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보다 먼저

붙지 않은 메일함의 밤

by 김하종

졸업장보다 먼저, 밤이 먼저 무거워졌습니다.

붙지 않은 메일함이 먼저 깨어나고,

나는 화면을 닫고도 한참을 닫히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문득,

수업 종이 울리던 시절의 빛이 그리워지는 밤에.




졸업식 다음 날

교정은 그대로였고

나는 문밖에 서 있었다


졸업장보다 먼저 무거워진 건 침묵이었다

축하가 지나간 자리엔

대답만 남았다


공고의 문장들은 너무 반듯해서 날이 섰고

경력과 우대 사이

그 틈에 내 이름이 끼었다



붙지 않은 메일함이

밤마다 먼저 깨어나

나는 화면을 닫고도

한참을 닫히지 못했다



문득

도서관 창가의 먼지 같은 빛이

그립다



두려움 속에도

수업 종이 울리던

그 시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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