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떠나는 모험의 종착지
유난히 바쁜 일정이 끝나고 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유난히 아침에 눈이 빨리 뜨였다. 그리고 유난히 날이 따스했고, 유난히 혼자인 게 싫었다. 혼자인 걸 싫어하는 내가 싫었다. 낯설고, 잘못된 것만 같았다. 그런 스스로에게 '혼자여도 나는 괜찮아'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서 무작정 나섰다. 어디를 갈까. 부산? 울산? 공주? 일단 나에게 혼자여도 괜찮다는 '충만함'을 느끼게 해 주려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따라가야 했다. 책, 고양이, 고즈넉함, 아늑함...
그렇게 '아지트'라는 이름으로 저장해 뒀던 '파이키'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울 종로에 자리 잡은 파이키는 창문 너머로 종로의 담벼락이 보이고 담벼락의 아래에는 노란 고양이들이 유유히 지나간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모든 요소를 가진 공간이었다. '파이키'를 가기로 마음을 먹은 그 후는 일사천리였다. 서울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기차표를 끊었다. 그리곤 예쁜 옷보다는 가장 나다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사실은 시끄러운 서울을 싫어한다. 사람이 많은 것에 유난히 힘들어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서울을 내가 원해서 가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내가 '파이키'를 가기 위해 서울에 도착했다. 서울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이어폰을 귀에 꽂아 넣었다. 그리곤 주변 사람들이나 주변 차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파이키'로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붐비는 역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인파를 헤치고 '파이키'에 도착했다.
'이 문을 열면 탐험이 시작된다.'라는 문구를 보니 가슴이 쿵쿵 뛰었다. 이 탐험을 위해 용기를 내서 인파를 헤치고 여기까지 왔다. 마음속에 피어나는 설렘과 모험심을 담아 조심스레 손잡이를 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간 파이키는 그야말로 '이스터에그'의 천국이었다. 어디를 앉든 당신을 위한 이스터에그가 있는, 당신아 누구든 당신의 아지트가 될 법한 공간이다. 나는 그렇게 편안하진 않은 구석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내 바로 옆에는 연필과 쪽지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남길 수 있는, 카페의 직원분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용도의 쪽지였다. 아무리 푹신하지 않은 의자에 구석 자리여도 당신을 위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파이키'로 모험을 떠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기왕 용기 내어 시작한 모험이니, 용기 내어 '파이키'의 여기저기를 세심히 둘러보기를 바란다. 누군가 남겨둔 속마음, 그들의 행복한 일상의 순간, 또는 모르는 이를 위한 대가 없이 베푸는 응원. 그런 것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마음에 따뜻함이 절레 쌓인다.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차를 마시며 읽다 보면, 누군가 남겨둔 쪽지들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그렇게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모험은 두렵다기보다 두근거린다.
당신의 아지트가 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혼자만의 모험을 떠나고 싶은 당신이라면, 마음이 충만해지고 싶은 요즘이라면, '파이키'를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결코 후회할 결정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