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비교하지 않음에 대해

by 이유진

"아구 이뻐라. 어쩜 이렇게 속눈썹이 길어?"


아이가 귀한 시대인 만큼 두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서면 알은체를 하시고 귀여워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아이를 귀엽게 봐주시니 나도 내심 기분이 좋고, 감사한 마음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그 표현이 조금 지나쳐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대부분은 아이를 보며 싱긋 웃으며 지나치거나, 귀엽다고 한 마디씩을 건네신다. 그러다 한 번씩 너무도 거리낌 없이 아이 얼굴을 쓰다듬거나 덥썩 만지는 분들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흠짓 놀라게 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드문 케이스이긴 하지만 너무 귀여워한 나머지 당신의 얼굴을 아이 얼굴에 대고 사정없이 비비는 어르신들도 있는데, 얼마 전에 딱 그랬다.


지난주에 남편과 아이 둘을 데리고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던 길이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두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갔는데, 이제 갓 두 돌 된 우리 둘째 아이는 조그마한 아이가 킥보드를 씽씽 타는 모습이 신통방통해 보이는 탓인지 유독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그날도 그랬는지 머리가 새 하얀 할머니께서 둘째 아이를 보자마자 귀엽다고 하시며 두 손으로 대뜸 아이 얼굴을 쓰다듬다가 갑자기 당신의 얼굴을 비비대며 어쩔 줄을 몰라하셨다.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이건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나쁜 의도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저 할머니께서 어서 아이를 놓아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당황한 얼굴을 봐서인지 아니면 본인 역시 불편함을 느껴서 인지 갑자기 남편이 할머니께 한 마디 질문을 던졌다.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역시 칼 같은 남자)


그제야 할머니는 깜짝 놀란 듯 "아이구, 그럼. 같은 아파트 살잖아."라고 대답하셨지만 사실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분이었다. (우리가 나온 출입구로 들어가셨으니 아마 같은 단지에 거주하시는 분은 맞을 것이다.) 아무튼 뭔가 게운치 못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돌아서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남편은 나에게 진짜 아는 사람 맞냐고 채근했는데, 어쩐지 그 상황에서 아니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어. 그렇지 같은 아파트 맞아"라며 대충 얼버무려 버리고 말았다.


"좀 과하시긴 했어?"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아니지."

"그래도 저 할머니는 시완이도 예쁘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야."


사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귀여움을 표현하는 지나침에 대한 것보다는 은연중에 둘째 아이에게만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할머니들의 과한 표현에 당황스러울 때는 있지만 살아온 시절이 너무 다르고 또 어떤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편이다. 게다가 얼굴을 비비는 등의 과한 접촉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내가 우려되는 것은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 대한 은근한 비교이다. 항상 둘을 데리고 이동하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비교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내 눈에는 두 아이 모두 귀엽기 그지없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5살 첫째 아이보다는 이제 갓 두 돌 지난 둘째 아이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듯싶다. 볼이 통통한 어린 동생에게 시선이 먼저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보다 어린 아기들에게 눈이 먼저 가는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한 번은 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었다. 때마침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할머니와 가는 방향이 같았는지 함께 걸어갈 일이 있었다. 문제는 그 할머니께서 가는 내내 둘째 아이에게만 관심을 가지며 예쁘다 귀엽다는 말씀을 끊임없이 하셨다는 것이다. 킥보드를 타는 게 너무 신통방통하다고 어쩜 저렇게 잘 타나며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결국에는 당신 손주 이야기를 꺼내시며 아이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으시는데, 미처 할머니를 거절하고 먼저 앞서 갈 타이밍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괜히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며 관심을 돌리려 애쓰지만 우리 아이 예쁘다고 하시는 그 말을 모른 체 하며 나 몰라라 내빼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렇듯 길을 가다가 아이 둘을 알은체 하시는 분들 중 열에 아홉은 둘째에게 먼저 말을 건다. 귀엽다고, 어쩜 이리 예쁘다며 아이에게 시선을 맞추는 데, 둘째들의 특성상 (생존 본능이 때문인지) 곧잘 웃음도 남발하기 때문에 싱긋 눈웃음이라도 한 번 날려주면 그야말로 그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진다. 문제는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듣고 있는 우리 첫째 아이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 둘째가 예쁘다고 접근하면 첫째 아이 눈치부터 보인다. 언젠가부터 아이는 둘째에게 향하는 그들의 관심을 그저 지켜보고 있다가 '안녕하세요?'라며 상냥하게 인사한다. 그러면 그제야 첫째를 알아보고 '형아도 이쁘네'라고 말씀해 주시곤 하는데, 그중에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해 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알은체를 하는데 그치거나 혹은 그 인사마저도 듣지 못하고 자신의 갈 길을 가시는 경우가 많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마음이 짠한지 모른다.


내 눈에는 첫째 아이가 훨씬 잘생겨 보이는데, 할머니 혹은 아줌마들 눈에는 왜 둘째만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요즘에는 둘째를 귀여워해 주시는 그들에게 딱히 거들지 않고 그저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고 나면 항상 첫째 아이에게 '우리 시완이가 훨씬 잘생겼지'라고 말하며 지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다고 솔직하게 위로해준다. 시완이가 아기였을 때에는 훨씬 더 귀여움 받았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그러면 그제야 씩 웃으며 타고 있던 킥보드를 쌩쌩 밀며 저만큼 멀어진다. 물론 한 번씩 경우가 밝으신 분들이 있어서 한 아이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두 아이 모두에게 동시에 인사를 건네며 귀여워해 주시는 분들을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가슴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무래도 더 어린아이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우리 시부모님도, 우리 부모님도 둘째가 걸음마하던 시절에 둘째를 먼저 알은체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신들도 그런 마음인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오죽하랴.


아이를 귀여워해 주시는 그 마음에는 모두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다. 나를 칭찬해주는 것보다 더 기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 아이가 있을 때, 한 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관심 가져 주시는 것만은 조심해주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사실 의도하지 않게 행하는 일이라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면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이러한 일들을 몇 번 겪기 전까지는 동네에서 마주하는 막내들에게 먼저 알은체를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실제로 막내 아이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지라도 그걸 애써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왕이면 첫째들에게 먼저 알은체를 하고, 꼭 두 아이 혹은 세 아이 모두에게 한 마디씩을 건넨다.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비교당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 비교당함으로 인해 초라한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정작 비교를 행하는 사람은 자기가 그런 행위를 한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가운데 자존감을 지키는 것으로 지탱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어린 시절부터 그것을 느껴서 좋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어린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비교는 무엇보다 금기해야 할 사항이 아닐까 싶다.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그저 형제를 키우는 부모라면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에게 행하는 비교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형제관계는 어찌 보면 서로가 의지가 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박터지는 경쟁관계이다. 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모 그리고 어린들의 세심한 배려가 정말 필요하다. 우리가 내뱉는 의도하지 않은 많은 말들 가운데 우리 아이들을 누군가와 비교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바로 우리 가정에서 부터 말이다.



*표지 사진 : Photo by Kevin Gent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