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by 이요마

내가 많은 걸 바라며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첫 직장에서 이직을 할 때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다 버렸을 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던 걸 그새 또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고작 이 만큼을 바라는 것도 사치인가. 내가 이 정도도 바라면 안 되는 걸까. 왜 나한테만 세상은 허락하지 않는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가 욕심이 많았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검진을 다녀와서, 요즘 다니는 병원들과 약봉투와 한약과 쌓여있는 책들을 보면서 다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다 가지려해서 내가 아프구나. 모든 걸 다 끌고가려해서 이도저도 안 되는구나. 그렇구나. 작년 겨울 부산으로 점을 보러 갔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이 기억난다. 자세한 건 말씀해주시지 않았지만 2023년도에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어떤 걸 포기하고, 어떤 걸 해야할 지 정리가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의 나는 이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뭘 더 정리해. 내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사는데 말이야. 하고.

나는 늘 결핍이 있었고, 그 결핍으로 많은 걸 끌어안으려 했던 것 같다. 이마저도 놓아버리면 나는 없는 것 같아서, 억울해서 끌어 안고 있던 패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느냐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책임과 책임과 책임으로 나를 채워갔던 것 같다. 나는 여전히 바라는 게 많고, 바라는 걸 이루지 못해 슬프고, 바라는 걸 갖기 위해 쓸 에너지가 없다. 쉬고 싶다. 어제 회사에서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까진가 보다 하는 직감이 들었다. 얼마나 유지해갈지는 모르겠다. 확신이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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