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31.
Dreams Come True
서른 여덞의 어느 주말, 아이가 늦게 낮잠에 들어 점심 식사 시간이 어중간하기도 했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아내의 의견도 있어 근처에 위치한 청국장 집으로 가기로 했다. 옷장에 있는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고 현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는 머리부터 발끝 까지 나이키 옷을 입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중학교 시절 처음 나이키라는 브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이키 브랜드를 입거나, 신기만 해도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의 힘을 받아 승리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흰 티셔츠에 무심히 새겨진 나이키 로고와 흰색(올백)신발 옆면에, 자세히 보면 보이는 하얀색 나이키 로고의 신발이 당시 내가 생각하는 멋 낸 듯 안낸, 진정한 멋쟁이들의 패션이었다. 하지만 당시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싼 가격을 뽐내고 있어 나이키 제품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중학교 당시 엄청 유명했던 동대문 두타에 간적이 있다. 지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매장의 갯수에 놀랐다. 그중에서도 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나이키 제품의 향연은 가히 압도적으로 놀람이었다. 그런데 그 많은 제품들이 지방보다도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제품들은 정품이 아닌 모조품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중학생의 나는 두타에서 구입한 모조품의 나이키 신발을 자랑스럽게 매일 신고 다녔다. 어른이 되고, 부자가 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만 입겠다고 꿈꾸었다. 그때의 나이키 위상과 지금의 나이키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중학생이 꿈꿨던 것 중 작은 꿈이 이루어 졌다 생각하니 그때의 내가 살짝 귀여웠다.
21년을 앞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고민의 시작은 우선 나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었다. 책에서 읽은 것을 바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적어보기도 하고 부케도 생성해 보았다. 그 부케 덕분에 실력은 부족하지만 1월 매일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1달 글쓰기의 마지막 밤이다. 포기하고 싶은 날이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도 글쓰기를 완료했다. 서른 여덞 아저씨는 새롭게 많은 꿈들을 꿀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나이키를 입고 싶었던 솜털의 빡빡머리 중학생의 꿈처럼 지금 꾸고 있는 꿈들 역시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