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그늘

by 헤일리 데일리

스무 살 청년이 있다. 악마 같던 어머니에게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방황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에겐 아픈 아버지가 있기에 섣불리 을 떠날 수가 없다.


그는 여자 말은 믿지 않는단다. 자기변명, 합리화, 가스라이팅을 일삼던 어머니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책임지질 못할 행동을 하고는 도리어 숨어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녀가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아서 그랬노라고 비겁한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오히려 배신감을 느꼈다고 피해의식을 가장한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하지만 그가 어머니의 그늘에 몸서리치며 살기엔 그에겐 양지에 남겨진 유산(遺産)이 있다. 친모를 대신하여 자애로움으로 그를 품어준 작은 어머니(아버지의 내연녀), 삼촌처럼 다정했던 아저씨들, 넓은 세계를 보여준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인의 선택에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 등. 이들 모두 애정과 따스함으로 그의 유년시절을 함께 했다. 악마 같은 어머니 탓만을 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친모와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살았었다.


그는 우연히 고향 아주머니를 만 반가움과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살아계셨다면 비슷한 연배였을 작은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 그리움에 아주머니께 문득 명절 선물을 사드리고 싶은 생각을 갖는다. 그렇다. 그는 본래 선한 사람이다. 괜히 어머니에 대한 분풀이를 애꿎은 사람들에게 하고 있을 뿐이다. 비겁하게.




그를 보며 느낀다. 부모의 그늘, 그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지만 마냥 그 그늘에 안주하며 누구 탓을 하면서 살기엔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못난 부모 밑에서 자랐을지라도 훌륭한 하나의 개체로 거듭난 이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출처:https://yklawyer.tistory.com/m/1906


오늘 글은 토지 10권(마로니에북스) 중 12장 <강물에 띄워 보내고>를 읽고 쓴 글이다. 결국 그(홍이)는 미안한 마음에, 좋아하는 그녀에게 줄 신발을 산다. 하지만 그 신발을 강물에 던져버리며 한 챕터가 끝이 난다.


과연 홍이가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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