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 Apr 25. 2023

너에게 쓴 손편지

나에게도 선물이 되었다.

"아이들 몰래 편지를 써서 저에게 전달해 주세요"


담임 선생님의 지령이다.

아이는 난생처음 2박 3일간의 캠프를 떠난다. 이름하여 '공감캠프'

그때 아이들에게 짜잔~하고 특별한 순간을 선물해 주실 모양이다.


휘리릭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처럼 쉽사리 펜이 들어지질 않는다. 컴퓨터에 타닥타닥 타자를 친다. 썼다 지웠다 몇 번을 반복하고도 마음에 차지 않아 하루 이틀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렇게 아들과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원고가 마감이 있듯 편지도 마감이 정해져 있음에 감사하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편지지에 꾹꾹 눌러 담은 내 마음을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그리고 이 편지는 생각지도 않게 내게도 진한 여운이 남는 선물이 되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들에게


너의 첫 캠프는 어떤 모습일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엄마는 캠프를 보내놓고도 궁금한 생각 투성이네^^

문득 네가 태어났을 때가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응애~하는 소리가 얼마나 우렁차던지 엄마는 그 소리를 듣고 정말 기쁘고 행복했어. 선물 같은 네가 우리에게 와 준 게 무척 감동이었거든.

그렇게 작고 귀여웠던 아기가 이제는 엄마 키를 훌쩍 넘는 어엿한 중학생이 되었다는 게 가끔은 믿어지지가 않아.

아들아!

중학생이 된 너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여.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 엄마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어. 물론 너와 상의해서 결정한 일이긴 했지만 정말 우리의 선택이 너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최선의 선택일까 하는 고민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던 것 같아.

엄마와 아빠는  네가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거든. 항상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란다.

그런 과정에서 엄마의 생각과 너의 생각이 맞지 않아 서로 힘들 때도 있을 거야. 항상 좋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우린 서로 다른 사람이니까. 그건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해 주면 좋겠어.   

입학 첫날, 네가 학교에 가고 나서 네 방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이부자리를 보며 너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어 행복했어.  

'우리 아들이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한 첫 단추를 잘 꽤었구나. 훌쩍 자랐구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알람소리에 맞춰 스스로 일어나는 일은 아주 간단한 일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거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마음먹고 스스로 한다는 건 그만큼 멋지고 근사한 일이야. 그걸 우리 아들이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는 것이고.

엄마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고,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는 순간은 다르다고 생각해.

중학교 3년 동안 즐겁고 행복한 일도 있겠지만 슬프고 힘든 일 괴로운 일도 있을 거야.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경험하면서 너의 마음도 그 시간만큼 자라게 되겠지. 힘이 들 땐 그 시간들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너의 찬란한 순간을 위해 너만의 진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기억하면 좋겠어. 하지만 힘에 부칠 땐 언제든지 엄마아빠에게 손을 내밀어주렴. 항상 네 곁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게.

큰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하루를 계획하고, 그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또한 아주 멋진 일이라는 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이번 공감캠프를 통해 너에게 엄마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네가 되었으면 좋겠어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해~

조금 유치하지만!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해




내게 선물이 된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