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피드백이 나를 통과하여 후배들에게 가닿을 때
#1. 지난 한달 간 어느 대학의 산학 협력 프로그램으로 우리 팀에 인턴 연수생 한 명이 배치되어 왔다. 여느 인턴처럼 싹싹하고 깍듯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유난히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친구가 내게 답 메일을 보내오며 인삿말처럼 남긴 아래의 문장이었다.
"책임님, 항상 꼼꼼하게 피드백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신입, 그것도 인턴 연수생에게 꼼꼼하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모름지기 선배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 아닌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행위에 대한 고마움을 매번 짚고 넘어가는 그 인턴을 보면서 나야말로 '보통 감사하단 말로 퉁치는데, 이 친구야말로 고마운 이유를 매번 정확하게 짚어주는 피드백의 귀재로군.' 이라 생각하고 넘겼더랬다. 내가 평소에 너무 바빠서 신경을 많이 못 써줘서 그런가, 당연히 받아야 할 피드백에도 감복하는 모습에 미안함이 배가 되기도 했다.
#2. 세달 전에 입사한 신입사원과도 요즘 자주 일을 한다. 그 친구에게도 역시 일을 하면서 여러차례 피드백을 줬는데, 그럴 때마다 이 친구는 내게 이렇게 화답을 해온다.
"이렇게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피드백 주실수록 저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친구는 그냥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꼼꼼함'과 '구체성'을 콕 짚어서 표현을 해왔다. 매우 라떼스럽지만 내 신입 시절만 해도, 선배들이 무엇을 알려주면 그저 고맙다고 하거나, 그것을 당연히 여기고 '알겠습니다'라는 무미건조한 답을 했던 것 같은데..요즘 친구들은 감사 인사도 정확하게 하는데다, 피드백을 지금처럼만 달라며 은연 중에 어필하기까지 한다. (저런 얘기를 한번 들은 이상, 마음에 부채가 생겨서 꼼꼼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그 신입사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이 친구가 걸어온 박사 과정은 홀로 연구하고 분투하는 과정이었기에, 누군가로부터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은 좀처럼 드물었다고. 박사 과정을 중간에 잘(?) 그만두고 취업해서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는 입장이 되니 너무 좋다는 그녀를 보며, 여전히 우리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피드백하고 있지 않구나, 그리고 우리는 이리도 피드백을 원하며 사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신입 때 빨간펜으로 손수 피드백을 기입하고, 그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업무 지도를 해 주던 선배가 기억난다. 감사하게도 첫 회사에서 여러 일잘러 선배들로부터 피드백의 정석을 경험한 덕에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나아가 지금의 후배들에게 꼼꼼한 피드백에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선배들의 피드백이 나라는 매개를 통해 나의 후배들에게까지 가닿는 느낌이랄까..소통은 이렇게 세대를 거쳐 우리에게 연결되었다는 소중한 감각을 제공한다.
어디 그 뿐인가, 후배들로부터 꼼꼼하고 친절한 피드백을 주어 고맙다라는 얘기를 듣노라면 내가 제법 괜찮은 선배가 된 것만같은 자뻑(?) 또한 덤으로 얻게 된다.
오늘도 역시 피드백을 통해 영향과 에너지를 주고 받고, 작은 신뢰 한겹이 쌓이는 느낌을 받았다.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연결됨을 감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감각 때문에 고단한 회사생활이 의미 있어지는 것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