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살면서 무엇이 가장 무거운가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는 아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아들을 둘러업고 걷기 시작했다.
아들을 업었지만, 아빠는 무거운 기색이 조금도 없이 힘차게 걸어갔다.
마치 달리는 듯이 힘차게 걷던 아빠는 전화기가 울리는지 주머니를 뒤지다가 아들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으며 아빠는 점점 어두운 표정이 되어갔고 표정이 굳어져 갔다.
전화기에 대고 말도 못 하고 머뭇거리던 아빠는 전화를 끊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때부터였다. 아빠는 다시 아들을 업지 못했다.
아들을 걷게 하며 아빠도 간신히 걷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아들이 앞에서 아빠를 끌고 가듯이 손을 끌고 걷기 시작했다.
아빠는 무거운 발걸음을 간신히 간신히 떼면서 아들을 따라갔다.
가다 서고 가다 서던 아빠는 힘든 듯이 하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아빠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빠는 앞서가는 아들의 뒤통수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천근만근 같은 발걸음을 간신히 옮겼다.
아들이 없었으면 걷지도 못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헤어밴드맨과 중년의 아주머니가 스트레스 연구소의 홍보부스 앞에서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머니가 헤어밴드맨에게 말했다.
"부자지간 같은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빠가 아들을 가볍게 업고 가더니만, 어디서 온 전화인지 몰라도 전화를 받고 나서는 아빠가 잘 걷지도 못하네요."
헤어밴드맨이 대답했다.
"누군가가 아빠한테 엄청나게 무거운 걸 올려놓았네요."
중년의 아주머니가 물었다.
"엄청나게 무거운 거요? 그게 뭔지 보이세요?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던데."
헤어밴드맨이 대답했다.
"네,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
바로 마음이지요."
중년의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헤어밴드맨이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무겁고 큰 산도 사람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옮길 수도 있어요.
그러나 마음의 무게는 다르죠.
그 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요. 그래서 아무리 힘센 사람도 마음의 무게를 느끼는 순간이 오면 다리가 풀려 버린답니다.
그 지독한 무게는 한 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은 다시 짊어지고 싶어 하지 않지요."
그 얘기를 듣고 중년의 아주머니가 얘기했다.
"저도 그 마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상담을 받으러 왔어요.
제가 젊을 때는 먹고사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덕분에 지금은 먹고살 만하거든요.
근데 요즈음 저는 날마다 죽고 싶어요.
우리 남편도 보기 싫고, 집도 들어가기 싫고, 세상 살기가 싫어요.
정신병원에서 약을 받아먹어야 잠도 간신히 든답니다."
헤어밴드맨이 대답했다.
"세상에 그대로 두어야 하는 사람과 사연을 마음속에 넣으셨나 보네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집어먹으면 마음이 된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고통스러운 짐이죠."
중년의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맞아요. 전에 가진 게 없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잃어버리고 잘못될까 봐 걱정이 끊이질 않아요.
제 젊은 애인도 없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제가 늙었다고 떠나버릴까 봐 걱정돼요.
그러면서도 혹시 남편이 이 사실을 알까 봐도 걱정되고 자식들이 알까 봐도 걱정돼요. 정말 미치겠어요. 아주 죽고 싶어요.
그 사람은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고 싶을 때 위로가 되어준 사람인데 이제 애인조차 고통의 원인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이제 어떻게 하죠?"
중년의 아주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제가 부도덕한 여자라 이렇게 된 걸까요?"
헤어밴드맨이 대답했다.
"글쎄요.
누구나 사람은 자기가 가진 마음인 생각 속에서 그것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며 고생을 하는 중이거든요.
말씀하신 내용은 사회적 관념에서 부도덕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조금 전에도 보셨다시피 마음의 힘은 너무도 강력하답니다.
그래서 마음속에 갇혀 있는 사람은 심판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제게는 보입니다.
마음에서 벗어나야 순리적으로 원하는 삶도 살고 행복하게 살며 인간완성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우선 마음을 비우는 게 먼저입니다.
링거 꽂고 누워있는 환자는 치료가 먼저인 것처럼 말이죠.
환자에게 갑자기 아프지 말라고 하면 그럴 수 있겠어요?
부부가 되어서 서로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지요.
그러나 그에 대한 비난은 저의 몫이 아닙니다.
제가 하는 역할은 스트레스인 그 마음에서 벗어나서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인 참 마음을 찾도록만 도와드리는 겁니다.
나를 자유롭게 하고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천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진짜 마음이죠.
저는 그 마음을 찾으셔서 순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기만 할 거예요.
심판은 하지 않습니다. 그럴 자격도 없고요.
누구나 명상을 통해 진정으로 자기를 돌아보면 똑같을 겁니다.
마음에도 겉과 속이 있다는 거 들어 보셨나요?
이중마음이라고 하는데.
알고 보면 사람은 누구나 이중마음입니다. 사실은 수십 중 마음이죠.
명상을 하다 보면 나의 포장된 마음인 겉마음을 넘어 속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진짜 내 마음인 속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정말 소스라치게 놀라죠. 끔찍하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남을 심판할 자격이 없음을 알게 되죠. 사람이 왜 고통을 받는지도 알게 되고요.
지옥이거든요. 나의 속 마음이요. 가장 끔찍한 지옥입니다. 그걸 안고 사는 거죠.
그런데 사람은 마치 장님처럼 속 마음은 못 보고 자기의 겉마음만 보이기 때문에 고통의 원인을 못 찾는 겁니다.
자기를 믿어버리는 거죠. 내가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문제다. 세상이 문제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자석과 같아서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그 마음과 똑같은 상황을 세상에서 끌어당깁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 마음이 지옥이면 나는 무엇을 어떤 상황을 잡아당기고 있는 걸까요? 한 번 맞춰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