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기타] 카피책

오늘도 열렬히 마감을 합니다

by 이요마
카피책(2016)

사진 출처 : 알라딘


* 매일 하나의 리뷰(혹은 글쓰기) 15일 차

* 본 리뷰에는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있습니다.



1. 들어가며

나는 카피에 쥐약이다. 임팩트가 있는 짧은 한 문장을 잘 못쓰고 장황하게 글을 쓰는 편이다. 브런치에는 '소제목'칸이 있는데 글을 쓸 때마다 고민을 한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쌈박한 제목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00에 대하여 같은 논문에나 볼법한 제목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새삼 제목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건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근 2주를 쓰고 나서였다. 처음 이 작업을 하는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 나의 아카이브 구축
둘째, 기록이 쌓이는 것이 좋아서



책도, 영화도 테레비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다. 근근이 게임을 했고, 게임을 했고, 또 게임을 했다. 그렇다고 게임을 잘하거나 깊게 파냐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란 사람의 천성이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한 것인지 매번 그런 식이 었다. 이도 저도 아닌, 흐지부지한 그런 유령 같은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의자에 거의 눕듯이 앉아서 창모드로 축구게임을 틀어놓고, 한쪽은 무한도전을 켜놓은 상태로 게임의 선수팩 6000장을 까고 있는 모습을. 선수팩을 6000장이나 개봉하는 이유는 현금 과금을 하지 않고 게임머니를 불리기 위함이었는데, 그날은 여섯 시간 정도 그 일을 한 것 같다.


아차 싶었다. 모든 생활이 축구게임에 맞춰져 있었다. 한낮에 일어나서 선수팩을 여는 동안 볼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한다. 영상을 보면서 선수팩을 연다. 밥 먹을 때가 되면 컴퓨터 앞에서 먹는다. 엄마가 퇴근하실 시간이 되면 주섬주섬 세수를 한다. 집에 오시기 전에 에코백에 짐을 챙겨 카페로 피신을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다. 두어 시간 버티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새벽까지 선수팩 개봉.


이게 카드팩을 까는 삶인지 나의 삶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관성이 되어 나도 모르게 몇 시간이고 그 일을 반복하는 나를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나에겐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제갈공명이 마속을 베는 심경으로 축구게임 아이디를 삭제했다. 그때부턴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아, 이제 무얼 해야 할까. 사실 남들 하듯이 열렬하게 취업준비를 해야 할 때였는데 자신이 없었다. 아니, 하지 않고 있던 건 아니다. 마냥 하기 싫어서 도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브런치였다. 이런저런 매거진을 만들어놨지만 반응도 별로 없고, 조회수도 기대한 것만큼 나오지 않아서 관리를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던 나의 브런치가 한 줄기 빛처럼 보였다. '뭐라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2. 조회수로 시작한 매일 쓰기


조회수와 라이킷, 그리고 공유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3에서 7 정도 찍히는 조회수를 보면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나의 아카이브 구축'으로 잡았다. 아카이브라고 해서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쉽게 말하면 기록이다. 내가 언제 무엇을 보았고 어떤 느낌을 받았고 어떤 것을 얻었는지 빈 서재에 책을 채우듯 모아 두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처음 고른 소재가 영화 '미녀와 야수'였고 400만 흥행을 타고 조회수가 꽤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생각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 조회수 100만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 조회수 100이 찍히려면 어떤 글을 써야 할까.' 하고 말이다. 좋은 글을 써서 사람을 모을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속물적인 나는 이랬다.


우습지만 매일 쓰기는 조회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작된 셈이다. 아카이브도 구축해나가고 조회수도 찍히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물론 중간에 몇 번 고비가 있었다. 말이야 쉽지 매일 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준비+작성)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계속했다. 그놈의 조회수 때문에.


그렇게 열흘 정도 쓰다 보니 나의 레파토리가 바닥이 났다. 아뿔싸. 관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학곰군' 계정을 클릭하고 최신 글부터 쭈욱 나열된 글목록을 보았다. 하나하나는 조악한 글이지만 모아놓으니 제법 멋있었다. 한 편, 세 편, 다섯 편 일 때는 보잘것없어 보였는데 십 단위가 넘어가니 또 욕심이 나더라. 이걸 석 달 동안 매일 하면 100편이고, 1년 하면 300편, 3년 하면 1000편이 아닌가.


계산이 서자 '어쩌면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4일 연속으로 글을 업로드하면서 머릿속에 맴도는 어구가 있었다. '영독공'이라는 팟캐스트의 진행자들이 했던 말.



자기계발서에 있는 말들 뻔하다고 생각하죠? 근데, 그 뻔한 걸 사람들이 안 해요. 하면 잘 된다는 걸 다 알면서도 안 해.



사실 브런치에 글을 쓸 필요는 없었다.(조회수가 아니라면) 그런데 이 일을 안 한다고 내가 다른 것을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저 보고,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나에게 돌아오는 건 이따금씩 많은 조회수가 전부다. 그렇지만 이 일을 반복하면 할수록 확신이 생기더라. 매일 하는 것이 힘든 만큼 이 고통을 견디면서 열흘이고 백일이고 반복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고. 그리고 백일 후에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3. 일 평균 조회수 100을 넘어서

2주 차에 드디어 일주일 평균 조회수 100에 도달했다. 꼭 되고 싶던 100을 달성하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기쁘기보다는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싸질러 놓은 글을 내가 모르는 100명이 매일 본다니. '책임감'을 갖고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3일간은 글을 쓰지 않고 쉬면서 써놓은 글을 복기해보았다. '미녀와 야수'와 '고등 래퍼'처럼 시기가 잘 맞아 검색 유입이 많은 글이 있었고, '씽'과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같은 경우는 카카오톡 채널에 노출되어 많은 조회수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빽빽함'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강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워드프로세서 기준으로 세 줄이 넘어가면 모바일에서 읽기 어려워요. 소제목을 달고, 사진을 첨부하고, 세 문장 이상 쓰면 엔터를 치세요.라고.


처음에는 납득할 수 없었다. 나름 글은 쬐금 쓸 줄 안다는 '자만심'과 잘 읽히기 쓰면 그만이지 내 글의 수준을 떨으킬 수는 없다는 '곤조'가 섞여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허나 나는 강사님의 말처럼 글을 써야 하는 플랫폼에 있었다. 모바일로 글을 보는 이 플랫폼에서는 독자를 난독으로 비난하며 '흥! 읽을 사람만 읽으라지!'할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했다. 그걸 몰랐다.


그래서 엔터도 많이 치고 문단도 짧게 써보고 있다. 그렇게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바꿀 수 있었다. 그런데 해결이 안 되는 약점, 내가 못하는 부분은 노력을 통해 교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소제목'이 골칫거리였고 그래서 '카피책'을 읽게 되었다.(서론이 너무 길었다. 오늘도 요약 실패 ㅠㅠ)


4. 구독자 100명을 향해

카피책은 야구에 빗대자면 은퇴를 앞둔 노장 투수의 노련한 경기 운영 같다. 카피 쪽에서 핫한 배달의 민족이 세련된 직구를 슝슝 던진다면 카피책의 저자 정철은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요리하는 백전노장 같았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잘 읽힌다는 것이다. 편안하게 단문으로 툭툭툭 던지는 듯한 글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했다. 책의 내용은 말하자면 '스킬북'이다. 카피를 어떻게 쓰는가에 대해 수많은 예시를 갖고 비법을 풀어놓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빼기'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않고 더러 덜어내고 간결하게 글을 쓰는 방법이었다.


고수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직하다. 힘을 빼고도 강력한 한 방을 먹일 수 있다. 그래서 자꾸 빼라고 한다. 접속사도, 조사도 때론 주어까지도 말이다.(나는 접속사를 의도적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잘 읽히기 위해 많이 쓰는데 때가 되면 나도 알아서 줄여나가지 않을까.) 쉽지 않다.


사달라는 건 아니다~ // 복음보청기 광고 카피

사진 출처 :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JGB71djDfso)


위의 사진은 '복음보청기'의 광고 장면이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는다. 내 기준에서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광고 카피는 두 개다. 하나는 복음보청기의 '복음인지 볶음인지 보청기 잘한다더라~ 아! 사달라는 건 아니다~', 다른 하나는 BC카드의 '여러분~ 여러분~ 모두우~ 부자 되세요~ 꼭이요~'다.


매일 글을 쓴 지 2주 만에 찾아온 그 부담감은 '읽는 사람'들의 존재를 깨닫고부터다. 어차피 수익도 안 나고, 이게 취업을 시켜주는 것도 아닌데 '취미'로 쓰겠다고 선을 긋고 마이웨이를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더 잘하고 싶다. 아니, 쓰다 보니 더 잘하고 싶어 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좋아해주면 좋겠다.


나도 안다. 내가 '김리뷰'씨처럼 재치 있고 임팩트 있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등단한 소설가들처럼 아름답고 멋진 문장을 쓸 수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카피라이터들처럼 깔끔한 문구를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나는 매일 써야만 한다. 매일 마감을 하고 매일 성장해야만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 열렬히 마감을 하는 학곰

사진 링크 : https://www.facebook.com/hakgomgoon/


브런치 계정과 마찬가지로 비활성화 직전에 내몰렸던 페이지의 이름을 바꿨다.(매일 글쓰기를 시작하고는 링크를 복사해다가 공유하는 용도로 썼다.) 그리고 나만의 카피를 한 번 만들어 봤다.



파워 마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매일 마감하는, 매일 성장하는 그리고 매일 쌓아가는 글쟁이가 되고 싶다. 다음 목표는 브런치 구독자 수 100이다. 나의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최소한 '읽을 만한'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간신히 마감이다. 마감을 주깁씨다! 마감은 우리의 원쑤!




*facebook 페이지 '열렬히 마감을 하는 학곰'은 브런치의 글을 옮기는 용도입니다. 들어오셔서 좋아요 눌러주시면 저도 좋아요 히히. 하실 말씀 있으시면 페이스북 메시지나 ttotto32@naver.com으로 메일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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