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자원 고갈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는 인간사회가 오랜 시간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성장과 효율, 경쟁을 우선시하며 자신만의 법칙을 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자연을 무한한 자원 창고로 인식하고 무제한 소비를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이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인간사회는 자연의 순환, 공존, 균형의 원칙을 무시하고 경제적 성장만을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자연은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적이며 자원이 유한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경고했지만, 인간사회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성장과 효율을 강조한 것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회복력의 시대』에서 생태계와 인간사회의 조화로운 성장을 강조합니다.
생태계는 주변의 모든 생물종이 주어진 환경에 맞춰 서로 연결되고 조화롭게 발전하는 복합 시스템입니다.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며 완벽한 순환을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폐기물이 없는 완벽한 순환을 이루는 것이 인간사회와 확연히 다른 점입니다.
한국 사회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의 삶과 철학은 어떤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요?
현대인은 중앙집권적 규율과 유행에 익숙하고, 성공을 소유와 명성으로 측정하며, 대량생산 식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방식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막대한 의료비 지출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따른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삶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보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삶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아래에서는 특히 한국의 현실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다섯 가지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사회는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다양한 정책을 내 놓고 있지만 생태계는 주변의 다양한 생물종과 교감하여 공존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즉 지역공동체 특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생존의 지혜를 찾아가는 것이 생태적 삶의 방식인 것입니다.
각 지역은 고유한 기후와 생태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맞춰 자율적으로 생활 방식을 정할 때 지속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예컨대 계절의 변화에 따라 파종과 수확 시기를 정하고,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식생활을 꾸리면, 굳이 전국이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로 농경 사회에서는 법이나 지시보다는 절기에 따른 공동체의 경험적 규칙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지역 공동체는 슬로 라이프와 자급자족을 지향하며, 중앙에서 내려오는 유행이나 규칙에 덜 휘둘리게 됩니다.
한국에도 이러한 철학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존재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산청 민들레공동체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공동체 사람들은 “그저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은 바람 하나로”, 화학비료나 농약은 물론 기계도 쓰지 않는 농사로 자급자족하겠다는 원칙 아래 귀농하였습니다ohmynews.com. 초기에는 삽과 호미만으로 땅을 일구느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결국 600평 밭에서 잡곡과 채소를 거의 자급할 만큼 되었다고 합니다ohmynews.com.
이들은 잡초를 마구 제거하기보다 풀과 공존하는 길을 택했는데, “풀이 살아야 미생물도 살고 흙도 산다”는 철학으로 풀은 뽑지 않고 자연의 순환에 맡깁니다ohmynews.com. 이러한 삶의 방식에서는 중앙정부의 농업 지침이나 도시의 유행과는 거리가 멉니다. 실제로 민들레공동체는 정치나 정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의와 자유의 양심에 따라 살고자 하고, 물질적 ‘무소유’를 이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의 법칙에 따른 자율과 공동체의 지혜가 있다면, 획일적인 규율 없이도 조화로운 삶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도, 자연에 뿌리를 둔 삶은 소비사회가 조장하는 끊임없는 유행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줍니다.
도시에서 유행하는 옷이나 전자제품, 라이프스타일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시골에서 자급하는 삶을 택한 사람들은 그런 변화에 둔감해집니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고 이웃과 교환하는 생활에서는 “최신”이라는 기준이 무색해집니다.
그 대신 유용함과 지속가능성이 판단 기준이 되지요. 이처럼 지역 맞춤형 자율 생활은 우리의 철학을 “덜 가지고도 충분히 사는 것”으로 전환시킵니다. 결국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삶은 개인과 지역 공동체가 자기 결정을 내리고 살아갈 수 있게 하며, 복잡한 중앙 규율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도 질서와 행복을 찾게 합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성공은 흔히 부와 명성으로 측정됩니다. 좋은 집, 높은 소득, 직장에서의 승진 등이 삶의 목표처럼 여겨지지요. 그러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철학에서는 성공의 척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이제 성공이란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공동체와 조화롭게 살아가는가로 정의됩니다.
이러한 가치관 변화는 이미 일부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정작 삶의 만족도는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통계청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1~2023년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06점으로 OECD 평균(6.69점)에 훨씬 못 미쳐 38개국 중 33위였습니다stock.mk.co.kr.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쟁과 과로, 사회적 고립이 늘어나면서 주관적 행복감은 낮아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기존의 성공관—곧 남보다 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정신에 피로와 불안을 주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공동체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은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귀농하여 작은 농사를 짓는 이들은 과거처럼 대도시의 직장을 그만둔 것을 실패로 여기지 않습니다. 대신 “흙을 밟으며 가족과 함께 지내는 평온함”, “내 손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길러 이웃과 나누는 뿌듯함”을 진정한 성공의 징표로 여깁니다. 실제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분들을 보면, 자가용이나 최신기기보다는 깨끗한 우물물, 철 따라 나는 먹거리, 이웃의 신뢰를 더 큰 자산으로 꼽곤 합니다.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 같은 곳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유기농 식품을 생산·소비하고, 작은 도서관과 빵집 등을 공동 운영합니다. 그들은 마을의 공동 번영과 환경 보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데, 이런 삶 속에서 “성공한 삶”이란 곧 공동체가 함께 잘 사는 삶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러한 가치관 전환은 데이터로도 뒷받침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신뢰와 유대감 지표는 경제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인데, 이는 개인주의적 경쟁이 만든 틈일 것입니다. 예컨대 국민 대다수가 이웃이나 낯선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고, 가족 외에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운동이나 지역 모임에 참여하여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낮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은 성공의 개념을 “함께 행복한 삶”으로 재정의하고, 경쟁 대신 상생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의 철학을 풍요롭게 합니다. 이제 성공은 더 큰 집이 아니라 더 따뜻한 이웃, 더 많은 돈이 아니라 더 깨끗한 강과 숲으로 측정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동떨어진 현대의 식생활은 우리 건강에 크나큰 역습을 가져왔습니다.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긴 노동시간과 교육열 등으로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꼈다고 답한 사람이 38.4%에 달했으며, 40~50대 중년층은 그 비율이 특히 높았습니다index.go.kr. 이렇듯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마저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공장식으로 대량생산된 식품 위주가 된다면 건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식탁은 상당 부분 산업화된 먹거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곡물자급률은 최근 약 20%대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며, 나머지 80%에 달하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nongmin.com. 값싼 수입 곡물로 가공식품과 사료를 조달하는 구조에서, 식품 산업은 높은 생산성과 이윤을 좇아왔지요. 그 결과 농산물 생산에는 엄청난 양의 농약과 화학비료가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의 농약 사용량은 1ha당 11.8kg(2016년 기준)으로, 호주(1.1kg)나 캐나다(1.6kg)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많은 수준입니다nongmin.com. 화학비료 사용량도 한국은 1ha당 268kg으로 미국의 2배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nongmin.com. 이러한 집약적 농업과 대량생산된 식품은 잔류 농약과 첨가물, 지나친 당분과 염분 등의 문제를 일으켜, 우리의 몸에 부담을 줍니다.
실제로 건강 지표들을 보면 경고등이 켜져 있습니다. 한국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19세 이상 성인의 비만율은 2012년 30% 초반에서 2022년 37.2%까지 상승했습니다newspim.com. 고혈압 유병률은 2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당뇨병도 약 10% 내외로 높습니다newspim.com. 특히 식생활 변화로 콜레스테롤혈증이 10년간 11.9%에서 22.0%로 급증하는 등, 가공식품과 육류 위주의 섭취가 만든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newspim.com.
한편 스트레스 역시 이러한 대사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음주, 수면장애 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 문제인 우울증, 불안장애 등도 식습관과 연관되어 면역 및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지요.
이런 문제들을 생태적 식생활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생태적 식생활이란 제철에 지역에서 난 신선한 식재료를, 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길러 최소한의 가공으로 섭취하는 식습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실천하면 여러 이점이 있습니다:
잔류농약 및 화학물질 섭취 감소: 친환경 농산물은 재배 과정에서 합성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거나 최소화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식품을 통해 불필요한 화학물질을 덜 섭취하게 됩니다. 연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농약에 많이 노출될수록 치매 전단계인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최대 2.8배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유기농 식품 전문점이나 로컬 푸드 직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입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국내 친환경 농산물 시장규모가 1조5천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2조1천억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aflnews.co.kr. 소비자들이 다소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것”을 찾기 시작한 것이지요.
영양 균형과 생활리듬 회복: 자연에 가까운 식단은 통곡물, 다양한 채소와 과일, 지역의 전통적인 발효식품 등을 포함하여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 유리합니다. 산업식품에 흔한 과도한 당분과 염분,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대신 섬유질과 식물성 영양소를 풍부하게 공급하지요. 한국 전통 식단이었던 잡곡밥과 제철 반찬 위주의 상차림은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이상적인 균형식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직접 밭을 가꾸고 음식을 장만하는 과정 자체가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집니다.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일구는 도시인들이 “흙을 만지면 우울감이 줄고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하곤 합니다. 흙 속 미생물의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자연과 접촉하는 행위 그 자체가 심신에 휴식을 준다는 것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스트레스 경감 및 면역력 향상: 생태적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식품 선택에서부터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게 됩니다.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식품 대신, 천천히 조리한 집밥을 먹고 가족과 식사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인 안정감이 커집니다. 이는 업무와 경쟁에 치여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완충 역할을 합니다. 건강한 식재료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환경도 개선되어 면역력이 향상되고, 이는 곧 질병 예방으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발효 음식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이 늘어나 염증수치가 낮아지고 정신건강 지표도 좋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먹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직결되는 셈입니다. 자연의 리듬대로 먹고 쉬는 생활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며, 이는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요컨대, 현대 산업식 식생활의 함정에서 벗어나 생태적 식생활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건강 증진에 필수적입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높은 스트레스와 생활습관병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자연이 준 그대로의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지역 공동체 기반의 안전한 먹거리 순환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학교 급식의 친환경 식자재 사용 확대, 로컬푸드 운동, 도시농부 증가 등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더욱 확산된다면 국민 건강 지표는 개선되고, 나아가 식량자급률 상승과 농촌살리기라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은 단지 철학적 평안이나 건강 증진에 그치지 않고, 거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의료비 절감입니다. 한국은 빠른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만성질환은 생활습관 개선으로 예방하거나 발병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생활방식의 혁신이 곧 의료비 부담의 완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비 지출 현황을 보겠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만성질환으로 인한 진료비는 약 90조 원에 달하여, 전체 진료비의 84.5%를 차지했습니다newspim.com. 다시 말해, 우리가 병원에 쓰는 돈의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관절염 같은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망자 중 78.1%가 만성질환으로 숨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료체계가 거의 만성질환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newspim.com. 특히 순환계통 질환(심뇌혈관질환)은 연 13조4천억 원으로 만성질환 진료비의 약 14.9%나 차지하고, 근골격계 질환(퇴행성 관절염 등)이 12.9%, 암이 11.2%를 차지하여 상위 비용 질환으로 집계됩니다newspim.com. 문제는 이러한 만성질환의 유병률과 진료비가 고령화와 함께 연평균 8% 이상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newspim.com. 이 추세라면 국민의료비 부담이 경제성장을 앞지르는 날이 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실은, 만성질환의 상당 부분이 생태적이고 건강한 생활로 예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식습관 개선, 금연과 절주, 규칙적 운동,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깨끗한 환경은 만성질환 예방의 다섯 축으로 꼽힙니다. 앞서 논의한 대로 생태적 식생활과 공동체 중심의 느긋한 삶은 이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 줍니다. 가령,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습니다. 저염 식이는 고혈압 발생과 뇌졸중 위험을 낮추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은 제2형 당뇨병 예방에 기여합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 증가는 암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지요. 따라서 전국민이 하루 5접시의 채소과일을 먹고, 가공음식을 줄이며, 가능하면 친환경 농산물을 먹는 식문화로 전환한다면 향후 수십조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적정한 노동과 휴식의 조화도 중요합니다. 현재 한국인의 과로 관행은 각종 질병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 생태적 삶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춰집니다. 예컨대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분들은 새벽 해 뜰 무렵 일어나 해가 지면 일을 마칩니다. 자연의 빛에 맞춰 일하고 잠들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높고, 교대근무나 야근으로 인한 생체리듬 교란이 없습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은 면역계를 회복시키고, 비만과 심장병의 위험을 낮춥니다. 한편, 공동체 생활은 외로움을 덜어주어 정신건강에도 이로움을 줍니다. 이는 노년층의 우울증과 치매 예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약물 및 치료 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전남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건강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운동하고 유기농 식단을 실천했더니 몇 년 사이에 고혈압 환자 수와 당뇨 지표가 뚜렷이 개선되고, 마을의 의료비 지출이 감소한 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미니 사례들은 전국적으로 확산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건강 수명을 늘리고 병원을 덜 찾게 되면, 국가적으로는 의료보험 재정에 여유가 생겨 그 돈을 예방의학이나 복지에 재투자할 선순환도 기대됩니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도 예방의료와 생활습관 개선 캠페인에 힘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걷기 좋은 도시 만들기, 친환경 급식, 보건소의 만성질환 관리 교실 등이 그 예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 전환입니다. 건강을 잃고 난 뒤 병원비 걱정하는 대신, 아플 수밖에 없는 생활을 바꿔 건강을 지키자는 생각이 퍼져야 합니다. 결국 생태적 삶을 통한 의료비 절감은 개인의 경제적 이익인 동시에, 사회보험 지속가능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건강자산을 키워간다면, 병원에 새는 비용을 줄여 모두에게 필요한 복지에 투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적 삶의 효과는 비단 의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산업적 전환으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불필요한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의 감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GDP가 감소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더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경제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생태적 삶의 철학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죽음에 대한 태도 변화입니다. 현대 문명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외면하도록 만들었지만, 자연 속에서의 삶은 죽음을 삶의 한 부분이자 자연의 순환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이는 철학적으로 깊은 평안을 주는 동시에, 경제적인 실익도 가져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삶의 질만큼이나 죽음의 질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지요. 2018년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많은 시민들이 사전에 자기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한 설문 조사에서는 성인 10명 중 9명이 본인이 말기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안락사 또는 의사조력 존엄사 합법화에도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sangjomagazine.com.
이는 상당수 사람들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원한다는 의식 변화를 보여줍니다. 죽음을 억지로 미루기보다, 남은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게 보내고 고통을 덜 겪으며 삶을 마무리하길 바라는 것이죠.
이러한 인식 변화는 의료비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암 환자의 경우 암 치료비의 1/3가량이 임종 전 마지막 한 달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hani.co.kr. 중환자실 치료, 고가의 항암제 투여 등 “마지막 시도”들이 이 시기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한 연구에서는 중환자실을 거친 노인 암환자의 생애 마지막 1년 의료비가 평균 4천만 원에 달하고, 그 중 40% 이상이 사망 직전 1개월에 쓰였다고 보고했습니다news.kbs.co.kr.
그러나 이러한 고강도 치료가 환자에게 주는 편익은 미미하고, 고통은 큰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필요 이상의 연명치료를 생략한다면, 환자는 고통을 덜 겪고 존엄을 지킬 수 있으며, 가계와 사회의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 것입니다. 대신 그 자원을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돌린다면 통증 관리와 정서적 지지가 강화되어, 더 인간적인 임종을 맞을 수 있습니다hani.co.kr.
죽음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의 태도도 바꿔 놓습니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여길 때 우리는 노화 방지에 과도한 소비를 하거나, 죽음을 실감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언젠가 끝나고 자연으로 돌아감을 받아들이면,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게 되는 역설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웰다잉’ 강좌를 통해 노년층이 자기 장례를 미리 계획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편지를 쓰는 등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준비는 남겨진 가족에게도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줄여주어,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끝으로, 자연에 순응하는 죽음 수용은 생명 순환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켜 우리 철학을 풍요롭게 합니다.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허망함이 아니라 우주의 이치에 내가 참여한다는 겸허한 깨달음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경지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도 과도한 장례비 지출이나 임종 전 의료비 낭비를 줄여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자원을 쓸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가지 측면을 통해 분명해지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삶이야말로 인간 사회에 깊은 철학적 전환을 가져올 열쇠라는 사실입니다.
중앙의 규율이나 일률적 유행 대신 지역의 자율과 다양성이 존중될 때, 우리는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 가장 적합한 길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성공의 기준이 더 많이 쌓는 것이 아닌 함께 어우러지는 것으로 바뀔 때, 경쟁사회에 지친 우리의 마음은 비로소 쉴 곳을 얻습니다. 또한 생활을 자연에 맡기고 먹을거리를 생태적으로 바꿀 때, 우리 몸은 본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불필요한 병과 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그 자원을 교육이나 복지 같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자하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삶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살아서는 자연의 일부로서 겸손히 살고, 죽어서는 자연에 자신을 되돌려주는 태도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평온은 현대인의 불안을 잠재우고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열어줄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유기농 공동체, 지역 통화 운동, 자연장례와 웰다잉 문화 등 곳곳에서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귀농·귀촌 인구의 증가와 친환경 소비의 확산은 더 이상 낭만적 취미가 아니라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국 자연의 법칙에 따르는 삶은 인간이 본래 지녔던 지혜와 윤리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농경사회에서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속성을 거스르지 않으며 공동체를 꾸려왔습니다. 급속한 산업화로 잠시 이를 잊었을 뿐, 우리의 내면에는 여전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DNA가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 부름에 응답할 때입니다. 자연은 거창한 이념 없이도 우리에게 자율과 협동,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한국 사회의 주류 철학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물질과 정신이 균형을 이룬 성숙한 사회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삶으로의 전환은 중앙집중적인 규칙과 지역에 맞지 않는 유행을 불필요하게 만듭니다. 성공의 척도 역시 더 많은 소유나 높은 명성이 아니라 공동체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스트레스, 농약, 비료로 대량생산된 식량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서 벗어나 생태적 식생활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죽음마저도 자연의 순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연명을 위한 과도한 의료비 지출 없이 평화롭고 존엄한 마무리를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연입니다. 탄소감축을 시작으로 우리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지역공동체 중심의 삶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지역에서부터 소규모로 실천하자고 제안합니다. 지역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들이 모여 전 지구적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필자는 박사 논문에서 지역공동체의 도시 모델로서 '첨단 자족도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첨단 자족도시는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자급자족을 지향하며,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며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루는 실질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파괴적인 길을 계속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순간입니다.
참고문헌 및 자료 출처: 정부 보고서 및 언론 보도에서 인용한 각종 통계와 사례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농업의 곡물자급률 및 농약 사용량 통계nongmin.comnongmin.com,
연합뉴스를 통한 농약 노출과 인지기능 저하 연구yna.co.kr,
질병관리청의 만성질환 현황 보고newspim.comnewspim.com,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stock.mk.co.kr,
자연장에 대한 언론 보도news.nate.comnewsis.com 등이 본문에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자연에 기반한 삶의 전환이 단순한 이상이 아닌 현실적인 대안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때,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한국 사회가 맞이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yna.co.kr 연합뉴스TV, 2019, “농약 노출이 치매 유발…인지기능 2.8배 저하”.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결과 보도.
index.go.kr 통계청, 2024, 「국민 삶의 질 지표 – 스트레스 인지율」. 2008년 이후 한국인의 스트레스 인지율 추이.
newspim.comnewspim.com 뉴피움(Newspim), 2024, “3년간 만성질환 진료비 연 8.4%↑”. 질병관리청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발간 보도.
nongmin.comnongmin.com 농민신문, 2019, “곡물자급률은 ‘세계 최하위’…농약 사용량은 ‘선진국의 10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및 FAO 통계 인용.
ohmynews.comohmynews.com 오마이뉴스, 2010, “인수동 청년들이 지리산에 간 까닭”. 산청 민들레공동체 귀농 사례 소개.
stock.mk.co.kr 매일경제, 2023, “[팩트체크] 한국인 ‘스트레스’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삶의 만족도 통계 인용.
sangjomagazine.com 상조매거진, 2023, “국민 10명 중 8명 조력 존엄사 찬성…”. 보건사회연구원 안락사 관련 여론조사.
hani.co.kr 한겨레, 2017, “죽기 한달 전 암치료비…”. 암 환자 의료비의 임종 전 집중 현상 지적.
news.nate.com 네이트뉴스, 2017, “자연장 이용률 14%, 선호도 높아 급증세”. 자연장의 공간·비용 장점 설명.
newsis.com 한국경제, 2021, “수목장도 님비의 벽…고인 모실 곳이 없다”. 2020년 기준 자연장 선호도와 이용률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