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도장 깨기
해외여행이나 국내 여행이나, 하다못해 친구 만나러 새로운 동네를 방문하게 되어도 늘 하는 고민.
어디 술집/맛집을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나나~?
소문날 만큼 멋진 곳이라 함은 자고로 음식과 술이 맛있어야 하고,
신기하고 멋진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카메라가 쉴 새가 없어야 하며,
시간대에 맞춘 적절하고 힙한 음악 선곡과 멋진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멋진 장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craft #수제
이제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수제 카테고리는 점점 희소성 있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수제 두부, 수제 가방, 수제 비누, 수제 로스팅... 등등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숨은 보석 같은 장소를 찾아낼 수 있는 팁은 바로 수제 맥주이다.
그렇다.
사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제 맥주 브루어인 남편을 따라다니며 서당개의 눈으로 배운 풍월을 뽐내보고자 한다.
맥주는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크래프트 계의 입문 아이템이다.
우리나라는 카X와 하X트 때문에 라거 맥주가 익숙하지만 라거는 그중 일부일뿐 수제맥주는 와인만큼이나 그 종류와 맛이 무궁무진하고, 맥주 브랜드들도 많아 쉬운 엔트리 난이도에 비해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과 같은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다.
1지역 1브루어리 법칙
세계 어떤 지역엘 가도 지역마다 항상 멋지고 힙한 맥주 브랜드가 반드시 하나 이상 있는 법칙이 있다.
이런 곳에도 브루어리가 있을까 싶었던 베트남 오지나 산토리니 섬에도 브루어리는 꼭 있었다.
혹시 포X몬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해하기 쉽다.
포켓X 리그는 각각의 마을마다 고유 색깔이 담긴 체육관(도장)이 있어 체육관을 하나하나 격파하면서 배지를 받는 시스템인데 이 수제맥주 세계도 그와 비슷하다.
브루어리들은 각양각색 고유의 로고와 스토리가 있어, 새로운 수제 맥주 브랜드를 확인하는 것은 새로운 체육관 배지를 획득하는 것처럼 아주 즐거운 일이다.
이제 한국도 3-4년 전부터 소규모 양조장 관련 법이 바뀌면서 이제 우리나라 모든 지역 곳곳에 지역을 대표하는 여러 수제 맥주 양조장들이 생겨나 대한민국 지도를 여러 수제맥주 브랜드들로 꽉 채우게 되었다.
이미 너무 유명한 서울의 아트몬스터, 강릉의 버드나무, 대전의 더랜치브루잉, 부산의 고릴라, 제주도의 맥파이 등등
양조장이 들어서기 최적의 장소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지거나, 번화가에서도 발전이 낙후된 지역의 폐공장들이다.
넓고 싸고 음침한 곳.
가난한 예술가와 몽상가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꿈을 펼치기 쉬운 곳.
바로 새로운 트렌드가 태어나는 곳이며 브루어리가 멋진 이유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수제 맥주 양조장은 그 브랜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브랜디드 펍이 함께 있어서 막 만든 신선한 수제 맥주뿐 아니라 시즌별로 한정 생산하는 수제 맥주들까지 맛볼 수 있다.
실제로 편의점이나 술집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수제 맥주는 그 맥주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맥주의 극히 일부이다. 보통 양조장들은 철 따라 재료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맥주들을 늘 시도하는데 그 대부분을 수제 맥주 브랜드 펍에서만 판매한다.
물론 술을 파는 곳이니만큼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와 음식들도 갖추고 있다.
단순 땅콩과 오징어가 아닌 브랜드 테마와 특성에 맞춘 수준급의 수제, 크래프트한 음식들이기에 음식만으로도 찾아갈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물론! 가족 단위나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논알코올 드링크 메뉴도 있으니 술을 싫어하는 사람도 브루어리의 팬이 될 수 있다.
자체 레스토랑이 없는 경우 근처에 높은 확률로 아주 맛있는 음식점이나 푸드 트럭 등이 있다!
음식과 술 판매 허가가 까다로운 외국의 경우 브루어리에 외부 푸드 트럭들이 2~3개씩 있는데 이 푸드 트럭만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훌륭한 수제 요리들이 아주 훌륭하다.
잘 먹고 잘 마시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만약 그 양조장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격파했다면, 체육관 배지 대용으로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나 텀블러 등의 굿즈를 구입할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는 미켈러(mikkeller). 미켈러 브랜드 펍에 방문할 때마다 늘 쌈짓돈을 털어 각종 굿즈를 바리바리 사 오곤 한다.
남편은 티셔츠를 모으는데 세계 곳곳 양조장에서 모은 티셔츠들은 남편의 자랑거리이자 최고 애장품이기도 하다. (단점은 여행 중 티셔츠의 브루어리를 알아보는 다른 맥주 덕후를 발견하면 끝이 없는 수다로 이어질 수 있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브루어리 기념품은 바로 맥주. (캔보다 병, 더 오래 맛이 보존된다.)
그 브루어리에서 가장 맛있었던 맥주를 사 와서 시간이 지나고, 그 맥주를 다시 마실 때에면 그 여행에서의 즐거운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행복해진다. 가끔 버리기 너무 예쁜 맥주병들은 꽃병으로도 아주 탁월하다.
수제 맥주에 흥미가 없었던 나는 남편이 어딜 가나 그 지역의 브루어리부터 검색해서 방문하는 통에 굉장히 심술이 났었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브루어리마다 색다른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구경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즐거운 일이었다!
맥주를 설명하는 메뉴판부터 음식, 인테리어, 사람들 모두가 그 브랜드의 독특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 어른의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점점 나도 모르게 여기는 무슨 브루어리가 있나~~? 하고 이 크래프트의 세계에 스며들어버려 이렇게 서당개 풍월을 읊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지역에 가서 만약 어딜 갈까 고민된다면 그 지역의 브루어리를 찾아보자.
그래도 영 브루어리가 싫다면 단순 크래프트로 검색해봐도 좋다.
(사실 제주도의 유명한 해녀 라면도 수제로 해산물을 픽업하는 크래프트의 일종 아닌가?)
그 지역에서만 맛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크래프트 컬처가 여행의 시간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
크래프트 비어 도장 깨기를 위한 어플 추천!
Uptapped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수제 맥주와 브루어리에 대해 별점을 매기면서 배지를 획들 할 수 있는 수제 맥주 세계의 맥주 도감 어플이다. 아직 아무도 후기를 남기지 않은 브루어리 혹은 맥주에 제일 먼저 별점을 매길 때의 희열이 대단하다. 또한 나만의 수제 맥주 지도를 만들어 나의 도장깨기 발자취를 확인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