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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Nov 25. 2023

그들이 밤 12시에 일어나는 이유

남편과 아들

밤 12시 정각.

알람이 울린다.

다들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우리 집 잠든 이들을 일으켜 세운다.

남편과 아이는 미리 준비해 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가방을 둘러멘 채 집을 나선다.

밤 12시 30분 집을 나선다


산행을 가기 전 날은 배낭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더욱이 추워진 날씨 탓에 겨울 산행을 준비하는 마음은 늘어놓은 물건들만큼이나 어수선하다.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백두대간 종주 탐사대가 있다. 기수별로 운영되며 대략 1년 반 동안의 여정을 목표로 한다.


이번 산행은 50여 명이 함께 하기로 했다.


버스 두 대.

차량 이동 시간 편도 3시간.

산행거리 약 20km.


강원도 태백에서 시작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제법 긴 구간이다.

새벽 1시에 집결해서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0시 30분.

이번 산행 지도


쉽지 않은 스케줄 탓에 전날은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들어 한 시간이라도 더 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투적으로 준비물을 챙기고 일찌감치 자려고 마음 먹지만 오늘도 글렀다.

준비가 끝나니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랴부랴 잠을 자라 아이를 독촉한다.

물론 버스에서 이동하는 동안 눈을 붙이겠지만 불편할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재우려 안간힘을 쓴다.

남편도 산행을 가는데 내 신경은 온통 아들에게 가 있다.

'다 큰 아들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는 산행은 체력적으로 많이 불리해지므로 이 순간만큼은 극성 엄마가 되어 보기로 한다.


아이와 남편의 산행을 응원한다.

누군가는 '어차피 내려올걸 왜 힘들게 올라가냐'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산행은 그 이상을 주는 것이 틀림없다.

처음엔 그냥 다들 가니까 호기심에 산행을 시작한 아들도

'힘든데 왜 자꾸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라는 나의 질문에  

'엄마, 산이 힘들긴 한데요. 친구들과 같이 가서 즐겁고 높은 데서 보는 경치는 정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뻐요'라고 이야기한다.


산행 중 아이가 찍었던 풍경 사진


언젠가 4만 8 천보를 내리 걸었던 산행에서도 아이는 다음 산행을 약속했었다.

산행을 하면 육체의 고단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과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매력도 누릴 수 있으니 이만하면 귀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아이는 아름다움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조금 더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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