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오랜 세월 자연과 함께 살아왔다.
물을 따라 이동하고, 해를 보고 농사 짓고, 별을 보며 시간을 헤아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땅은 소유의 대상이 되었고, 나무는 상품이 되었으며, 생명은 비용이 되었다.
그 시작은 도구와 언어였다.
자연을 이해하는 힘은 곧 자연을 지배하는 힘이 되었고,
농경은 잉여를 낳았으며, 잉여는 사유재산을 낳았고, 사유는 경쟁과 불평등을 만들었다.
산업혁명은 이 흐름에 속도를 붙였고,
인간은 마침내 자연의 외부에 선 존재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한 자원에 불과했으며
순환되지 않은 폐기물은 모두 자연으로 내 몰았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교란종이 되었다.
공존, 순환, 자율이라는 생태계의 원칙을 역행한 결과다.
자연의 질서는 인간 사회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1. 공존 (Coexistence)
"함께 살아남는 것이, 혼자 살아남는 것보다 오래간다."
자연 생태계는 모든 생명체가 경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관계망이다.
한 종의 생존은 다른 종의 존재를 필요로 하며, 다양성은 곧 생태계의 회복력이다.
다양성과 상호의존성(Biodiversity & Interdependence):
생태계는 다양한 종이 서로 얽혀 만들어진 하나의 유기체이며, 각 생명체는 서로의 생존 조건이다.
공존과 경계의 존중(Coexistence & Boundary Respect):
생태계의 경쟁은 파괴를 위함이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갈등 조절 장치다.
무분별한 팽창은 파멸을 부르고, 공존은 생존의 장기전략이다.
2. 순환 (Circularity)
"자연은 버리는 것이 없다. 죽음이 생명을 낳으며 순환한다."
생태계는 폐기물이라는 개념이 없는 완전한 순환 구조다.
모든 부산물은 다른 생명체에게 자원이 되고, 모든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토대가 된다.
순환과 재사용(Circularity & Recycling):
자연은 “waste = food”의 원칙으로 움직인다.
오직 인간만이 순환되지 않는 폐기물을 양산했다.
최소 소비와 고효율(Minimal Use, Maximum Efficiency):
자연은 에너지와 자원을 최소한으로 소비하며,
낭비와 과잉은 진화적으로 도태되도록 작동한다.
순환이 지속되려면, 소비도 절제되어야 한다.
3. 자율 (Autonomy)
"스스로 살아내는 능력이 곧 생존력이다."
자연은 중앙집중 없이도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복합적 자율 시스템이다.
각 생명체는 자기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고,
생태계 전체는 외부 충격에도 회복 가능한 회복력(resilience)을 지닌다.
분산과 자립(Decentralization & Autonomy):
생태계는 중앙 통제 없이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자율적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질서다.
지역 적응성과 진화(Local Adaptation & Evolution):
각 생명체는 태어난 지역의 조건에 맞게 적응하며 생존한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을 만든다.
회복력과 자기조절(Resilience & Self-Regulation):
모든 생물종은 적응하는 가운데 스스로 균형점을 다시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바로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는 힘이다.
이처럼 자연의 질서는 인간사회와 너무 다르다.
박스 안의 인간사회는 마치 잘 작동하는 것 같았지만
박스 밖으로 내다 버린 순환되지 않은 엄청난 폐기물 들로 인해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고 말았다.
결국 인간사회라는 박스는 자연의 자기 복원력에 의해 사라지게 될 상황이다.
단순히 보면, 답은 ‘예’다.
우리는 매년 수십억 톤의 자원을 파괴하고, 수천 종의 생명을 사라지게 하며,
지구 생태계의 회복력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은 자기 존재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우리는 묻는다.
“이대로 가도 괜찮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때로, 그 질문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탄소를 줄이는 사람들
생명을 되살리는 공동체
지구적 윤리로 문명을 설계하려는 움직임
나는 인류의 지난 수 백년 간의 이탈조차,
언젠가 더 깊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믿는다.
가장 먼 길이 가장 깊은 귀향이듯,
인간은 자연을 떠남으로써, 비로소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찾게 되는 건지 모른다.
이 전환을 리드하는 자들이 있고,
그 길을 열어가는 생태적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 렇게 세상 사람들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꿈을 꾸는 세상이 바로 미래다.
인류 사회 박스 안에서 이같은 회복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지구의 모든 생물종과 공존하는 인류 사회가 생태계의 일부 임을 보여준다.
자연의 질서에 따르면
우리 스스로의 적응과 회복력에 따라
자연은 공존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자연은 인간의 선택에 따라 공존의 지혜를 찾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깊이 되물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인가?
아니면 자연의 약탈자인가?
우리는 자연의 질서를 깰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외계종인가?
아니면 자연의 질서 안의 우수한 생물종인가?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지구생태계와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를
그리고 나는 믿는다.
인류는 대 전환을 통해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가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그것은 지구 생태계 전체가 다시 유기적 순환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끊어진 고리가 이어지고, 무너진 경계가 복원되고,
소외되었던 존재들이 다시 연결된다.
그 순간, 자연은 ‘이익’을 얻는다.
생명다양성이 회복되고,
긴장이 줄어들고,
자기조절의 능력이 강화된다.
그리고, 지구는 다시 생명을 오래 품을 수 있는 조건을 되찾는다.
인간은 그 품안에서 보다 차원 높은 기여를 하는 생물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