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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일리플로우 Jan 29. 2021

조수석에도 못 타던 내가 베스트 드라이버?

운전이 엄두가 안 나는 사람에게

운전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얼마나 편리함을 주는지에 대하여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었다.


특히 40대에 운전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운전을 해온 엄마는 만일 엄마가 운전을 할 줄 몰랐다면 인생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이 얼마나 줄어들었을지를 이야기하며, 꼭 운전을 배우라고 하셨었다. 그럼에도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그래도 난 운전은 평생 못할 것 같아"



내가 얼마나 운전에 대한 겁이 많았냐 하면, 나는 일단 차의 조수석에 조차 앉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조수석에 앉으면 속도감이 뒷자리에 앉은 것과는 달리 너무 빠르게 느껴졌다.

아니 조수석에도 못 앉는데 운전을 어떻게 해요..!


이런 내게 강제 운전석 탑승권이 쥐어졌다, 미국의 그 많은 주들 중 캘리포니아로 인턴을 가게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차가 없이 생활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캘리 안에서도 내가 머물던 지역은 차가 없이는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곳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면허를 따고 미국에서 처음 오롯이 나 혼자 운전을 해 회사를 갔던 첫날!

회사에 도착하니 너무 긴장한 나머지 등에 담이 온 것처럼 아팠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하루 운전을 느꼈던 아주 신기한 사실은, 내가 운전을 정말 좋아하고 즐기사람이었다는 거다.

미국은 주마다 국제운전면허 사용 가능 기한이 다르니, 자신이 가는 주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인정해주는 기한을 확인하고, 해당주의 면허를 따야한다.


놀랍지 않은가? 조수석에 타는 것조차 무서워 타지 못하던 내가, 막상 해보니 운전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주책맞게도 운전을 하던 중 울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그 눈물은 슬퍼서가 아니라 드라이브를 하며 펼쳐지는 풍경들이 너무 아름다워 흘린 '행복한'눈물이었다.


해보기 전엔 두렵기만 하던 속도감이, 막상 직접 보니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주었다. 내게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줬다. 비 오는 날 차분한 노래를 들으며 달릴  느껴지는 그것 만의 분위기를 알려줬다.


그때 느꼈다.


'해보기 전엔 절대로 알 수 없다고'


만일 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내게 찾아오지 않았다면 난 결국 면허조차 따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난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까지 느끼는 운전을 평생 '무서워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 치부하고, 그냥 그런 줄 알고 살다 인생을 마무리했을 거다.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꼭 운전이 아니더라도 이런 일은 세상에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 사실은 나의 운명 같은 일일지도. 그러니 해보기도 전에 겁을 먹고 단정 짓지 말자고 되뇌었다.

이 소중한 경험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이든 해보기도 전에 판단하고 쉽게 단정 지어버리지 않게 되었다.


내게 늘 힘을 줬던 김연아 선수의 말을 두고 간다.


"처음부터 겁먹지 말자,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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