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후행동> 첫 삽을 뜨다.
지난 2020년 10월 31일, 대학생의 거리 신촌에서 가짜 그린 뉴딜 OUT, 탄소배출 ZERO “10.31 대학생 기후행동의 날 대학생 퍼레이드”와 <대학생 기후행동> 출범식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19도 대학생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대학생은 대학생답게, 즐겁고 신나지만 단호하고 명료하게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모두가 우울한 시기, 대학생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나왔을까요?
며칠 전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 기념일(학생의 날)이었습니다. 예부터 학생들은 역사 속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대학생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독립투쟁의 선봉이었습니다.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그 민주화의 역사 한복판에도 대학생이 있었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박종철과 이한열, 그들도 역시 대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옛날과 다르게 고등학교 졸업생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시대에 대학생은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 다 소 희미해졌다고들 봅니다. 이렇게 대학생은 점차 역사에서 지워지는 듯하였습니다. 계속 높아지는 청년 실업률과 청(소)년 자살률은 어쩌면 더욱 움츠러든 대학생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6-2017년 촛불 혁명은 그 걱정을 불식하는 데에 충분하였습니다. 전국 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하나같이 시국선언을 준비했고 대학생들은 학생회실에만 묵혀 두었던 깃발들을 하나 둘 꺼내어 거리로 나왔습니다. 혁명이 끝나고는 변화하는 시대에 충분히 대응 가능하기 위한 전국 단위 대학생 조직으로 <전국 대학 학생회 네트워크>가 출범하였고 최근 코로나 19로 인한 수업권 침해의 부당함을 내세우며 코로나 19 대학가 등록금 투쟁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인천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기후행동> 최재봉 대표는 대학생 조직의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였습니다. 최 대표는 JTBC 뉴스룸에 보도된 기후위기의 처참한 결과를 보고서 기후위기 대학생 조직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해서 탄소를 배출한다면 2030년에는 폭우로 재학 중인 학교와 인천공항이 물에 잠긴다는 사실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2020년 7월 인천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람을 모아 <인천 대학생 기후행동 에코코(ecocoin15)>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수업이 일반적인 시기였지만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인천 대학생 기후행동>은 매주 금요일 인천시청 앞에서 “졸업까지 4년, 지구에게 남은 시간 7년”이라는 슬로건으로 1인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1인 시위를 진행할 때마다 함께 하고 싶은 대학생이 늘어 2020년 11월 현재는 10명이 되었습니다.
인천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대학생 기후행동> 출범 준비를 위한 서포터즈를 전국에서 모았고 총 40여 개 학교, 190여 명이 지원하였습니다. 서포터즈 활동은 "9.25 세계 기후 정의를 위한 행동의 날 (Global Climate Justice Action Day)" 참여를 시작으로 총 3회 차 세미나와 매주 ‘금요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기후위기는 절대 한 사람의 개인적 실천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혼자 텀블러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줄이기를 열심히 실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실천들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습니다. 그나마 효과가 좀 있다는 채식 실천마저도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우리 대학생들은 “기후변화 말고 체제 변화”를 요구합니다.
첫 만남에서 대학생들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텀블러를 쓰거나 플라스틱 줄이기를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가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미나를 통한 치열한 학습과 매주 금요일마다 청와대, 국회, 시청/도청, 한국전력공사, 탄소 다배출 기업(포스코 등) 앞에서 실천을 이어가며 몸으로,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기후위기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우리의 생활양식 전반과 사회체제, 생산구조 자체를 바꿔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10월 31일 출범식을 기점으로 드디어 <대학생 기후행동>은 1기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서포터즈에서 정식 회원으로 전환한 대학생들은 신입회원을 만날 생각에 벌써 설레 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전국 대학생 기후총회를 목표로 수많은 대학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변화를 대학생 자신들의 생활공간인 대학부터 변화시키고자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 캠퍼스와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의로운 커리큘럼 구성을 통한 대안적 학문 실험의 장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합니다. 2020년, 드디어 <대학생 기후행동>은 그 첫 삽을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