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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Nov 11. 2020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불이나 잘 끄고 다니라고요?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2019년 3월 15일, 드디어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은 5월 24일 ‘청소년 기후행동’ 시위, 9월 27일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결석 시위를 감행했습니다. ‘무책임 끝판왕 상’을 대한민국에게 수여하고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점수 빵점’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앞에 세우고 청와대까지 행진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은 이미 전 세계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로 번지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24일, 청소년들은 서울시 교육청으로 행진하여 서한을 전달하였다.   (출처 : 청소년 기후행동)




2019년 5월, 청소년들은 서울시교육청에 기후변화 교육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서한을 전달하러 온 청소년들에게 교육청 직원은 ‘환경교육’을 더 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청 직원, 교사들을 비롯한 어른들은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요?





 어른들은 거리로 나온 학생들에게 공부나 하지 벌써부터 시위를 한다며 면박을 줍니다. 부모님들은 행동하는 청소년들에게 굳이 시위까지 해야 하냐며 물어보고는 합니다. 그런 어른들에게 청소년들은 이렇게 되묻습니다.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 하나요?”, “어른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있어서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나 하라는 말은 어쩌면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은 ”학생일 때는 공부하고 어른이 되어서 행동해도 되는 거라면 그분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는 학생들의 정곡을 찌르는 이 질문을 깊이 되뇌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누가 빼앗고 있었는지와 함께 말입니다.


 또 다른 시선도 존재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대단하네”, “기특하네”라는 말로 기후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칭찬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어른들은 좋은 의도를 갖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이런 시선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청소년에 대한 너무도 일반적인 편견에서 기인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청소년들을 한 명의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애초에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어른들만의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어른들의 기준으로 판단하니 시위를 열거나 정치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예외적이고 대단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특히, 고3 수험생에게 무심코 ‘딱 1년만 죽었다고 생각하고 공부만 해’라는 말을 내뱉곤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결코 죽은 존재도, 미래를 위해 지금을 포기해야 하는 존재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와 똑같은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그저 학교에 가지 않는, 일하러 가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변화의 물결입니다.
  
  -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


 어른들이 평범하게 누렸던 권리와 일상이 청소년에게도 주어져야 합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청소년들이 꿈을 꿀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 기업에 다니는 어른들은 위기를 인식하고 청소년들의 경고를 들어야 합니다.


 ‘환경교육’을 잘하겠다던 교육청의 말이 적어도 ‘불을 잘 끄고 다녀라’, ‘텀블러를 사용해라’와 같은 기존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이제 교사들도 깨어나고 있습니다. 깨어난 교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교실에서 너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르쳐왔기 때문에 우리의 제자들은 세계 각국 정부가 이 사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우리 인간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고 착각해왔습니다."

                                 - 기후정의 선언, 우리는 실패할 권리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일, 마농지)


 어른들은 “미래가 없는데 왜 미래를 공부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답을 주어야 할까요?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제 이 질문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19년 5월 24일, 청소년들이 서울시 교육청으로 교육개혁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출처 : 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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