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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젠슨 황이 남긴 것은

by 전하진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깐부치킨에서의 치맥 회동부터 경주에서의 GPU 공급 발표까지,

그가 남긴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 계약이 아니었다.

그것은 AI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초대장이었다.

엔비디아의 Korea's Next Industrial Revolution


엔비디아의 혁신: 분산, 고도화

엔비디아의 혁신은 GPU 자체가 아니다. 병렬 처리 방식의 GPU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팅 단위로 작동시키는데 있다. CUDA 플랫폼과 NVLink, 옴니버스 등을 통해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뇌처럼 작동하게 만들었다. 젠슨 황이 이끈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이해한 기업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분산 고도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한국인가?

젠슨 황은 왜 한국과 함께 이 혁신을 나누길 원했을까?

그는 한국이 세 가지 핵심 조건을 갖춘 극소수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AI 기술, 그리고 제조력.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로직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타자의 살림이 곧 나의 살림'이라는, 생존을 공유하는 강력한 '우리의식(We-ness)'이다

이것을 실천하는 살림문화는 한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살림(Salim).

살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움직이는 손이다.

낭비 대신 조율로, 경쟁 대신 순환으로 세상을 유지시켜온 힘이다.

좁은 땅에서 자원도 부족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되었나.

반도체, 자동차, 조선, K-팝, K-드라마가 어떻게 세계를 석권했나.

이 과정에 스며든 것은 부모님의 사랑같은 따뜻한 살림의 힘이었다.


새로운 삶의 Core Unit

AI 시대,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단순히 더 빠른 칩이나 더 큰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인간의 삶 자체를 재구성하는 새로운 Core Unit이 필요하다.

마치 CPU로 움직이던 컴퓨터를 GPU로 혁신한 것 처럼 말이다.


가정, 공동체, 도시, 국가. 이 모든 단위가 AI와 함께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 해답을 찾는 데 있어, 살림의 철학으로 무장한 대한민국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실험실이다.

우리는 첨단 기술과 전통적 공동체 정신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 그것을 지금 전 세계인이 찾는 것은 아닐지.


인류의 미래, 우리가 할 일

젠슨 황은 한국이 AI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그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단순히 AI 기술을 잘 활용하는 나라가 아니라,

AI 시대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분산된 자원을 최적으로 조율하는 능력.

개별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도록 만드는 지혜.

효율과 인간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감각.

이것이 바로 살림이고, 이것이 우리가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진짜 혁신이다.


더 이상 지배, 성장, 경쟁의 머니로직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리딩하는 새로운 삶의 로직. 그것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AI는 인류를 위한 도구가 되고,

기술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AI의 미래이자 인류의 인프라다.


세상을 AI 시대로 이끈 젠슨 황은 어쩌면, 기술보다 인간의 철학을 믿은 사람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철학을 가장 먼저 실현할 나라로 대한민국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기술을 넘어, 삶의 로직을 혁신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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