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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05. 2016

(진머개한)1.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이름 전설 파트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 곧 정기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 주의 : 건강에 해롭습니다. 멘탈이 약한 분이나 배신감을 크게 느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에 대하여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는 알로망 공화국의 수도 유루어시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어 솔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취미는 레플리카를 사서(종목은 가리지 않는다. 축구, 야구,  농구는 물론 수영, 피겨스케이팅, 당구, 사격 선수의 유니폼도 구매한다. 그의 수집 폭은 다소 파괴적인데 바둑기사 아르빠 세도루가 입은 정장도 같은 모델로 구입했다.) 등판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다.(정장에도 물론 새겼다.) 허나 그의 이름은 어와 솔 두 글자뿐이었다. 그는 그 사실이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레플리카에 아치형으로 가득 찬 이름을 갖고 싶었다. 너무 길면 j.s.park처럼 이니셜을 찍어야 했기에 적당한 길이의 이름이 필요했다. 메이쟈리그 포수 살탈라마치아(실제로 그의 유니폼엔 Saltalamatia가 적혀있다.) 같은 멋진 이름을 찾았다. 운동선수의 실력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았다.




◎ 솔레어의 탄생 비화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씨는 어 솔이라는 이름을 남겨 최소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이름을 함부로 버리고 싶지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활용해서 새로운 이름을 창조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여러 날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이름을 찾지 못했다.



  솔레어라는 이름은 순전히 우연한 계기에서 만들어졌다. 어느 날 그는 친구 드니로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게 된다. 드니로는 손님 접대를 위해 스테잌을 사놓았고 그가 오자 굽기 시작했다. 드니로는 말했다.

 


어이 친구. 고기는 얼마나 익혀줄까?


  그의 물음에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아차! 당시는 어 솔이다.)씨는 미디엄 웰던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드니로는 먹이를 기다리던 거미처럼 잽싸게 준비한 멘트를 쳤다.




뭐? 잘 안 들려. 레어라고? 알았어. 그냥 갖다 주지. 솔은 레어야. 솔레어. 푸하하핫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는 그 개그가 얼굴에 걸린 거미줄만큼이나 불쾌했다. 상당히 저열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색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봐 솔레어. 이게 재미없나? 솔레어랰 솔레엌 크크크. 봐봐. 어 솔이. 니 이름이 솔인데 레어를 먹으니 그럼 솔레어가 되지 않는가! 푸하하핫.




  드니로는 굳이 자신이 내뱉은 개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는 그저 말없이 밥만 주워먹을 뿐이었다. 드니로는 그가 그만두지 않으면 귓방망이를 후리겠다고 할 때까지 정확히 6번 더 설명했다. 그가 드니로의 개그 설명을 다섯 번이나 더 들어준 이유는 드니로가 개그맨 지망생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심지어 드니로가 그를 초대한 이유가 '솔레어'라는 개그를 치기 위해서였고 또 하나의 충격적인 것은 이 개그를 6개월간 준비했다는 사실이다.)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다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홱 돌아서 드니로에게 말했다. 그는 그런 개그를 준비할 시간에 세이브 더 칠드런 같은데서 신생아 털모자 뜨기나 해! 라고 말하고 문을 쾅 닫았다. 대답은 듣지 않았다.

 


   그는 쾌남이었기 때문이다.(*드립참조ㅡ박루저) 이후 드니로는 신생아 털모자 뜨기를 시작했고 그것에 소질을 발견해 프로 뜨개질리스트가 되었다. 세계 뜨개질협회 주관의 마스터 뜨개질리스트 콘테스트에서 비상하는 아르마딜로라는 작품으로 3위에 입선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뜨개질이지만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의 진솔한 한 마디로 인해 비로소 재능을 피울 수 있었다.



  다시 솔레어의 이름으로 돌아오자.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씨는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그는 집에 와서 침대의 베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벽에 집어던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뭐어? 레어? 솔이 레어를 먹으면 솔레어?



  그는 드니로가  이 저급한 개그를 치면서 지은 표정을 떠올렸다. 마치 고민하며 준비한 결정적 한 방이니 빵 터지겠지? 하는 들뜬 표정. 그 때려주고 싶은 얼굴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아니! 그래도 솔레어는 심하지. 솔이 레어를 먹어서 솔레어라니. 그럼 걸리버가 레어를 먹으면 걸리버레어야? 잠깐. 걸리버레어 랰 히익.



  그는 스스로 말하다가 웃음이 나왔다. 그의 개그 수준이 사실 이 정도였던 것이다. 밖에선 아닌척하며 정색했지만 페르소나를 벗어내고 혼자만의 시간이 되어 응용을 해보니 정말 웃긴 것이었다. 그는 이윽고 걸리버레어 만큼이나 솔레어가 재밌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솔레어에는 어와 솔이라는 두 글자가 모두 들어갔다. 그래서 고민 끝에 몇 달 후부터 솔레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드니로에게는 솔레어를 쓴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드니로는 세계적인 뜨개질리스트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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