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장면을 상기하는 일

by 키오스크 블루

지난밤 무슨 일인지 초중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한 명의 이름이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졌고 자연스레 멀어졌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그들을 떠올리기 위해선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만 했다.


그 친구의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아 맞다!" 하며 마치 내가 연락하기로 해놓고 1년 2년 3년이 흐른 뒤 깨달은 것 마냥,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관성이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왜 이제서야 그 친구를 떠올렸을까? 그리고 이름을 입 안에서 옹알거리다보니 그리움이란 감정이 짙어져만 갔다.


그래서 매우 낮은 확률을 예상하고도 무작정 인스타그램에 그 아이의 이름을 검색해봤다. 왠걸. 가장 첫 번째로 뜬 계정이 바로 내가 찾던 나의 옛 친구였다. 피드에는 친구의 얼굴이 가득했고 언뜻 보아도 승무원이 되어 전 세계를 누비며 누구보다 가장 열정적으로 이 세상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학창 시절 외모와 몸매, 학업 모든 면에서 뛰어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좋은(good) 삶(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느낀 순간 고생했다. 기특하다. 이 자식 잘 살았네.와 같은 감정이 휘몰아쳤달까.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흐른 시점에 내가 이 아이를 친구라고 지칭해도 되는 걸까 같은 애석한 감정이 몰려왔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분수대 앞에서 만나 함께 등하교 했던 장면들, 그 친구의 행동 하나 제스쳐 하나 말투 하나가 아주 천천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그 친구를 생각하며 멜랑꼴리한 기분에 어쩔 줄을 몰랐다. 친구가 그리워서일까?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이 그곳에 남아있고, 기억도 어렴풋이 각자의 마음속에 묻혀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장면들이 아름답고 소중하면서 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 마음 쓰라리다.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을 쫓아 건강하게 잘 살자. 응원의 마음을 담아.



https://youtu.be/qJcfMeAeZAQ?si=FiuWqRCUVuZOTx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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