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아니고 멋!
대치동 학원가 어둑한 시간에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엄마의 차에 올라타는 아이들을 보면, 무엇을 위해 저 어린아이들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진심 의문이 든다.
저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에 엄청난 학원비를 지불하고 인터넷 검색하면 5초면 찾아볼 수 있는 지식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기 위해 인생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
목표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뒤처지지 않기 위함이 목표라면 정말 슬퍼진다. 목표가 만약 성공이라면, 그들이 생각하는 성공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도 생각해보면 좋겠다.
무엇이 아름다운 인생일까?
성공을 위한 최선이 저 경쟁에 뛰어드는 것일까?
나는 아이들이 정말 멋있는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높은 연봉과 좋은 차, 강남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그들의 멋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많이 가지지 않아도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 남들과 다르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적 진정성,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따라 해 보고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진짜 열정...
이런 멋진 사람들이 아이들의 눈에 자주 띄었으면 좋겠다.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이 하고 싶은지 알아야 그렇게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그래야 목표가 생기고 열정이 생기게 된다. 스스로의 욕망이 없으면 아무리 전교 1등이라도 프로그램된 아이일 뿐이다. 입력하지 않으면 결혼도 사회생활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무능아를 만들 뿐이다.
수학을 잘하냐, 영어가 좋으냐, 과학에 재능이 있느냐로 구분하지 말고, 너는 어떤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삶이 행복하다고 질문해야 한다. 너는 무엇을 잘하고, 너는 어떤 재능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너는 무엇을 잘하고 싶고, 어떤 일이 너를 즐겁게 하겠느냐를 물어야 한다.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90%는 부모를 따라간다. 부모가 정해놓은 잣대로 아이들은 살게 된다. 부모가 멋을 모르는데 아이가 무엇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 부모가 정해놓은 성공 방정식이 있는데, 아이가 어떻게 그 굴레를 쉽게 벗어나겠는가?
멋은 돈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멋진 곳에 갈 수는 있고, 멋진 옷을 살 수는 있겠지만, 멋있어질 수는 없다.
멋은 권위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밑에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얘기는 들을 수 있겠지만, 그들의 존경을 얻을 수는 없다.
멋은 그런 척할 수도 없다. 멋있어 보이도록 연기할 수는 있겠지만, 뒤돌아서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출 수는 없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하는 것은 세상은 정말 다양한 기준의 멋있는 삶이 있다는 것과, 공부라는 것은 자신이 그 멋있는 인생을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과 도구라는 것, 목표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찾기 위한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삶 안에서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 재벌 2, 3세의 인생이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망치는 것은 부모의 편협한 성공 방정식이다.
매일매일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하루하루가 이렇게 빠르게 변했던 적은 없다. 아이의 미래를 자신의 과거에 붙잡아두지 말고, 미래를 위해 놓아줘야 한다.
그리고 부모 자신들은 지금이라도 멋있게 살 준비를 해야 한다. 프랑스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을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무엇이 진짜 멋인지 찾아보길 바란다.
생각이 멋있고
삶이 멋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