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7일의 기록
1. 나의 경우 근거 있는 비판은 납득하는 편이지만, 유독 내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바로 남을 깎아내리기 위해 뱉는 말이다. 올여름 사람에 의한 스트레스는 거의 제로 베이스였는데 어제 급작스럽게 수치 1,000은 찍은 것 같다. 시기와 질투가 제일 싫다. 대놓고 상대방이 기분 나쁘길 바라며 내리꽂아 버리는 그런 말들. '네가 언제부터?' '집착'한다는 말들. 어디서 그런 말들이 쉽게 튀어나오는 걸까.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쓸 일이나 있을까? 이럴 때마다 내 멘탈을 붙잡기 위해 생각하는 한 문장은 '내 일만 잘하자'. 묵묵히 내 일 하면서 내 갈 길 가겠다는 뜻이다.
2. 한 달 전부터인가 엄마의 김밥이 그립더라. 어렸을 때부터 김밥에는 우엉이 당연히 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커보니 그렇지 않았다. 이는 경상도에만 있는 김밥 레시피인가 했더니 부산에도 넣는 사람 있고 안 넣는 사람 있다고 하니 포항 출신인 엄마의 김밥은 그냥 엄마의 레시피인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마침 내일 회사 전사 휴무이고 엄마도 휴가라 하길래 서울집으로 초대했다. 아니, 초빙했다. 안산 호수마을 본가 김 아무개 어머니 서울집에 김밥 만들러 출장 오다. 크크. 엄마가 몇 시까지 갈까? 물어봐서
- 그러게 엄마 오기 전에 집 좀 정리하고 하려면... 아니다 나 그냥 엄마 올 때까지 자고 있을까?
- 그래 뭘 일어나있어. 그냥 자고 있어.
-ㅋㅋ 그럴까.? 에이 아니야. 엄마 오면은 바로 김밥 재료 장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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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를 하면서 마음껏 응석받이가 될 수 있다는 게 느껴져 자유롭기도 하고 마음이 푸근해졌다. 엄마는 나의 가장 크나큰 약점이다. 내일은 느지막이 일어나 엄마랑 김밥 만들 생각에 설렌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깔끔한 고깃집은 내가 예약해 두었고 저녁 먹고 보러 갈 영화는 진이 예약해 두었다. 엄마 맞을 준비 완료!
3. 어제 있었던 불쾌한 대화로 인해 온몸이 출근을 거부했다. 겨우겨우 준비해 출근하는데 몸이 안 움직인 탓에 늦을 대로 늦어 택시를 탔다. 나는 기본적으로 택시 기사님들을 견제하는 태도가 몸에 베어있는데 (힘들었던 경험이 많아서) 오랜만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사님을 만났다. 뭐랄까. 차에 타자마자 뭉게뭉게 구름 같은 기운을 풍기는 순두부 같은 아저씨가 타고 계셨고 어른한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순수한 사람 같다는 느낌. 덕분에 가드 내리고 편히 눈 감고 택시 타고 가는 길. 회사 앞에 내릴 때 여느 때처럼 문을 열며 감사합니다~ 인사했더니 몸통을 돌려 나의 눈을 마주하고 아주 큰 소리로 "오늘 하루 아주 많이 무지하게 행복하세요~!" 하시는데 감동 받아 눈을 마주치며 흐릿한 미소를 띄었다. 회사 정문으로 걸어가는 짧은 거리 동안 땅을 내려다보며 발길을 옮겼다. 땅바닥을 보며 지은 옅은 미소. 그 기분은 구름 위도 아니고 땅바닥도 아니고 공중에 떠다니는 슬픔을 손아귀에 딱 잡고서 뭉개버리는 느낌이었다. 감사해요 아저씨!
4. 오늘 후배 동료와 점심을 먹는데 내가 기운 없는 게 느껴졌나 보다. 동료에게 부정적인 이야기 하기 싫어서 참고 참다가 하도 답답한 마음에 어제 특정인의 언행에 기분이 무척 좋지 않았다고 하소연을 좀 했다. 후배한테 이렇게 하소연해도 되나 걱정하며. 나름대로 위로를 해주고 싶었는지 최근 몇 달 나랑 점심 식사를 하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얻었다는 말을 하는 데 나는 그 말이 부끄러워서 내 앞에 냉밀면 그릇에 괜히 젓가락을 휘저으며 그래? 내가 좋은 에너지를 준다니 다행이네~~ 피식. 하고 말았는데 좀 바보 같았다. 고마웠다.
5. 이번 주에 섭외 홍수가 터져서 나가오카 ㄱㅁㅇ 인터뷰를 당장 다음 주에 하게 되었고 그다음 주는 에디션 ㄷㅁㅋ 인터뷰를 그다음 주는 OOO 디자인 스튜디오 인터뷰를 하게 됐다. 클났네 나. 여유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