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기억마저 사라질까 봐
두려운 우리에게

친구와의 대화(1)

by 하일

어딘가에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하루.

마침, 오늘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작은 울림을 느껴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절절하게 사랑했던 이와 끝을 마주했을 때에 대해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헤어져도 친구로 지내면 좋겠어. 그 추억이 다 사라지잖아. 제일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랑 손절한 기분이야. 그게 너무 마음 아파. 좋았던 기억들까지 없어지는 게 아쉬워."


'맞는 말이지...'


그러면서도,


애써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척 말을 건넨다.


"마음을 달리해 봐. 그 기억들을 그 사람에게 찾지 말고 너 자신에게서 찾아. 필연 애인뿐만 아니라 우린 언젠가 서로에게 멀어질 수밖에 없잖아."


그렇다.


우리 모두는 정말 언젠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사이일 것이다. 그 극단은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면 되지 않을까.


다시 친구는 말한다.


"죽을 때까지 그런 기분 피하고 싶어. (나는) 회피형이야. 완전."


누가 소중한 것과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릴없이 그것을 회피하고 싶은 게 나와 당신이거늘.


그럼에도 내가 자꾸만 의식적으로,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 모두를 거스르는 말들을 내뱉는 건, 내가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절절했던 추억이 사라지는 고통을 감당할 용기가 없어서, 나는 그 상흔이 생기는 것을 피하려고만 했다. 친구에게 '너 자신에게서 기억을 찾아라'라는 이성적인 조언을 건네는 순간에도, 사실 내 속은 뜨거운 파도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파도가 나를 덮칠까 봐 두려워, 재빨리 이성이라는 방파제를 쌓아 올린 거겠지.


내 조언은 친구를 위한 것이기 이전에 나 자신을 위한 필사적인 방어였다.


그러나 이 역설은 내가 그 관계와 추억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방증하는 게 아닐까. 고통을 감당할 용기 따위는 없다만, 상실의 아픔을 인정하는 마음만큼은 선명히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자신이 조금 우습다.


담담함보단 조심스러움으로 이별을 대하는 나의 발걸음.


그런데, 뭐 어쩌겠어...


당장 용감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겁쟁이니까, 그 소중한 기억을 마음 깊은 곳 어디엔가 숨겨두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다 써놓고 읽어보니, 참 재미없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