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fe with Fugue Mar 02. 2021

츄멘자나와 면 이야기


Chiummenzana

요즘 가장 꽂혀 있는 파스타는 바로 이 츄멘자나이다. 요리랄 것도 없이 간단한데 너무너무 맛있기 때문이다. 재료와 조리법이 심플할수록 원물의 퀄리티에 맛이 크게 좌우된다. 내가 파스타를 만들 때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면다. 데체코나 루스티켈라 아브루초 정도가 마지노선이고, 대부분은 구리 금형을 사용해 만든 고급 아티잔 파스타를 고집한다. 색이 하얗고 겉면이 투박한 것일록 품질이 좋다. 삶는 데 한참 걸리지만 그 맛은 대량생산되는 공산품과 비교할 수 없다. 이 날은 베네데토 카발리에리의 메치 리가토니 파스타를 사용해 만들었다. 이 브랜드의 건면은 즐겨 사용하는 그라냐노의 젠틸레社와 마찬가지로 치ᄅ로(Cirillo) 공법을 사용해 만드는데, 자연풍에 장기간 건조해 만든 듀럼 세몰리나 건면의 질감과 풍미를 다소 단시간에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공법이다. 산마르자노 토마토와 오레가노가 자아내는 상큼하고 향긋한 밸런스가 입맛을 돋운다. 좋은 오일을 듬뿍 사용하고, 마늘과 페페론치노도 한껏 넣었다. 맛과 향 모두 일품이다. 간단한 조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만들어 팔면 접시당 25,000원은 받아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현지의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 수고와 고집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잘하는 식당들도 많아질 것이다. 공급의 질은 대개 수요의 질을 그대로 반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카쵸 에 페페, 변증법적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