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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아가

by HJH


네가 조용히 잠든 사이

낡은 옷깃을 매만지며

엄마는 또 마음을 접었다.


매장 진열창 속 반짝이는 옷들,

너의 눈길이 오래 머물던

그 이름난 상표의 휘황한 빛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 돌아섰다.


미안하다, 아가

이 마음만큼 풍족한 옷을

너에게 입히지 못해.

너의 꿈만큼은 온전히

너의 것이길 기도한다.


오늘도 조용히 너의 잠든 얼굴 위로

말없이 옷 대신 사랑을 덮는다.


엄마 마음 깊은 곳,

언젠가 너에게 줄 수 있기를

한 번 더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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