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o Mar 26. 2018

디자인은 거들뿐이다?

앞장서야 할 때다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를 물으면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작품인가? 고객의 작품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에 순응하는 순간, 디자이너의 생각은

수동적인 모드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디자인이라는 업태가 고객의 요구를 기반으로

디자인 역량과 해결책을 제공하여 수익을 얻는 

구조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


여러 차례 얘기하지만
디자이너의 핵심 역량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멋지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자신의 생각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는 능력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런 유형의 클라이언트를

접해봤을 것이다.


"요즘 그런 스타일이 괜찮던데..."

"그 브랜드처럼 해주세요"

"요런 느낌 좀 살려주면 좋겠는데요"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사람들

눈으로 본 것만을 믿는다.

그리고 봤던 것 중에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이상을 상상하거나,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자신이 볼 수 있는 해상도로만 사고한다.


그래서 좋은 creativity를 가진 디자이너도

창의성을 수용할 클라이언트를 만나지 못한다면

고객의 눈높이로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때로는 고객의 사고를 확장시켜야 하고

경험 너머의 risk를 감내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yes man이 되는 순간 그들과 같이 망하게 되는 것이다.


무조건 부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기획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획력이 필요하다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누구도 경험하지 않았던 리스크를 감내시키는 것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상상하지 못한 것을 한 걸음씩 상상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획력이라는 것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치밀한 데이터로 설득하는 보고서를 쓰라는 의미도 아니다.

상상력은 데이터로 입증할 수도 없다.


다만, 클라이언트가 사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유도하는 과정을 기획하라는 것이다.


많은 인터랙션과 교감과 교류가 있어야 한다.

때론 논쟁하고 인정하고 생각의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자주 이야기하고 확신을 줘야 한다.

사례를 들고, 시뮬레이션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상력을 작동할 수 있게 긴장과 집착을 풀도록 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고 신뢰가 필요하다.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고 호감을 생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순응하게 되는 것이다.


디터 람스가 브라운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오토 후카사와가 무인양품에서 했던 것처럼,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에서 그랬던 것처럼,

시키는 것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거들기만 할 뿐이 아니라,

앞장서야 한다.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점점 그런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그런 능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움직이는 역량,

클라이언트를 성장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고집 세고 개성 강한 독불장군 디자이너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


아티스트가 아니라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이전 11화 개선은 혁신이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