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대학 1기 중간 결산 및 잡담, 낫 오피셜
1.
타로 카드로 5월의 운세를 쳤다. 대충 뭔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란 느낌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나의 삶의 궤적이 조금씩 바뀌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일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평소처럼 해마다 오는 멘탈이슈(주로 우울)가 또 찾아왔고, 나아지고 다시 딮하게 내려가는 빈도가 잦아져 안 되겠다 싶어 두 가지 고정 스케쥴을 잡았다. 하나는 소설 창작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 상담이다.
2.
마감 임박!이라는 문자가 왠지 모르게 내 인생을 바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촌의 문화교육센터애 냉큼 등록했다. 결제를 다하고 나서야 그 강의가 심화반이고, 소설 몇 편은 써본 사람을 위한 합평 강의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것도 어쩌면 내게 기회려니 생각하고 쫄지 않고 끝까지 수강하기로 맘먹었다. 대학시절 창작학회에서 합평하던 짬바로 그럭저럭 3주를 보냈고, 두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하나는 내가 돈이나 셀링포인트를 배제하고, 작품을 작품 그대로 두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데에 굉장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2주 차에는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퍽 지쳐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가야 해… 하면서 간신히 간 수업이었는데, 10시쯤 끝날 때가 되었을 땐 영적으로 회복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명료한 것으로 평가받는 회사 시스템도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내가 근본적으로 좋아하던 일은 이거였지. 원래 이런 거 좋아했었지 괜히 깨닫게 되는 모먼트였다.
다른 하나는 내가 우월감이라는 감각을 느끼는 분야가 있었구나 하는 자각이었다. 이게 무슨 재수 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우월의 대상은 평소의 나다. 하루 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활 5년간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부족함’이었다.
나는 책을 많이 안 읽어서, 나는 말을 잘 못해서, 나는 인간관계를 잘 만들지 못해서 같은 나에 대한 박한 평가들은 ‘나는 부족하다’는 전제를 디폴트로 두고 있기에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낮은 자세로, 나를 타박하는 방식으로 나를 평가했다. 그래서 늘 힘에 부쳤고, 잘해도 잘한 기분보다는 남들도 이정돈 하잖아 하는 평가가 앞섰다. 그렇기에 그 시간들이 나를 성장시키긴 했지만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했더랬다.
허나 수업 시간만큼은 나는 작품에 대해 평가할 수 있었다. 평소의 바닥에 엎드려 있는 나에 비해 우월한 위치에서 글을 바라볼 수 있었다. 아직은 글을 쓸 때 예전의 자신감 혹은 근거 없는 우월감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다음 주엔 내 합평 차례여서 이번 주는 열심히 써갈 예정.
3.
다른 한 축인 심리상담은 내가 나에 대해, 내 감정에 들여다보게 하는 긍정적인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직 3회 차뿐이었고, 급격한 정신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성으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조금씩 끊게 도와주고 있다.
나는 조급했고, 아팠고, 억울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그렇게밖에 감각하지 못하는 나를 타격하는 방식으로 나라는 사람을 유지해왔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없는 와중에 이곳까지 올 수 있게 부추겨주었지만, 어느 순간 고꾸라진 다음에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소진해온 방법이라는 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사실 알고 있었지만 삶을 유지하고 버티기 위해서 애써 외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고, 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조금씩 덜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식적인 노력이 아주 조금씩 다름을 만드는 것 같다.
4.
어른대학은 오피셜 하게 다시 쓰겠지만 연연과 합의하에 1.5가 5주 코스로 개편했다. 텐션이 떨어지고 우선순위가 밀리는 개 이유였다. 나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줄이고, 정량화할 수 있는 항목을 추가하는 쪽으로 바꾸는 중이다.
<유언 주식회사>라고 명명하던 장편 프로젝트는 <가디언즈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쓰이다가 앞뒤를 자르기로 결심했다.
뒷 이야기를 쓰기 위한 설정을 짜다가 길어진 사족이 70매 분량의 단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프리퀄을 단편으로 매조지 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시절 썼던 이야기 하나를 설정만 살려 새로 써서 2편을 만들어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을 2차 목표로 재설정했다.
쓰는 재미를 하루빨리 되찾고 싶다. 다시 우월한 위치에서 이렇게 읽으셨군요 독자님. 하면서 반응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되찾고 싶다. 좀 더 힘내어 가보자.
5.
작은 변화들을 겪으면서 알게 된 건, 이 모든 것이 결국 내가 움직였기에 달라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창작 수업을 가고, 상담 선생님을 보러 가고, 카페에서 글을 쓰는 작은 행동들이 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 같다. 여전히 원하는 것에 대한 상이 명확치는 않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알아갈수록 조금씩 구체화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상황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반기고, 피하려 하고, 우월감을 느끼고, 위축되는지를 글로 적고 체크해가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편해진다. 막연함을 더욱 걷어내며 한 발씩 가자. 방법을 찾아서 가자. 더 좋은 곳으로 가자.