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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pr 11. 2016

2. 파틱시슬 롸밧 솔레어 이름 전설2

진지를 머금은 개소리 한 마당


* 곧 정기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 주의 : 건강에 해롭습니다. 멘탈이 약한 분이나 배신감을 크게 느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다소 혼란스럽습니다.

* 브런치 나우 분류로 구분이 안되는 글이더라고요. '헛소리' 같은 분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롸봣에 관하여

  

  사람들은 편견이 있기 마련이다. 롸밧이라는 말에 착각을 하기 마련인데 드니로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 솔 아니 솔레어씨는 자신의 이름이 더 길어지기를 바랐다. 그는 독창적이면서도 눈에 띄지는 않은 보편적인 이름을 짓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름을 짓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작명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유루어시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엇맛 명리소 본점으로 향했다. 엇맛기업은 사업을 확장해서 명리학과 작명까지 프렌차이즈화 시켰다. 그들은 전국의 철학원과 사주카페를 하나씩 인수하더니 이젠 나라의 운세와 이름을 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솔레어씨는 그점이 괜히 꺼림칙했다. 자신의 이름이 차별화되지 않고 양산되는 이름이라면 개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가격대비 효율이 좋다고 소문이 난 작명비와 더불어 1류를 지향하는 엇맛의 기업이미지를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엇맛명리소 일'명점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지만 그는 이왕가는 김에 엇맛명리소의 본점인 '각옺'점으로 향했다. 각옺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1층부터 복작거렸다.  그는 번호표를 한 장 뽑고 복도에 있는 의자에 앉으려고 했다. 그때 어떤 남자하나가 솔레어씨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저기요! 거긴 제가 맡은 인자깁니다. 여기 가방도 있고요. 실례가 안 되신다면 여기 앉아도 되겠습니까?


  솔레어씨는 황당했다. 인자기라니.( 인자기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의 가장 구석자리를 이르는 앗'랍 왕국의 방언이다. 혼자 앉기 가장 좋은 자리라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닙다방 양옆점 5층 건물 붕괴참사때 인자기에 있던 이들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고 이후 행운의 자리라는 의미로 바뀌어 사용한다.) 그는 알로망 공화국의 수도 유루어시아 한복판에서 '인자기'라는 단어를 들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앗'랍 왕국에선 임자가 있는 인자기를 가로채 앉으면 83일동안 재수가 없다는 일설이 있었다. 솔레어도 그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고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순순히 양보를 했다. 남자는 정중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남자는 나이가 20대쯤 되어보이는 아저씨였다. 굳이 단어를 찾으면 청년정도가 있겠지만 솔레어씨는 기분상 그를 아저씨로 치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저씨는 벽에 등을 대지 않고 오히려 새우등처럼 앞으로 숙였다. 그리고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차례를 기다렸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어보였다.

  솔레어씨는 아저씨가 괜히 사람을 궁금해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의 속눈썹이 사슴마냥 길었기 때문이다. 살면서 그렇게 길고 아름다운 속눈썹은 본 적이 없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반인 반수 신 김철수 같았다.(김철수는 상반신은 사슴이고 하반신이 인간인 쌀국수의 신이다. ) 솔레어씨는 대기번호도 아직 멀었고 해서 아저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그때였다.

  사람은 많았지만 이곳저곳 속닥거리는 수준의 소음만 있던 명리소 안에서 일렉기타소리가 들려왔다. 뜨라레로 라루라르 뜨라레로 라루라르 뜨라레로 라루라르 뜨라레로 라루라르 하는 반복되는 코드진행이 꼭 건즈앤 로지즈의 음악같았다. 매년 롹 패스티벌에 참가 는 하고싶지만 혼자가기는 뭐해서 동영상사이트로 실황중계를 즐기는 솔레어씨는 기타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이런 사운드를 내는 실력자는 밴드가 분명하다는 촉 때문이었다. 기타소리에 반응한건 솔레어씨 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곧 소리의 근원이 화장실 옆 자판기 앞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곳엔 어깨까지 오는 갈색머리를 한 한 여인이 서있었다. 아마 앰프를 꽂을 콘센트를 찾다가 자판기 옆으로 갔으리라. 솔레어 씨는 선글라스를 낀채 연주에 몰입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슴눈썹을 가진 아저씨보다 대략 5.7배 가량 매력있었다. 그는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연은 계속되었다.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볼 실내 버스킹이었다. 기타연주로 한 곡을 끝내자 그는 입고 있던 항공잠바 주머니에서 마이크를 꺼내들었다.


이번 곡은요. 세상에 내던져진 한 인간의 고뇌를 그린 노래입니다. 후렴 쉬우니까 함께 불러주세요!


    솔레어씨는 심장이 두근 거렸다. 저것이 말로만 듣던 걸크러쉬인가! 혈관의 피가 너무 빨리 돌아서 고혈압으로 뒷목을 잡고 쓰러질것같았다. 앰프를 조율하던 그녀는 시작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한 마디하고 노래를 시작했다. 아니 그 전에 노래 제목을 읊어주었다.


아! 노래제목은 빨간 날 입니다.

 

  그녀는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고 연주를 시작했다. 솔레어씨는 인기가수 초난강씨가 정말로 사랑해요를 부를 때 취하는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기꺼이 해드뱅잉을 할 준비를 마쳤다. 뜬 뜬 뜬 띠라리 딘든딴 뜬 뜬 뜬 띠라리 딘든딴. 기타 소리가 울리고 그녀가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틴트를 바른 분홍 입술이 명리소의 스웨덴식 간접조명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기ㅡ

  

저기요. 죄송한데 제 인자기 좀 맡아주실 수 있나요?


아저씨가 갑자기 서있는 솔레어씨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연극을 하는 것 마냥 큰 동작과 명리소를 가득채울 발성으로 부탁을 했다. 그 정도 소리면 이미 실내의 모든 이가 들었을 게다. 물론 실내버스킹 때문에 그가 크게 말했고 애석하게도 볼륨조절에 실패한 것일 게다. 솔레어씨는 별것아닌 일이지만 아까 제자리라며 쫓아낸 것이 생각나 쿨하게 거절했다. 그는 쿨한 쾌남이었지만(*드립참조ㅡ박루저) 뒤끝이 길었다. 그의 뒤끝이 얼마나 긴가하면 드니로가 1350원짜리 지브라 타프리 클립 0.7 볼펜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아서 달라고 4번 얘기했고 4번만에 돌려받은 펜의 잉크량을 체크하고 그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낙서를 한다는 핑계로  2년간12번의 방문만에 빌려준 잉크량만큼을 사용한 경력이 있었다. 여하튼 남자는 이제 무릎을 꿇고 울기시작했다.

  솔레어씨는 단호하기로 소문이 나서 별명이 단호박이었다. 그래서 단칼에 거절하려는데 아저씨의 눈을 보고 말았다. 그 사슴같은 속눈썹에 이슬방울처럼 눈물이 치렁치렁 달려있었다. 천하의 솔레어씨도 그 모습을보고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흥. 가봐요. 당신을 위해서 해주는 건 아니야! 흠흠. 이라고 말했고 남자는 90도로 인사를 하고 내가 벽을 뚫어볼게! 얍! 하고 사라졌다.  솔레어씨는 다시 공연을 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손을 흔들며 후렴을 따라하고 있었다.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 승리하리라ㅡ

  그도 자연스럽게 초난강 포즈를 취하면서 따라했다.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ㅡ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ㅡ 쉬운 후렴구가 귀에 쏙쏙박혔다.

  한참을 따라부르는데 명리소에 편의점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들이 닥쳤다.

저 놈 잡아라!

  솔레어씨는 그녀가 잡히지 않기를 기원했다. 끌려갈때 끌려가더라도 노래가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편의점 조끼 사내들은 뛰어서 그녀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그녀를 지나쳤다.

  그들은 솔레어 씨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는 이놈 잡아! 라는 말과함께 솔레어씨를 붙잡기시작했다. 두명의 사내에게 양팔을 한쪽씩 꺾인 솔레어씨는 영문을 몰랐다. 그는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너 입닥쳐! 그런건 알고 싶지않아.


대장으로 보이는 모히칸 머리가 말했다. 솔레어씨는 억울했다. 그래서 이유라도 알고 싶어 그들에게 물어봤다.


당신. 이름이 짓고 싶은거야?

  

  솔레어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히칸 사내는 말했다.


  너 입닥쳐! 그런건 알고 싶지 않아!


솔레어씨는 속절없이 팔이 꺾여 있었다. 모히칸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솔레어씨 눈 앞에 보여주었다.


내 귀엔 도청장치가 들어있소.
엇맛놈들의 짓이지. 나를 도와주시오.

  솔레어 씨는 그. 그래요? 하고 되물었고 또 입닥치란 소리를 들었다. 그는 도와달랄거면 팔좀 놓고 얘기를 하라하고 싶었다.

  노래는 막바지로 흐르고 있었다.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ㅡ 기호이 십삼 번 피더슨ㅡ

  


모히칸 사내는 다시 무언가를 써서 종이를 건냈다.


작명을 하려거든
요 옆의 최고의 세련된 이름을 지어주는
복례 작명소에서 하시오.
내가 엇맛에서 이름을 지은 이후로
욕쟁이가 되어버렸소.
복례 작명소가 최고요. 정말이오.
내가 사실 파워블로거라 한 번 갔는데 원장님이 친구 세 명 데려오면 무료로 해준다고 했소.

  절절하게 쓰여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두 사람에게 팔을 풀어주라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쪽지를 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 지옥에나 가버려!

  그리고  셋은 도망치듯 사라졌다. 솔레어씨는 꺾였던 팔을 돌렸다. 그런데 몹시 편한게 아닌가. 실은 양팔을 잡은 두 사내는 정성을 다해 마사지를 하고 있던 것이었다. 솔레어씨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였다.


휴지를 놓고갔어요. 내가 이번에는 사라져볼게 얍!


그는 두 마디만하고 사라졌다. 마침 노래가 끝났다. 솔레어씨는 명리소를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모히칸 사내의 말도 마음에 걸렸지만 작명소의 이름이 맘에 안들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의 마지막 쪽지는 엇맛명리소 밖에서 읽어야할것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쇼파에 앉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쪽지를 폈다.


영어가 안 되면 롸밧 스쿨 닷 컴!

  그는 미들네임으로 롸밧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모히칸 친구의 해맑은 미소를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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