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청소차

버려진 것들의 리듬

by 김하종



하노이의 저녁,

청소차는 어둠을 피해 오지 않았습니다.

피리부는 소년처럼 흘러나오는 음악 속에서,

버려진 것들을 치우는 일은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일처럼 보였습니다.

여성노동자들의 손끝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따라,

오늘 내가 내놓은 하루를 다시 바라봅니다.



저녁의 하노이는

등불보다 먼저

길바닥을 켠다


청소차는

어둠을 피해 오지 않고

어둠 곁으로 온다


피리부는 소년처럼

흥겨운 음악을 틀며

골목의 귀를

두어 번 간지럽힌다



버리라는 신호인데

내게는

보라는 신호처럼 들려서

내가 내놓은 것들이

어떤 손을 거쳐

어디로 옮겨지는지


바퀴가

젖은 돌을 밟을 때마다

거리에 리듬이 생기고


네 사람은 한 조가 되어

그 리듬을 나눈다

들고

쏟고

뒤를 보고

길을 건넌다



서두르던 시간은

호흡 앞에서 한 발 물러서고

위험요소들은

서로의 손을 거쳐 가벼워진다



여성노동자들의 손끝이

봉투를 들어 올릴 때마다

거리는 잠깐

스스로를 단정히 여미는 듯했다


입가의 미소는

참아내는 표정이 아니라

일이 일을 삼키지 못하게 하는

작은 방파제


문득 생각한다

어떤 도시의 노동은

새벽에만 있고

어떤 도시의 노동은

저녁의 음악이 된다


오늘 내가 내놓은 하루가

누군가의 밤을 더 무겁게 하지 않도록

피리 같은 리듬이

내 안에서도 조용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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