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May 02. 2018

CD에게 맡겨라

한 사람이 하는 브랜딩

브랜드를 망치려거든 여럿이 해라


브랜드는 영화 속 등장인물과도 같다. 자기 색깔을 만들지 못하면 존재감 없이 잊히는 법이다. 나이스 한 성격의 어정쩡한 등장인물보다 때로는 거칠지만 독특한 캐릭터의 단역 배우가 훨씬 강렬함을 남기기도 한다. 불필요한 색을 빼는 것이 중요한 브랜딩 작업에 덧칠을 하는 개입질을 잘 막아내지 못한다면 그 브랜드는 이미 실패의 운명을 달고 태어나는 것이다.

불필요한 색을 빼는 것이 핵심이다


누구나 자기 취향이 있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개인 영역에서 발휘할 일이다. 중간 의사결정 단계마다 한 마디씩 입을 대는 순간 너덜너덜해지는 콘셉트의 혼탁함은 불쌍하기 그지없다. 브랜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여 밀고 나가느냐의 문제이다. 선택하지 않은 것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다.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늘 선택과 집중의 프레임에서 옳고 그름의 논란 때문에 망쳐진다.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사람이 여럿 개입할수록 누더기가 되는 까닭이다.


브랜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는 holistic 한 까닭에 분석적으로 퍼즐을 맞추듯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우 복합적이고 유기적이어서, 고해상도의 감각이 작용되어야 하고, 매우 미묘해서 작은 차이로도 균형이 완전히 깨지기도 한다. 초심의 콘셉트가 중심을 잡지 못하거나, 다른 관점의 관여가 많아질수록 브랜드의 칼라가 빛을 제대로 못 낼 가능성이 높다.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콘셉트가 혁신적이어서가 아니라, 콘셉트가 아주 명확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기발한 콘셉트가 호응을 얻기보다는 평범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너무 당연한 것을 너무 쉽게 전달하기 때문에 감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조직의 보스가 해야 할 일은 전달할 콘셉트가 명확한지를 점검하는 것이지, 콘셉트를 자기 취향에 맞춰 풀어냈느냐 아니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크리에이티브를 풀어가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믿고 맡겨야 한다. 힘을 실어주고, 콘셉트의 칼라를 명확하게 드러나게 지원해줘야 한다.


제발 믿어라


직급이 관여되어서는 안 된다. CD 책임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당장 아쉬움이 들더라도 그게 브랜드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영 기억조차 남지 않는 어중이떠중이 브랜드가 될 것이다. 이미 그런 브랜드는 충분히 넘치고 넘치지 않는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은 버려야 할 것을 정할 때 하는 것이다. 버리고 버리고 남은 것이 브랜드가 지켜야 할 콘셉트이어야 하고, 그리고는 입을 대고 싶어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브랜드는 누가 얼마나 참고 인내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야 모두가 산다.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그래야 브랜드가 산다.




이전 12화 디자인은 거들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