까요?”라고 묻는 병원은 정신의학과뿐일 것이다(기록에 남는 걸 꺼려하니까).


프롤로그에 그간 나의 지난한 마음과의 전쟁 경험을 써두었다. 이 글을 보며 누군가는 ‘심리상담까지 받아가며 일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의문을 쪼개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는 왜 회사에 가야 하는지, 둘째는 왜 심리상담이 필요한지에 관한 것이다.




왜 회사에 가야 할까?


기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의식주가 갖추어졌을 때 사람다운 삶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활동이 필요하다. 단, 중요한 전제가 있다. 우리는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한다. 이 시간을 ‘돈만 벌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즐거움이나 목표를 찾아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얼마 전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사장님과의 토크 세션을 함께 했는데, 그중 ‘직업’에 관한 담론이 기억에 남아 적어본다. 직업은 세 가지 단어로 불린다. 먼저 Job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직업이다. Career는 직위와 명성로서의 직업, 그리고 Called는 소명의식이라 할 수 있다.


Called. 소명의식이란 일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하고 헌신하려는 태도로서, 일이 삶 자체가 된 상태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소명의식으로 마케팅을 대하는가? 나는 일하는 시간이 즐거운가?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체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과정이 힘들어도 그것이 결과물로 한 발짝 나아간 상태라 생각하면 잘 넘길 수 있다. 나를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대체로 즐거웠다.



“너는 박살 내는 데만 힘을 쓰지? 창조가 아니라” / 영화 <싱 스트리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마케터로 10년을 살면서 누군가 “왜 일하세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항상 “만들어내는 걸 좋아해서요”라고 대답한다. 길게 풀어 말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에 없던 흥미로운 무엇을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프리랜서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좋은 이유는 조직의 크기만큼이나 큰 결과물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저마다의 즐거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없다면 꼭 찾아야 한다.




왜 마음관리가 필요한가?

2019, 서울집시에서, MINOLTA


사람은 관계에 죽고 관계에 사는 동물이다. 심리학의 ‘사바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의 뇌는 아직 호모 사피엔스에 머물러, 그때와 동일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시절 인간이 무리에서 쫓겨나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나를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을 때 정신적으로 적색등이 켜지는 이유다. 회사에서는 한두 사람과 일하는 게 아니다 보니 누구나 충돌을 겪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자주 불안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나 또한 폭언과 인신공격을 일삼던 상사와 일했을 때  처음으로 종교를 가졌고. 갑질을 퍼붓는 클라이언트와 싸우던 때 과호흡이 찾아와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로 인해 내 멘탈이 무너져버리면, 업무 효율은 커녕 업무 의지조차 잃어버리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피하거나, 극복하고, 좋은 동료들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마음 관리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한다.


회사 복지 항목에서 심리상담을 발견하고 상담소를 찾아간 것도 상시적으로 마음을 돌보기 위함이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마음을 한 꺼풀 벗겨내면 문제가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살면서 누군가 “그때 마음이 어땠어요?”라는 묻는 상황이 얼마나 될까? 다른 마음 돌봄 활동들과 비교했을 때 심리상담의 특징은 ‘나 자신과의 대화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상담가가 하는 질문을 나에게 자주 던진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동료란, 어른답게 일하는 동료다. <어른의 감정수업>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어른을 정의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어른이란, 외부의 자극에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반응’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나를 괴롭히던 동료는 대부분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감정을 태도로 분출해’ 문제가 되던 유형들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그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굳이 말하지 않겠다. 나는 그들과 같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내 마음을 돌본다.



즐겁게 일하고 돈 벌기 위해 오늘도 회사에 간다.
좋은 동료에게 좋은 동료가 되기 위해 마음 관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내가 상담까지 받아가며 일하는 이유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상담가와 나눈 이야기, 실생활에서 적용한 팁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반복해 말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10년 차 직장인 상담일지>는 '모닝글쓰기클럽(모글클)', 그리고 '모닝모닝클럽(모모클)'과 함께합니다.

https://morningmorning.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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