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없는 ‘권역별 경청회’, 숙의 없는 ‘정책 집중 숙의’에 대한 우려
최근 국가교육회의에서는 4차례에 걸쳐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권역별 경청회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교육대학교 학생들은 앞으로의 교육에 대한 상이 불분명하고 관련 의견 수렴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교육을 위한 양성체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 지적하였다. 우리 교육의 방향이라던 ‘미래 교육’은 그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길러내고자 하는지도 상당히 추상적이다.
정부가 ‘미래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흐름은 분절적이며, 뒤죽박죽이다. 미래 교육이 무엇인지가 분명하지 않은데 미래 교육에 적합한 교사를 길러낼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은 어떤 건물을 지을지도 모르는 공사업체에게 창문은 어떤 모양으로 하는 것이 좋을지를 묻는 것과 같다. 현장 교실이 새로운 교육, 소위 ‘미래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지는 묻지 않은 채,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며 교사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김민정, 2020).
1981년 신군부는 국보위의 비상조치에 교육대학의 수업연한을 4년으로 연장하는 조치를 포함시켰다. 그러나 급한 나머지 초등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이나 교수의 자질 향상책, 적정 교수의 충원 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원칙적 사항만 거론하게 되어 이것이 지금까지도 교육대학 부실 운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군부세력이 대국민 선심용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받는 초등교원 양성기관의 4년제화 정책은 급작스럽게 진행됨으로써 많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이일철, 1980). 예비교사들은 매년 반복되는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급작스러운 의견수렴 과정에 과거 교원양성체제 개편에서 범한 우가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임용체제 개편마저도 내용에 대한 논의는 없이 빈 껍데기만 놓고 소모적인 논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교사는 누구인가?’, ‘우리 교육의 방향성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사전 논의 없이 ‘1차 시험은 절대평가’로 한다느니 ‘수습교사제’를 도입한다든지, ‘4+1’인지, 4+2’인지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예비교사, 현장교사가 말하는 교원양성체제와 임용체제
지난 2019년 5월 1일부터 13일까지 13일간 전국교육대학생연합과 실천교육교사모임이 공동으로 초등교원 양성기관 교육과정에 관한 예비교사-현장교사 공동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공동 설문조사에서 초등교원 임용시험의 교사 선발 기준으로서의 적절성에 대한 평균 점수(5점 만점)는 예비교사가 2.3점, 현장교사가 2.1점을 주었다. 교원임용시험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평균점수는 예비교사가 2.1점, 현장교사가 2.0점으로 현행 임용시험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비교사와 현장교사가 초등교원임용시험이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가장 많은 답변을 이유로 꼽은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첫 번째는 종합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지식 암기만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정 필기시험은 교사용 지도서 또는 인터넷만 찾아보면 바로 찾을 수 있는 단순 지식을 평가한다. 두 번째는 좋은 교사를 뽑기 위한 시험이라기보다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며 최소한의 인성, 덕목 등을 평가하기 어려운 ‘시험을 위한 시험’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는 실제적으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능력, 학급운영 및 생활지도능력 등을 평가하기 어려운 ‘시간 낭비의 소모적 시험’이라는 점이다.
예비교사와 현장교사 답변의 각각 약 8%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답변이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 이해와 교사의 기본적인 자질 향상과 기본 지식 습득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주먹구구식 암기만을 통해 평가한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현행 임용시험 제도는 지식 습득에 적합하고 그나마 합리적인 시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나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하였다.
위의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관한 문항 이외에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하여 교육대학교의 교육과정, 수업방식 등의 개선점을 자유롭게 서술”해달라는 문항에서는 임용시험과 관련한 답변들이 눈에 띈다. 먼저 공교육 교사를 선발하는 임용시험이 노량진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임용시험을 준비할 수 없는 현상을 지적한다. 다음으로 교육대학교 커리큘럼을 통한 실제 수업과 임용시험 사이의 괴리와 임용시험과 실제 교육 현장과의 괴리를 개선할 점으로 꼽는다. 마지막으로 임용시험 대신에 인턴교사제와 보조교사제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답변도 찾아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교원양성체제와 임용체제의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의 질적인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는 맞춰야 하는 과녁의 중심을 미리 설정해두고 수많은 사수들을 불러 일제히 쏘도록 하는 모습이 요란하기만 하다. ‘교원 양성이 대체 무엇인지’, ‘잘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교사란 누구인지’, ‘동료 교사와의 관계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 변화에 맞는 논의가 선행되지 않고 교원양성체제에 관해 단순히 기능적인 요소에 대해서만 고민한다면 정말 ‘미래교육’에 적합한 개편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1990년 이후 사실상 중등교원 수급 조절 포기를 선언한 뒤 유야무야 적당한 개정에서만 그쳐왔던 행태를 반복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정상적인 교원 양성기관의 교육과정을 담보하는 필수요건 : ‘임용시험 개편’과 ‘교원 수급의 안정’
‘임용시험 개편’과 ‘교원 수급의 안정’은 교원 양성기관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담보하는 필수요건이다. 이 2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교원양성체제를 획기적으로 바꾼다고 한들 또다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우선 초등이나 중등 모두 임용시험 준비가 대학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용시험을 없애지 못한다면 양성체제를 개혁하더라도 결국 교ㆍ사대 교육과정 정상 운영은 왜곡될 것이므로 체제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임용시험이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을 왜곡한다면 임용시험을 바꾸거나 폐지해야 하지는 않을까? 알면서도 임용시험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임용 경쟁시험 개편’은 교대 교육과정 정상화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지금의 임용시험을 통한 교원 임용제도는 교원양성기관의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교원양성기관의 교육과정 운영의 충실화의 기여도가 적어 임용시험과의 괴리를 나타내고 있으며, 임용시험 준비 학원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초등교원을 양성한다는 교육대학교에서는 과학교육, 체육교육은 있을지 몰라도 초등과학교육, 초등 체육교육에 대한 교육은 매우 부족하다. 초등교원 양성기관에 초등교육이 빠져있는 격이다.
고질적인 교육대학교 교육과정의 문제로 다양한 교양수업의 부족을 꼽지만 더 시급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교육대학교 교수진 중에 초등교육 전공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인숙 의원은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에서 제출받은 `교육대 교수 교원자격증 소지 및 초중학교 교직 경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초등교원 자격증 소지자는 교대 교수 전체 837명 중 146명으로 17.4%에 불과했다며 교대 교육과정의 현장 연계성 부족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였다. 교육대학교에서 초등 예비교사들이 요구하는 초등교원 양성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필연적으로 교원양성기관-임용시험, 학습 내용-평가 간의 괴리를 가져오고 이미 사교육화 된 임용 시장에서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러한 교원임용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양성기관과 교원 임용제도 간의 공유된 목적이 필요하다. 우수한 초등 예비교사를 양성하고 선발한다는 공동의 목적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탄탄한 연계성은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탁월한 교사를 길러낼 수 있으며, 교사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권동택 2017). 또한 임용시험 개편과 함께 본질적으로 초등 교원양성기관에서 초등교원 양성의 질적 담보를 위해서 최소한 교육대학교 교수진 50% 이상은 필수적으로 초등교육 전공자를 임용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교원 수급 안정’은 곧 교육 현장과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다음으로 정상적인 교원양성기관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 수급 안정’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교원 수급의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질 좋고 소명 의식 높은 교사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대학교의 학생들은 폐쇄형, 목적형 교원양성기관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로 ‘교대의 사범대화’를 꼽는다. 사실상 정부의 중등교원 수급 안정화 포기로 인해 사범대학교 학생들은 사범대에 입학하고도 자신이 교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는 학생은 매우 소수라는 것이다. 교원양성기관의 목적은 교원양성인데 입학과 동시에 생계 걱정을 하며 다른 일자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지식만 잘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다. 머릿속에 지식을 잘 채워주고 줄줄이 줄을 세워 대학과 직업 현장으로 내보낸 결과는 어떤가.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하다고 불리는 청년세대들이 온갖 다중 격차 속에서 불평등에 시달리고 꿈 많았던 젊은이들이 불안정한 취업시장에서 죽어가거나 온갖 고시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바로 그 한복판에 우리 청년ㆍ예비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수단이 아닌 인격적 주체로 대하고 진지하게 아이들의 삶을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컴퓨터 화면 너머로 판서하고 과제만 내주는 교사가 아니라 눈 마주치며 손잡아 줄 수 있는 교사 필요하다. 교원양성기관에서 충분히 교사로서의 삶을 고민하고 준비하여 나간다고 한들 현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지만 교원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교원양성기관은 예비교사들에게 교사로서의 가치관을 고민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제공하지 못한다.
소위 대학 입시시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청년ㆍ예비교사들은 또다시 임용 경쟁시장에 내몰려 배움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교육대학교 학생들이 입학할 때는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왔는다는 말은 초ㆍ중등교육에서부터 인격적 주체라기보다 입시 실적의 수단으로만 쓰였던 대표적인 이들이 어쩌면 우리 청년ㆍ예비교사들일지도 모른다는 말과 같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다고들 하는데 인격적 주체로 대우받아 본 경험이 없던 이들이 과연 아이들을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 과연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가르칠 수 있을까. 미래세대에게 배움을 가르쳐야 할 예비교사들이 그 시작에서부터 진정한 배움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바로 이것이 ‘교원 수급 안정’이 필수적인 가장 큰 이유다.
지금은 진짜 숙의를 통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 교원 충원의 역사는 결과적으로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보편화시켰고, 이는 교사의
질에 대한 의식을 흐리게 했다. 이러한 충원으로 과거에는 큰 문제가 야기되지 않았다. 어쩌면 야기된 적이 많았을 것이나 교사에 대한 신뢰 등을 지키기 위해 주로 덮어 두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임용고시 실시 이후에 대두된 교육대학교의 임용 시장화, 창의적이고 자기 학습 능력을 갖춘 자기완성적 엘리트에서는 거리가 먼 모습을 하고 있는 미래의 교원 모습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지금까지 교육계에서 진지하게 다뤄오지 않았다.
하지만 스쿨 미투로 인한 교사들에 대한 불신, 코로나 19로 인한 수업의 디지털화로 인해 사회적으로 대두된 교사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들은 더 이상 그 논의를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 최근 코로나 19는 국가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했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미래교육’을 위해서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이르게 하였다. 지금이 바로 한참을 미뤄두었던 미래 교육의 구체적인 상을 그림과 동시에 교사 양성 및 임용정책의 개혁 방향에 대한 숙의를 통해 앞으로의 100년 미래를 위한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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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매일경제] 고민서. 교사 경험도 없는데 교사 양성? 전국 교대 교수 39.9%만 현장 경험 보유, 권인숙 의원 "교대 교육과정 현장 연계성 부족 원인"(20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