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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tal clear Jul 11. 2017

할아버지의 바다

강릉

외갓집하면, 탁 트인 동해바다가 생각난다.


할아버지는 몇십년을 살아오신 강릉 작은 외갓집에서 잠드셨다. 엄마는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일곱 남매를 먹여살리느라, 안해본 사업이 없다고 했다. 한순간도 치열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생의 마지막에도, 할아버지는 이모에게 "너희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할아버지댁은 햇살이 아주 잘 드는 집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할아버지가 기른 일곱 남매는 아주 단단하게 성장했다. 그리고 그 남매들이 장성하여 낳은 아이들, 심지어 그 아이들의 아이들까지 기운넘치게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바다는 넓다. 


우리 가족은 운좋게도 할아버지를 바다가 보이는 좋은 자리에 모실 수 있었다. 마치 할아버지가 바다를 품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날, 엄마는 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핸드폰에 찍어왔고, 나는 예쁜 강릉 바다를 핸드폰에 담아왔다. 


나는 이제 바다를 보며, 할아버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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