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비땡인력

by 김준석

말에는 힘이 있다.

대략 2013년 정도였던 것 같다.

대학 졸업 후 꿈을 선택한 나는 친구 집에 얹혀살았다.

마땅한 알바를 구하기 전 일당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근처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당시 살았던 동네가 경기도 안산 근처였는데

새벽에 일용직 일을 잡기가 참 어려웠다.

열 번 남짓 나갔는데 서너 번은 허탕을 쳤던 기억이다.

그날은 운이 좋게도 알루미늄 공장으로 배정을 받았고

빨간 마을버스 크기의 승합차를 타고 얼마 정도 이동 후 내렸다.

사장님, 직원 한 분이 전부인 작은 공장이었다. 거기에 내가 낑겨들어갔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수수료 떼고 4만 4천 원(지금 생각해도 참 너무 짰다.)을 벌 수 있었으니..

내가 일한 지 40-50분 정도 지났을까?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공장 안으로 발을 절뚝이며 들어왔다. 난 왠지 그분이 내가 일을 받아온 인력사무소에서 뒤늦게 배정받아온걸 알 수 있었다.

뭔가 ‘제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늦기도 했고 다리도 불편한데..’하는 내색이 역력했다.

나는 일을 잠시 멈추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비ㅇ인력에서 오셨죠? 저도 거기서 왔습니다.”

살짝 웃으면서 인사했던 기억이다.

그때 아저씨의 반응이 얼굴이 환해지시면서 나에게 엄청 의지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반응이었다.

(중략)

그분과 일을 어떻게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대신 일이 끝나고 그분이 소주를 사준 기억이 있다.

돈이 없어 편의점에서 새우깡 사서 그 앞 테이블에서 소주 한 병을 나눠먹었고 2차로 아저씨가 잘 아는 분식집 가서 순대, 어묵에 한 잔을 더했다.

뭐든 상관없었다.

당시 그분 말씀이 알루미늄 공장 왔을 당시에 마음이 많이 불편했는데 내가 먼저 인사해 줘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단다. 자신과 같은 비ㅇ인력이라는 말을 듣고 더 미음이 놓였다시면서..

왜 그 기억이 이토록 생생히 아직도 남아있을까.

난 그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을 뿐인데.

말에는 그런 힘이 있나 보다.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든 움직이는 힘.

그리고 술에 취한 그분의 한마디가 아직도 마음속 깊이 님아 있다.

“청년이 가고자 하는 길을 나는 잘 모르지만

계단을 올라갈 때는 반드시 한 계단씩 올라가야 하네.

막노동할 때도 짐 짊어지고 두 계단 한 번에 오르면

다칠 수 있다고. 꼭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야 돼.”

자신이 대기업에서 오래 일했는데 현재는 신세가

안 좋게 됐다고.. 아내 눈치도 보이고 해서 일용직이라도 하신다고..

(중략)

아들 분유 주고 품에서 재우면서 글을 썼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그때처럼 말을 잘하고 있을까 싶다. 선한 말을 하려 노력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기억도 있는데..

부디 내가 과거의 나에게도 많은 것을 배우길 바라며

조용한 밤을 보내야 하겠다.

추신) 아저씨. 저 꼭 한 계단씩 올라갈게요.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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