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면 좋겠다, 부럽다!
2023년 현재 평균 기대수명이 85세입니다. 지금 중장년은 최소 90세에서 100세까지 살게 될 테죠. 평균 퇴직 연령이 50대 중반에서 60대 초라고 하면, 적어도 40년 이상 은퇴 후 삶을 살게 됩니다. 은퇴 후 삶은 '줄어든 소득과의 전쟁'입니다. 30년을 벌어서, 살아온 30년과 살아갈 40년을 버텨내야 합니다. 한 번도 장수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동안 얼마나 모아 놓았나요? 일을 하면서, 30년을 벌어 두 배가 넘는 70년을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나요? 30년 벌어 30년 먹고살기에도 바빴는데 말이죠. 20년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멀쩡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30년 벌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자녀 교육시키고, 집 장만하고, 소확행까지 해가면서 남은 여생을 위한 곳간을 채워 놓기는 산술적으로 난감한 이야기입니다. 그나마 586세대, X세대 일부는 시대를 잘 타고나, 은행 도움 받아가면서 집 장만한 정도가 큰 성과였습니다. 문제는 그것 말고는 준비된 게 없다는 것이지만요. 50대 60대 주택 보유율도 사실 70%가 채 되지 않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자신의 주영역에서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빠른 시장 트렌드와 기술을 따라가기 벅차고, 뛰어나고 영민한 후배들이 남다른 감각으로 자신을 추월하는 경험을 심심치 않게 하게 됩니다. 50대가 되면 점점 현실을 인정하게 되고, 넥스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죠. 그다지 예외가 없습니다. 나만 불안한 게 아니라는 위안도 사실 큰 도움은 안됩니다. 넥스트가 잘 안 그려지기 때문이죠. 그나마 여기까지 버틴 게 용합니다. 자신이 익숙했던 필드에서 벗어나는 것도 두렵고, 견장 떼고, 자존감 내려놓으면서 새로운 초심자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충고도 감이 잘 오질 않습니다. 새벽에 벌떡벌떡 눈이 떠지죠.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나, 일찍이 자기 사업하면서 자리 잡은 친구들이 가끔씩 부러울 따름이죠. 아직 아무것도 다음을 준비하지 못하고, 살아갈 40년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의 시청률이 꽤 높습니다. 중장노년 남성에게 인기가 많죠. 2016년 이후 종편에서 5~6%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방에서 상경한 어르신들은 은퇴 후 귀향에 대한 욕망이 꽤 있었죠. 정서적 요인도 있겠지만, 경제적 이유도 컸습니다. 젊음을 바쳐 치환한 평생의 자산이 바닥에 깔고 있는 집 한 채뿐이니, 월세가 나올 리도 없고, 쥐꼬리만 한 연금으로는 도시의 물가를 감당하기도 어렵죠. 결국 주거 다운사이징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 크기를 줄일 것이냐, 외곽으로 나가 주거비를 줄일 것이냐의 선택이죠. 하지만 익숙한 동네와 인프라를 버리는 것에 대한 저항은 가까운 아내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런 현실 도피와 갈등 없는 자연에 대한 동경이 ‘나는 자연인이다’를 멍 때리며 시청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것입니다. 집을 깔고 있는 한, 암담한 40년이 기다리고 있는데, 당장 나가서 일거리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30년간 지친 몸을 자연으로부터 치유하고 싶으니, 종편의 프로그램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주거 형태는 30평대 아파트라고 합니다. 시니어를 앞둔 중산층 중장년에게는 이렇게 마련한 주거를 버리고 다운사이징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성적으로는 곳간이 비어 가고 있는데, 감정적으로는 깔고 있는 이 집을 어찌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 또는 본인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다면, 가족을 품었던 이 집의 일부는 노년을 위한 땔감으로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죠. 그 해법 중 하나가 주택연금과 주거 다운사이징입니다. 주택연금은 분명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죠. (최근 코로나 이후 많은 분들이 주택연금에 가입했습니다.) 반면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실버타운의 가격을 살펴보면, 중산층에게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여유 있는 소수가 누릴 수 있는 옵션일 뿐이죠. 익숙한 동네를 멀리하고, 이웃, 인프라, 특히 병원, 마트 등을 고려하면, 외곽으로 나가기도 머뭇거려집니다. 소형 오피스텔이나, 다세대/다가구 빌라도 대안으로 떠올리기에는 현실적인 단점이 너무 많습니다. 불편함과 자존감도 걱정이구요. 분명 그 사이 어딘가에 새로운 주거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대출금 일부 남은 집 한 채가 유일한 노후 자산인 대부분의 중산층에게는 말이죠.
진정한 노후 준비는 경제력/건강/친구/취미 이 네 가지를 균형 있게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무엇 하나도 부족할 경우, 남은 40년이 녹녹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시니어 주거는 이 4가지 요소가 충분히 고려된 솔루션이어야 합니다. 깔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할 수 있고, 살고 있는 공간은 현실적으로 다운사이징하면서, 더불어 건강, 친구, 취미를 즐기며, 위축되어 가는 자존감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 후반전의 집을 새롭게 바라봐야 합니다. 거품을 걷어내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런 일이고, 그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분명 답이 있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