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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쌤 May 09. 2024

편견을 넘어서

비밀친구(마니또) 활동을  하며

지지난주, 학급 회의로 비밀친구(마니또) 활동을 모두 다 같이 하기로 결정하고 1주일 동안 비밀친구 활동을 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다시 학급 회의를 했고 다시 한번 더 바로 비밀친구 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다수가 나왔다.

나는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서 오늘 다시 비밀친구를 뽑을 준비를 했다. 자기 이름이 화면에 뜰 때면 설레는 표정으로 나와서 뽑기 통에 손을 집어넣은 후 종이를 하나씩 꺼내간다. 그리고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대략 어떤 아이를 뽑았는지 짐작이 간다. 몇몇 아이들은 드러내고 싫은 기색을 막 뿜어내었다. 활동을 하기 전 그렇게 싫은 기색을 내어선 안 된다고 당부를 했건만, 너무 노골적인 표현에 내 마음도 불편해졌다.


아이들이 종이를 다 뽑아간 후 나는 아이들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너희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는 너희의 자유야. 나와 맞지 않아서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억지로 좋아하라고 할 순 없어.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기만 하면 돼. 누군가를 싫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좋아하지 않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거든. 그리고 싫어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어. 너희를 놀리거나 괴롭히거나 해서 피해를 준 친구라면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그런 이유도 없이 단지 여자라고, 또는 남자라고, 나와 성별이 다르다고 싫어하거나 아니면 그냥 이유 없이 싫어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 편견으로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 장애인이라서 싫고, 다문화학생이라서 싫고, 나이가 많아 싫고, 남자라서 싫고, 그런 이유로 싫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우리가 지난 도덕 시간에도 배웠던 것으로 알고 있어.

만약 너희가 정말 누군가를 싫어할 이유가 있다면 선생님에게 말해주렴. 그러면 그 누군가를 불러서 이유를 해결해 줄게. 그렇지만 단지 편견 때문에 누군가 싫어한다면 편견을 없애주고 싫어하지 않아 주었으면 해. 그리고 비밀친구 활동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해. 좋아하지 않는 것은 자유고 속으로 싫어하는 것도 자유지만,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을 드러내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자유가 아니니까. 부탁할게."


비밀친구 활동을 하면 자신이 싫어하는 아이가 자신의 비밀친구가 될까 봐 걱정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막상 그 싫어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편견'인 경우가 되게 많았다.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놀리기 등)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해결되어도 단순히 다른 성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밀친구를 하기 싫다는 애들도 제법 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편견으로 인해 누군가를 싫어하고 혐오하지는 않기를 항상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 반 아이들이 비밀친구 활동을 하면서 성별과 그 외의 모든 편견들을 벗어던지고 진심으로 비밀 친구가 되어 누군가를 챙겨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일장 연설을 길게 늘어놓고 나니 그 후론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는 아이들은 다행히 없었다. 내 마음이 전해졌으려나. 두 번째 비밀친구 활동은 처음보다는 더 잘 될 거라 믿는다. 그러기 위해선 나부터 내 비밀친구가 된 학생을 먼저 챙겨야겠지.



202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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