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에서 특별전으로 마네-드가 전을 한다기에, 아니 이런 안일한 기획이라니.. 싶었다. 이미 오르세에 넘치는 게 마네, 드가 작품 아니던가. 물론 오해였다. 인상주의가 유명해진 건 대중의 호응도 있었지만, 급증한 수요를 맞춘 작가들의 성실한 공급도 큰 역할을 했다. 마네, 드가도 그림을 무지하게 그렸고(드가는 심지어 오래 산) 이번 기획전에도 숨은 걸작이 많이 공개됐다. 그렇다면 왜 마네와 드가를 엮었는가. 라임 맞는 마네, 모네나 화풍 비슷한 르누아르, 드가가 아녔을까. 사실 한 살 차이였던 마네랑 드가는 긴밀한 관계였다. 서로 재능은 인정했지만,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그래서 창작자들이 동료에 흔히 갖는 양가적 감정, '걔 재능은 있는데 솔직히 그림은 쫌..'같은 말을 주고받던 사이였다. 그래도 둘은 익숙한 양식을 좇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던 예술가적 자존감이 충만했고, 목욕 그림처럼 은연중에 닮은 작품을 꽤 남겼다. 오르세 큐레이터들은 역시 허술한 사람들이 아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