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아보며 정리한 9가지 항목들
상반기에는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한 해가 제법 긴 시간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
1월, 2월에는 뱅크샐러드에서 마이데이터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21년엔 마이데이터가 오픈되면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일했었다. 실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잠시 허망함에 젖기도 했다. 왜 그리 애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당시의 고민과 생각을 정리해 글(2021년 프로젝트에서 배운 것들)로 남겼다.
3월은 안식 휴가를 사용했다. 평소 바빠서 못했던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친구들과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는 게 그중 하나였다. 강남, 합정 일대의 회사들을 방문했다.
한 회사에 3년 이상 묵은 개발자가 회사 구경을 온다고 했을 땐 다들 괜찮은 후보자(?)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안식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3월은 이직의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2주 만에 이직 절차를 끝낸 덕에 제주 여행을 다녀올 순 있었다. 단시간에 10곳이 넘는 회사에 지원했고 평소 고민했던 선택의 기준대로 새로운 회사를 선택했다. 이때의 경험 역시 글(2022년 이직 기록)로 남겼다.
4월은 이별의 시간이 되었다. 뱅크샐러드를 떠나는 소회를 글(뱅크샐러드를 떠나며)로 정리하고 5월부터 새로운 곳으로 출근했다.
당근마켓 온보딩은 역동적이었다. 입사하자마자 플레이샵(강원도)과 워케이션(제주도)을 다녀오며 빠르게 관계를 쌓았다.
그 후 3개월 동안 업무에 몰입하며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동안은 일하는 방식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다. 스타트업에서 왔으니 비슷할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제품과 회사의 규모가 다르니 달라지는 점이 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당시의 생각도 글(당근마켓 다녀보니 어때?)로 남겼다.
개발자로서 다시 코드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이직하면서 회사에 온전히 개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했다. 덕분에 당근마켓에서는 코드와 가까이 4인 팀에서 유일한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일하며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다시 개발자로 일하면서 '내로남불'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매니저일 때 동료 개발자에게 했던 조언이 나에게도 필요한 상태였다. 스스로 지키지 못할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말한 것을 지키는 '언행일치'의 삶만 살아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의 고민 역시 글(내가 지키지 못한 조언들)로 남겨두었다.
꾸준한 글쓰기는 매년 목표하던 일이었다. 올해는 링크드인, 커리어리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을 공유하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글이 쌓여가는 걸 보니 욕심이 생겼다. 내 글을 책으로 엮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 없이 쓴 글이라 책으로 낼 수준은 되질 않았고 독자도 불분명했다.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준비된 글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브런치 북으론 시장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책을 엮어 볼 수 있었다. 그간 썼던 글을 분류해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진짜 책은 아니지만 내 글을 한 권으로 엮었다는 사실만으로 자랑스러웠다. 매년 브런치 북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면 언젠가 진짜 책도 나오지 않을까?
이직 이후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한동안 주말마다 청담으로 출근했다. 서울이 물바다가 되었던 주말에도 청담에 가기 위해 통행할 수 있는 길로 돌아가느라 서울을 누볐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예식장을 정하고 스튜디오, 메이크업, 드레스를 고르면서 왜 많은 결혼식이 비슷한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됐다. 시장에서 제시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선 시간과 돈이 많이 드니까. 결국 적당한 돈과 시간을 들여 시장에서 정해둔 방법으로 결혼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웨딩 산업이 얼마나 구린지도 알게 됐다
결혼 준비는 아직 진행 중이고 내년 4월이면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10월 말부터는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친구들이 해외로 취업하는 걸 본 것이 첫 번째 계기였다. 캐나다에 있는 아마존으로 이직한 형, 아내와 함께 미국 대학원으로 공부를 떠난 친구, 싱가폴에 있는 회사로 이직한 동료가 해냈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와 우주에 관한 책을 읽은 것이 두 번째 계기였다. 언어의 장벽을 넘으면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더 많은 이들과 교제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한편으론 까마득히 거대한 우주에서 먼지만 한 지구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벽도 넘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펐다. 우주까진 못가도 이 지구는 온전히 누려보자고 다짐했다.
힘써 공부하던 예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천천히 습관을 만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단어 학습 서비스를 구독하고 매일 하나의 레슨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스피킹 서비스도 추가해서 조금씩 습관을 늘려갈 계획이다. 반년쯤 지나면 오프라인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늘려갈까 한다.
회고를 위해 정리하고 있는 각 항목에 점수를 매긴다면 '건강'은 낙제점에 가깝다.
이직을 기점으로 운동 습관을 갖기 위해 PT를 끊었다. 일주일에 2, 3회 출근 전에 PT를 다녔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에 3개월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변경되면서 재미를 잃었다. 연장 시기가 왔을 때 연장하지 않고 PT를 관두게 됐다. 대신 달리기를 했다. 여의도 공원을 두 바퀴 정도 달렸다. 그마저도 겨울이 오면서 쉬고 있다. 내년에는 클라이밍 같은 실내 스포츠를 취미로 삼아 운동을 재개해볼 계획이다.
올해 21권의 책을 읽었다. 독서 모임에서 15권, 개인적으로 읽은 책이 6권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사피엔스>다. 당시 <총,균,쇠>, <코스모스>를 같은 시즌에 읽었다. 모든 책이 '인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알려주었지만, <사피엔스>가 강력한 지식을 가장 쉽게 알려준다고 느꼈다.
올해 독서는 소설의 비중이 높았다. 21권 중 11권이 소설이었다. <싯다르타>, <채식주의자>, <남아 있는 나날> 같은 책은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었다. 독서 모임의 가장 큰 유익은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게 만들어준다는 점인 것 같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