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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Jan 12. 2022

미세 플라스틱, 그 위협은 절대 미세하지 않다

영유아 대변에서 성인보다 10배 더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삼키는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는 2000개에 달하죠. 무게로 따지면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 정도로 한 달 기준으로는 칫솔 무게와 비슷한 21g, 연간으로는 250g에 이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물(1769개)을 비롯해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통상 5mm 미만의 플라스틱 알갱이를 말해요.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지죠. 자신이 모르는 사이 체내에 꾸준히 축적될 가능성이 큰데다 부작용 또한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성 또한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요.   



우리나라는 이미 미세 플라스틱 위험에 상당히 노출되어 있어요. 2018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지에 발표한 미세 플라스틱 연구결과 논문에는 우리나라의 인천, 경기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2~3번째로 높은 곳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벨기에와 스웨덴, 네덜란드 환경학자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2020년 12월 국제학술지 '환경오염'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서해 바다가 지중해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오염에 가장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요. 이는 플라스틱 소비량이 많고 공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죠.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연구가 부족해요. 그러나 일부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염증과 대사 문제 등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죠. 또한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포함하여, 플라스틱의 제조 및 가공단계에서 사용하는 색소나 첨가제 등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화학물질은 몸 안으로 흡입, 섭취, 흡수가 되면, 체내에서 축적되어, 해양 생물, 인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됩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흡수 경로와 위해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요.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해, 7월 실험쥐에게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이 1시간 만에 온몸으로 퍼진 뒤 위와 장에서 24시간 정도 머물고 대부분 배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반면 실험쥐 간에는 48시간이 지나도 투입 초기(1시간 뒤)에 비해 5배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쌓인 상태였고, 생식기에도 3배가 누적되었습니다. 2019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어류 배아 실험을 토대로 초미세 플라스틱이 세포의 ‘에너지 공장’에 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미세 플라스틱이 성인보다 영유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지난 해 9월, 미국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실생활에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와 폴리카보네이트(PC)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성인보다 영유아에게 10배 이상 많은 PET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검출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영유아 대변뿐 아니라 신생아가 태어나 처음 보는 변인 ‘태변(胎便)’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해요. 미세 플라스틱이 산모의 몸을 통해 태아의 소화기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된 것이죠.      


국제 저널인 ‘환경 과학 기술’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학교와 중국 난카이대학교 공동연구팀이 뉴욕 주의 신생아 3명에게서 태변 샘플을 채취해보니 이 가운데 2명분에서 태변 1g당 1만2000ng(나노그램·10억분의 1g)과 3200ng의 페트(PET) 성분이 각각 검출되었습니다. 생수병 등에 쓰이는 PET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한 플라스틱인데요. PET가 검출된 태변 1개에서는 다른 플라스틱인 폴리카보네이트(PC) 성분도 1g당 110ng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태반(胎盤)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된 적 있지만 태변에서까지 확인된 것은 처음이에요. 2020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실험에 동의한 임신 여성 6명 가운데 4명의 태반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검출한 바 있죠. 이번 뉴욕대학교 연구는 임산부가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이 태반과 태아의 장기를 거쳐 소화⋅배설되는 과정까지 밝혀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뉴욕대학교 연구팀은 신생아와 별도로 생후 1년 이내 유아 6명에 대해서도 대변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6명 모두에게서 1g당 5700~8만2000ng(중위값 3만6000ng)의 PET 성분이 나왔어요. 이는 비교 대상인 30~55세 뉴욕 주 성인 10명 중 9명에게서 채취한 PET 중간값 2600ng의 13.8배 수준입니다. 연구팀은 “유아가 성인에 비해 최대 14배가량 미세 플라스틱 섭취가 높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영유아의 대변에서 성인보다 10배 이상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이유로 유아들이 플라스틱 젖병, 장난감, 식기 등을 입으로 빠는 과정에서 성인보다 더 많이 플라스틱에 노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섬유 속의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로 지목되었어요. 영유아는 종종 천을 물고 빨기 때문에 직물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밖에 없죠. 더욱이 영유아는 카펫이 깔린 표면을 자주 기어다니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 노출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조사 대상의 수가 적은 한계가 있어요. 추가 연구를 통해 결과를 확증하는 과정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앞으로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미세 플라스틱의 영향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실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겠죠?      



<참고자료>     

경향신문 : 미세 플라스틱이 식탁에 오른다…인천 해안·낙동강 하구 ‘최악 오염’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1804082206005

뉴스펭귄 : “미세 플라스틱, 영유아 대변에서 성인 10배 이상 발견”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467

대한의학회 :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건강위협 -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http://kams.or.kr/webzine/18vol100/index.php?main_num=4

조선일보 : 신생아 태변서 미세 플라스틱이... 산모 몸 통해 이동 확인

http://chosun.com/national/transport-environment/2021/09/27/LVYNAP46E5E35AAFMZFTDJZW2Y/

임동권(고려대학교ㆍKU-KIST융합대학원) : 미세 플라스틱의 현황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류지현ㆍ조충연(원광대학교) : 미세 플라스틱 현황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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