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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유시민, 김어준은 어떻게 말하는가?

말하기 기술의 비교

by Leo

유튜브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정치, 경제, 사회, 연애 상담까지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독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말 한마디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만, 어떤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말의 양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반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제 말하기는 특정 직업군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역량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와 의견 속에서 어떤 말이 더 설득력 있는지, 왜 어떤 말이 더 강한 힘을 가지는지를 경험한다.


한국에서 대중을 사로잡는 언어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이재명, 유시민, 김어준을 들 수 있다.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이들은 모두 탁월한 말하기 능력을 보여준다. 같은 사안을 다루더라도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이재명은 직설적인 한 방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유시민은 논리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설득하며, 김어준은 이야기 속으로 청중을 끌어들여 자연스럽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리고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이재명의 말은 직선적이다. 그는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결론을 미루지 않는다.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는데, 부자들은 더 배를 불리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청중은 즉각 이해한다. 그의 메시지는 간결하며, 명확한 인과관계를 제시한다. 다른 정치인들이 장황한 수사를 동원하는 것과 달리, 그는 짧고 강렬한 문장으로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화법은 특히 논쟁적인 자리에서 빛을 발한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그는 단순한 논리적 틀을 설정한 뒤, 상대의 반박을 차단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을 때 그는 기자들 앞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었겠습니까? 검찰이 지금까지 증거를 하나라도 내놓았습니까? 없습니다. 그러면 결론은 뭡니까? 정치적 기소입니다!" 이 발언에는 명확한 논리 구조가 있다.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 검찰의 증거 부재, 그리고 정치적 기소라는 결론. 이런 화법은 상대방의 반박 여지를 없애고, 청중이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강렬한 만큼 단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거칠게 보일 수 있으며, 세밀한 논리가 요구되는 토론에서는 때로 약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다.


반면 유시민은 결론을 서두르지 않는다. 그는 감정보다 논리를 쌓아가며 상대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그의 말하기 방식은 교수의 강의를 연상시킨다. "강남 아파트를 예로 들어봅시다. 2018년에는 10억이었지만, 3년 만에 20억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정부는 다주택자 세금을 낮춰줬죠. 이런 구조라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이 문제입니다."


이재명이 "집값이 오른 이유는 기득권의 특혜 때문입니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유시민은 하나의 사례를 설명한 뒤 논리적으로 확장하며 점진적으로 결론에 도달한다. 그의 방식은 청중이 "아,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라고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조국 사태 당시, 그는 검찰 개혁을 논하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죠. 그런데 검찰이 개혁을 반대할까요? 검찰 조직 내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런 주장을 하죠. '검찰이 정치적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 그런데, 검찰이 지금도 정치적이지 않습니까? 검찰이 정치적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인가요?"


그는 "검찰은 정치적이다"라고 직접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지고 논리를 점진적으로 확장하며 청중이 스스로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는 논리적으로 정교한 방식이지만, 감정적 호소력이 약해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김어준의 화법은 또 다르다. 그는 논리를 쌓되,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이야기를 구성한다. "자, 이게 다 우연일까요? 2018년에 어떤 정책이 나왔죠? 그런데 2020년에는 강남 집값이 폭등했어요. 그리고 2021년, 누군가는 엄청난 이득을 봤습니다. 기가 막힌 우연 아닙니까?" 그는 직접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청중이 "어? 정말 그러네"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의 말하기 방식은 추리소설을 닮았다. 하나의 단서를 던지고 연결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정농단 사건이 한창이던 때, 그는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의 관계를 설명하며 "청와대에서 태블릿 PC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통령 연설문이 있습니다. 이게 우연일까요?"라고 말했다. "최순실이 국정을 농단했다"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청중이 스스로 의심하게 만든 것이다.


이재명의 화법이 강력한 한 방으로 즉각적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유시민은 논리적 설득으로 상대가 수긍하게 만든다. 김어준은 이와 다르게 호기심을 자극해 청중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한다.


이제 말하기는 단순한 능력을 넘어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 되었다.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그것은 화자와 청중,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재명처럼 직설적으로? 유시민처럼 논리적으로? 김어준처럼 이야기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식들을 이해하고 적절한 순간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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