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걷는다

2025 9.27 기후정의행진에 부쳐

by 김하종

첫 숨을 나누듯

우리는 발맞춰 거리로 나선다.


차가운 공기 위로

문장이 떠오르고,

햇살은 종이박스의 모서리를 따라

서서히 고개를 든다.


뭇 생명의 고동이

발바닥으로 전해질 때,

우리는 안다—

이 길은 한 사람의 발자국이 아니라

숲과 강과 바다가 남긴

오래된 호흡의 연장선임을.


당신의 집이 물에 지워진 자리,

당신의 일터가 연기에 갇힌 기억,

그 사이로 흘러간 이름들을 되뇌이며

우리는 한 목소리로 호흡을 맞춘다.


쓰러진 이를 일으키는 손,

갈라진 돌 틈으로 물 한 컵 붓는 마음.

우리는 안다—

내가 안전할 때 너도 안전해야 하고,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음을.


우리는 걷는다—

지구의 늑골처럼 휘어진 차도를 따라,

오늘의 작은 걸음이 내일의 그늘을 옮길 수 있음을.


바람이 깃발을 당길 때

우리의 심장도 같이 펄럭이고,

구호는 파도처럼 번져

망설임의 모래성을 무너뜨린다.


우리의 체온은 길을 데우고

목소리는 하늘을 울린다.

뭇 생명을 위해,

우리의 존엄을 위해,

끝내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답한다—

아스팔트 위에 생동하는 몸으로


Septemb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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