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면 실현된다.
오늘은 2025년 6월6일
나는 지금 집과는 거리가 조금 떨어진 작은 사무실에 앉아 있다.
올해로 마흔 셋. 숫자로 43세. 하고 있는 일은 발렛파킹. 주 수입원이다.
하고 싶은 일은 영화감독, 영화배우. 이 일 또한 계속해서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싶다. 두서가 없게 느껴지겠지만 계속해서 써보겠다.
작업 중인 시나리오가 있다. 투박하게 나와있는 초고가 있고 구상 중인 시나리오의 첫 삽을 떴다.
그리고 16부작 드라마 대본을 쓰고자 한다. 지금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나의 모습은
응답하라 시리즈 드라마처럼 대중에게 사랑받는 드라마 대본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내용은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삶을 담은 이야기이다.
나 김준석의 삶과 아내 손소라의 삶, 그리고 주변 동료들의 삶이 들어가게 될 것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그리고자 하는 모습의 삶이 더해지겠다. 사람은 무엇으로 가는지. 우리는 왜 살고 있는지. 우리는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마흔셋이다. 10년 전에는 서른 셋이었고 그보다 10년 전에는 스물셋이었다.
스물셋의 나는 서른셋의 내가 그렇게 살 줄 몰랐을 것이다. 알 수도 있었을까?
한번 돌아가보자. 2005년으로..
스물셋의 나는 방위산업체를 이제 막 마치려 하고 있을 즈음이다. 부산 영도 대평동에 있는 선박수리회사.
스물셋의 나는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고 공장 일이 끝나면 집에서 수능 공부를 했다. 스물셋 2005년도 수능을 봤고 이듬해인 2006년도 2월에 실기 시험을 봤다. 낙방했다. 그때 난 스물셋, 스물넷이었다.
스물넷까지만 가보자. 부경대 공대로 복학했으나 꿈을 꾸고 싶었다.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다. 학교를 자퇴쓰고 서울로 상경했다. 압구정 고시원에 살며 모델 아카데미를 다녔다. 스물넷 봄여름가을을 서울에서 보냈다. 스물넷 겨울에 집안 사정으로 모든걸 정리하고 부산으로 내려와 편입 시험 준비를 했다.
과연 이때의 나는 10년 뒤의 나를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이랬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현실에 부딪혔다. 주변의 기대에 응하고 싶었고 나 또한 그 길이 맞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부를 했다. 가슴 속 저 깊은 곳에는 내 꿈이 조용히 숨어있었다. 그땐 몰랐다. 그 돌멩이가 이리도 커질 줄은..
서른셋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나. 현재에서 10여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현재 2025년. 10년 전은 2015년.
2014년 여름에 대학로의 한 극단으로 가게 되었다.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2005년의 준석이는 자신이 성균관대학교 졸업생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삶은 정말 예기치 못한다. 많이 살진 않았지만 그런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때는 2012년2월. 졸업 후 안산으로 가서 친구와 살았다. 모텔 알바를 하고 동네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연기를 하고 싶어 연기레슨을 받았다. 레슨은 대학 휴학 후에도 받은 적이 있다.
안산에서 2012년 2013년을 살고 2014년에는 서울 정릉으로 이사를 왔다. 외환카드 심야상담사로 일을 하며 극단을 찾아 다녔다. 편입 공부를 할 때만 해도 내가 극단을 들어가게 될 줄 알았을까. 0.1프로도 몰랐다.
서른 셋의 나는 극단에서 기획일과 배우일을 하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연기를 했다. 재밌었다. 가슴이 뛰었다. 일도 많이 했다. 힘들었다. 그래도 계속했다. 그때의 나는 10년 뒤의 내가 이렇게 살 것이라 알았을까? 상상은 했던 것 같다. 연기를 하며 살고 싶다. 서른 중반을 지나가며 계속해서 꿈을 꿨던 것 같다.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계속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를 뽑아 줘야 할텐데.. 계속해서 뽑힐 수 있을까? 내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재미와 답답함과 불안감, 기대감,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과 안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마음이 늘 함께 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내가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만들어 내는 사람. 그래서 내가 뽑히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뽑아주는 사람.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오랜기간 극단 생활을 해보니 금전적인 문제가 내 발목을 잡았다. 티비에 나오는 사람이 되면 돈을 좀 버는구나를 알게 됐다. 연극 보다는 티비나 영화가 돈이 되는구나를 알게됐다. 기웃거려 봤지만 잘안됐다. 조금씩 됐다. 연극도 계속했다. 그렇게 살았다. 결혼도 하고 싶었지만 누가 나한테 올까 싶었다. 그래도 계속 했다. 꿈은 항상 꿨다. 실행도 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하고 상상하고 움직였다. 그렇게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많이 하지는 않았다. 가진게 없었기 때문인것 같다. 여전히 불안하고 꿈꾸는 나이었다.
현재. 마흔셋. 2025년.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서른셋의 김준석은 마흔셋의 김준석이 이렇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10년 전에 부지런히 적었던 노트가 있다. 작은 노트. 그 노트에 1달 후,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3년 후, 5년 후, 7년 후,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적어놨었다. 지금 그 노트를 보면 목표들은 소소했다.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고 영화,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고, 결혼을 하고 싶고 애는 하나둘 정도 가지고 싶고 영화, 드라마 작업을 활발하게 하며 전 세계를 돌며 강연, 촬영, 출판 등등의 작업을 한다라고 되어 있다. 10년 후 모습이었다. 지금의 모습.
그렇게 살고 있을까? ㅎㅎ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다. 서른 일곱에 결혼을 했다. 5살이 된 아들이 있고 아내의 뱃속엔 둘째가 자라고 있다. 만들어 낸 영화는 세편이다. 우리가 만든 영화로 전국을 돌아다녔다.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이 되고 전주국제영화제에도 초청이 되었다. 많은 동료들이 우리(아내와 나)가 만든 영화에 출연해주었다. 해외 영화제에서도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그리고 난 계속해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연극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배우로써 캐스팅은 잘 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배우의 삶을 살고있다.
이렇게 살고 있다. 마흔 셋의 나는. 20여년 전의 나는 내가 지금 영화감독의 삶을 살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본능이 이끄는 것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이 길이 맞다. 그건 내가 안다. 이 길이 맞다. 조금 돌아오긴 했지만 이 길이 맞다. 돈이 많지는 않다. 부족하다. 그래서 불안도 하다. 먹고 사는데 문제는 없다. 먹고 사는데 문제가 있게 느껴진다면 그건 내가 주변을 돌아보며 비교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 잠을 자는데도 문제가 없다. 옷입고 다니는데도 문제가 없다. 상상하는데도 문제가 없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다. 간간히 나를 괴롭히는건 더 빨리 성장하고 싶은 내 욕심 정도다.
브런치에 글을 아주 오랜만에 적는다. 적기 시작할때 그래도 좀 잘 적고 싶은 마음에 몇초간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발행 버튼이 아닌 저장버튼을 누르자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누군가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신경이 쓰이고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해서 쓰는 글이어야 진심이 담긴 글이 나온다. 그래도 타인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다. 여긴 일기장이 아닌 편지에 가까운 곳이니까.
3년 뒤의 나, 5년 뒤의 나, 10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써볼까.
이건 어떨까?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편지를 써보자.
준석아, 넌 니가 꿈꿨던 대로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됐어. 대단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얼마나 많은 시도와 실패가 있었을까? 니가 원한대로 훌륭한 드라마 대본을 완성했어. 그리고 그 대본에 적힌 대로 좋은 드라마가 만들어 졌단다. 드라마를 만든건 오래전 일이야. 그 후로도 넌 몇편의 드라마를 더 만들어냈어. 영화도 만들어냈어. 사랑받지 못한 작품도 있어. 하지만 허투루 만들진 않았단다. 매 작품 많은 수고를 들였어. 참 수고 많았어.
넌 얘기하는걸 좋아하지. 얘기하는 것 만큼이나 듣는 것도 잘해. 그래서 토크쇼를 만들고 싶었던거지? 너만의 토크쇼를. 오프라 윈프리처럼. 오프라 윈프리는 단순한 토크쇼 진행자가 아니야.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해주고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고 느껴주지. 영성을 깨달은 사람이야. 수많은 영적지도자들을 만나고 일반인들을 만나고 연예인들을 만나고 정치지도자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 그 대화 속에는 미움도 욕심도 싸움도 없어.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이유를,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얘기할 뿐이야. 그것에서 얻는 즐거움이 니가 원했던 즐거움이야. 즐겁지? 행복하지? 자녀들과 아내와 사랑하며 살고 있지?
가진게 많아지고 더 많아져도 그때의 니가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겠니? 응.
지금 너는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니? 응.
온 우주의 만물이 너를 도와주고 있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겠니? 응.
오늘 새벽 이 곳으로 걸어오는 길에 느껴진 마음있지? 관찰되었지? 내가 여기까지 오기가 그토록 힘이 들었구나. 정말 훌륭히 잘살아왔구나. 이제 다른 문이 열리는구나. 순간 느꼈지? 그 느낌이 맞아. 그건 삶의 표지야.
훌륭해. 그리고 계속 해야 해. 넌 이미 계속 하고 있어. 계속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건 운동이야.
운동을 꾸준히 하길 바라. 먹는 것도 잘 먹길 바라고. 어학공부도 꾸준히 하길 바라.
53세의 김준석은 43세의 김준석이 상상도 못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의 생각과 마음을 전파하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가능한 때에 최대한 많은 것을 발행해내야 한다. 완벽한 것은 없다. 완수만이 있을 뿐이다.
44세의 김준석에게 부끄럽지 말자.
43세 7월의 김준석에게 부끄럽지 말자.
내일의 나에게 부끄럽지 말자.
내가 하는 일은 내가 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내가 보고 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