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그 고통을 이겨내고 이곳에 꿋꿋이 서게 될 거라고.
I had a feeling so peculiar
that this pain would be for evermore.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이 고통이 영원할 거라는 그런 기분.
칠흑같이 어둡고 깊었다. 내면의 바다 깊은 곳 어딘가에 잠겨있었다. 추웠다. 삶이 얼어붙었다. 살갗은 쉼 없이 떨려왔다. 숨 한 번 잘못 쉬었다간 온몸에 금이 가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았다. 그저 숨을 꾹 참을 뿐이었다.
한겨울이었다. 사는 게 시렸다. 숨을 쉬어야 하는데 이가 덜덜 떨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이었다. 두려울 정도로 하얀 세상 저 편, 희미한 빛 속에서 누군가를 보았다.
가야 했다. 사람인지도,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냥 왠지 가야 할 것 같았다.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때 눈 속에 파묻힌 발을 꺼내게 해 준 게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였다.
글을 썼다. 처음엔 내 발만 멍하니 바라봤다. 막막한 설한 속에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돌아봤다. 시린 바람에 눈앞이 흐려지도록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과거의 난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인지, 아득한 기억 저 편까지 돌아봤지만 발자국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발걸음을 떼도 될지 하는 망설임 속에서 첫 발자국을 앞으로 뗐다. 더 이상 이곳에 숨 죽이고 있기는 싫었다. 어디로든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 썼다. 또 나를 위해서 썼다. 또 다른 나를 위해서 썼다. 그러다 다른 이를 위해서 썼다. 나와 같이 눈보라 속을 걷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썼다.
어느새 100번째 글이다. 100번의 발자국을 찍었다. 한겨울에서 한여름이 되었다. 뒤돌아 한 발 한 발 애틋이 찍어온 발자국들을 바라본다. 저 너머에 있는 첫 번째 발자국까지 가만히 바라본다. 저 멀리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으로 누군가 보인다. 막막한 설한 속에서도 애쓰고 있는 누군가가 보인다.
그건 나였다. 지난날 숨을 죽이던 나였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나를 보고 앞으로 나아왔다는 걸. 내 삶이 난파된 배처럼 산산조각 나던 때에도, 깊은 내면의 바닷속에 잠겨있던 때에도, 희미한 빛을 보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길 때에도, 나는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며 서있었다는 걸.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 속에서 허덕이던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그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고. 넌 그 고통을 이겨내고 이곳에 꿋꿋이 서게 될 거라고.
I swear you were there
내가 확신해, 넌 정말 그곳에 있었어.
글쓰기 100일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더운 숨을 쉬게 하는 한더위 속, 나는 또다시 저 너머의 나를 바라본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 있을 저 편의 내가 신호를 보내온다. 삐걱거리는 발걸음일지라도 그 발을 떼어보라고. 잠시 숨을 고르고 나는 또 나아갈 것이다. 끝이 아닌 시작을 하는 나를 응원하고 있을, 저 너머의 나에게로.
I had a feeling so peculiar.
This pain wouldn't be for Evermore.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이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는 그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