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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Jun 14. 2023

지구적 선(Global Good)

새로운 문명의 지향점,  Global Good

1. 제안배경


       최근 기후 상황을 살펴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북극의 빙하가 녹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집을 잃은 파키스탄의 대홍수라든가 캐나다의 대규모 산불, 미국 서부지역의 가뭄 등 이상 기후현상의 강도는 강해지고 기간도 길어져 우리 삶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 마지막에 그 원인으로 인간들에 의한 기후위기라는 점이 강조된다. UN의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발표되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기는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다. 최근 포항공대와 독일 함부르크 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2030년이면 북극 해빙이 모두 사라질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예측보다 10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하지만 ‘기후종말론은 인류역사의 최대 사기극’이라는 음모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기후종말론은 선진 문명의 자기 혐오증으로 나타난 사회적 병리현상이며, 이런 기후 현상은 지구적인 현상이고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상반된 주장이 존재하고 있지만 어찌 되든 간에 변화된 기후현상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더 많은 홍수와 가뭄 그리고 더 강력한 태풍과 산불 등을 만나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지구적인 현상이든 간에 인류에게 닥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시급하게 이를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과연 진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 의문이 많다. 전문가들은 만약 10년 안에 1.5도 상승을 진심으로 멈추게 하려면 지금 보다 훨씬 강력하고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IPCC도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3%를 2030년까지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2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니까 목표에 절반 정도밖에는 달성할 수 없는 실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량을 산출하는 데만도 매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해야 해서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인류의 긴 역사에 비추어보면 10년은 찰나에 불과한데 이 짧은 시간에 엄청난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최소한 1년 이상 그리고 수 천만원 이상의 예산과 수개월의 평가기간을 거쳐 탄소배출량을 파악하는 것이 어찌 보면 희대의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경우 2026년부터 적용한다고 한다. 2030년에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를 2026에 시행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그때부터 이런 단계적 절차와 적용을 통해 과연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보다 강력한 응급 처방이 필요할 것 같은 데 그런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탄소감축에 따른 인센티브제도 등의 생태계 구축도 10년 안에 지구를 구할 만큼의 파격적이고 규모 있게 준비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더욱이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이 같은 논리에 반하는 정책이 유지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기후행동에 나서는 등 국제적인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 지구적 해결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비현실적인 대처가 오히려 기후종말론에 대한 음모론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실체를 발견하고도 ‘하늘을 보지 마라’고 주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 때문에 또한 탐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여 결국 종말을 맞게 된다는 ‘Don’t Look Up’이라는 영화처럼 지금 인류에게 닥친 기후위기에 관한 과학적 사실조차도 왜곡하고 과장되고, 선동하여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달리다 모두가 함께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닐지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기후종말론이든 음모론이든 간에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라면 결코 지구적 문제해결은 가능할 수 없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명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후문제가 그렇고, 혹시라도 전 지구적 대처가 필요한 우주의 위협이 있다면 또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지구적 문제도 반드시 지구적 관점이 필요하다. 인류는 여전히 한 쪽에서는 기아로 고통 받고 다른 한 쪽에서는 넘치는 음식물 쓰레기로 고통 받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저급한 수준의 문명시대에 살고 있으며, 이런 수준의 문명으로는 결코 기후문제, 양극화 문제 등 지구적인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국제 질서를 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어 유엔(United Nation)이 설립되었지만 UN의 참가국들이 지구적 선(Global Good)를 추구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국가는 단 한 군데도 없을 것이다.모든 국가가 공개적으로 자국이익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힘의 논리로 인해 지구적 선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탄소배출이 진정 문제라면 당장에 소비를 줄여야 한다. 어정쩡한 방법론으로 인류를 협박하며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는 음모가 숨어있어서는 설득력도 없고 실현가능하지도 않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인류가 하나의 운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우리 모두가 풍요로운 공존을 위해 기여하는 것이 개개인의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공허한 메시지 같아 보이는 이 같은 깨달음이 없이는 인류 문명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다시 말해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실천하는 것이 존재 이유가 되어야만 인류공동체가 극복해야 할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은 이미 수많은 선지자들이나 종교가 설파해 온 내용이다. 다만 우리의 수준이 이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되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인류가 이러한 공동체 의식을 가졌다면 기후위기나 양극화 문제 그리고 전쟁 등은 손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역사는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되고 성숙되어가는 과정에 있고 이런 문명의 도약도 기후위기 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개인들이 성숙되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이를 안정화할 사회적 질서를 창조하였고, 이제는 이러한 공동체간의 이해 충동을 지구적 질서로 안정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좁아지는 차로에서 한 차씩 양보해서 끼어들기 하는 모습은 최근의 일이며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인데 이런 변화는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공감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처럼 문명의 수준이 높아야 지구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 진다. 너와 내가 같은 공기로 숨 쉬고 같은 물을 마시며 어느 한쪽이 잘못되면 결국 영향이 나에게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되는 것이다. 댐을 파괴하여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도 자신들이 얻어가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문명으로 기후위기 극복은 난망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인간의 탐욕은 성숙한 사회적 합의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절충되어가고 있는 중이며, 이제는 그런 차원을 뛰어넘어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 사회적 질서를 지구적 질서로 승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가와 같은 사회적 질서간의 충돌곽 갈등을 통제하는 지구적 질서 (Global Ordr)를 구축해야만 한다.


      그런 관점에서 기후위기는 어쩌면 문명의 도약을 위한 촉진제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기후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바로 인류가 하나의 운명공동체임을 깨닫는 수준의 문명으로 도약하기 위한 학습도구일 수 있으며 인류 문명의 도약을 위해 기후위기 극복은 통과의례일 수 있다는 것이다. 


2. Global Good


       세포의 성장과 발전이 하나의 조직체, 그리고 최종적으로 하나의 완전한 개체를 형성하는 것과 유사하게, 인류의 성장도 개인적 성장에서 사회적 성장으로 더 나아가 지구적인 성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이처럼 정신적인 성숙을 통해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인류 공동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되어 모두에게 풍요로운 공존이 가능한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희망적인 미래가 될 수 있다. 놀랍게도 인류는 마치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 처럼 정신적 성숙을 위한 디지털세계를 부단히 구축해가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디지털세계의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현실 세계는 최적화되고 정신세계는 고도화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chatGTP 등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한시적으로라도 인공지능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인공지능의 지적능력 향상이 지구적 선과 연결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파괴적 상황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지적 수준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는다면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이다. 


      지구적 선(Global Good)은 지구 전체의 이익이나 공동 목표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는 단일 국가나 지역의 이익 목표를 초월하여 인류 전체의 이익과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업이 지구적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대기 오염, 기후 변화, 자원 고갈 등 국경을 초월한 문제도 우리 모두가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문화를 가졌다면 새로운 대안을 찾기가 쉬웠을 것이다. 또한,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지구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지구적 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방향을 지향하는 일이기도 하여, 전혀 색다른 창의적인 대안들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구적 선(Global Good)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이상으로, 지구 생태계와 사회적 공정성을 보호하고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광범위한 국제 협력과 연대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간 복지를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노력과 정책도 지구적 선을 통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UN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적 선을 위해 모일 수 있어야 한다. 자국이익을 우선하게 되면 UN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인 장터 같은 곳이 되고 만다. 적어도 우리 모두를 위해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UN이 되기 위해서 모든 회원국이 지구적 선을 추구하겠다는 구체적인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국가가 지구적 선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 내 정부조직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나 단체 그리고 심지어는 개인들까지도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인류공동체의 건강한 일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지구적 현안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문명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ESGG (Ethical Sustainable Global Good)는 이처럼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과 국가 그리고 심지어는 UN과 같은 국제기구까지 모두가 지구적 선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 설정을 돕고자 한다. ESGG는 자신의 능력과 역량에 맞게 지구적 선(Global Good)에 대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윤리적(Ethical)이고 지속가능한(Sustainable) 방법을 창의적으로 개발하여 이를 기술한 ESGG Statement에 자세히 기술하여 이를 만천하에 선언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가이드라인이다. 지구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부터 조직, 국가, 국제기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ESGG를 실천한다면 아마도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는 거대한 유기체와 같은 운명공동체로서 작동되는 풍요로운 공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명 하에서는 적어도 지구적 관점에서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구적 관점에서 해결책을 찾게 될 것이기에 지금보다는 훨씬 현명하게 지구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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