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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 Hailey Mar 27. 2022

읽은 책 오래 기억하는 방법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한 권을 다 보면 독서노트에 책 제목과 저자 이름, 읽기 시작한 날짜와 마지막 장을 덮은 날짜를 기록한다. 밑줄 그었던 문장도 옮겨 적는다. 마지막으로 내 소감을 짧은 문장으로 적고 주관적인 별점을 매긴다. 나만의 독서노트가 만들어진다. 한 권씩 읽은 책 목록이 늘어갈 때 느끼는 뿌듯함은 덤이다.


이렇게 독서노트를 적는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밑줄 그은 문장을 정리하는 일이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에는 꼭 밑줄을 긋는다.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거나, 나중에 내 생각을 덧붙이고 싶은 문장들이다. 읽는 중에 밑줄칠 땐 그 양이 별로 안 되는 것 같은데, 막상 다 읽고 확인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양에 놀란다. 놀란만큼 좋기도 하다.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는 거니까.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짧은 요가를 마치고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준비한 뒤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켰다. 왼쪽에는 전자책 앱을 켠 아이패드를 두고 어제까지 읽은 책을 다시 열었다. 최근 며칠 안에 읽은 책인데도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밑줄 그은 문장을 한 문장씩 눈으로 훑는다. 읽는 중에 했던 생각들이 알아서 다시 떠오른다. 반복하여 문장을 읽고 생각을 곱씹는다. 가끔 멍하게 책상 너머 창 밖을 본다. 다시 노트북 자판 위의 손가락들을 움직인다. 타닥타닥 소리를 들으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쉽게 지나가버린다. 두리뭉실했던 책의 내용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요즘도 글이  써질 , 심심할 , 심란할 , 책에서    잠언에 전율할 , 인터넷 댓글에서 삼라만상의 진리가 읽힐 , 유독  단어가 섹시해 보일 , 수첩을 펴고 노트를 열어 그대로 따라 쓴다.  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는 일종의 백팔 배를 하는 심정과 비슷한데 의식의 따라감은 없고 관절의 움직임만으로 시간이 채워지는 충만함이 좋다.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빠뜨린  없는 지적인 글의 권위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달콤하고, 멋진 글을 보면서 모처럼 질투심과 소유욕에 휩싸이기도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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